전국 최초 성인 장애인 중학과정 졸업장 받은 질라라비 야학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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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여자로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이름이 찍힌 중학학력인정과정 졸업장을 손에 쥔 이은혜(40) 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살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질라라비 장애인야학을 다니면서 어느새 중학과정까지 마쳤다.

“남들은 모두 쉽게 학교 다니고 졸업하지만,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어요. 그래서 이 졸업장이 진짜 귀하게 느껴져요.”(이은혜)

30일 오후 4시 대구 장애인지역공동체 부설 질라라비장애인야학에서 성인장애인 중학학력인정 문해교육 기본교육과정 1기 졸업식이 진행됐다. 이날 중학과정 졸업장을 받은 학생은 이은혜 씨를 포함해 10명이다. 이들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중학과정 교육을 받았고, 이날 전국 최초로 중학과정을 졸업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4.4세다.

배움은 이어진다. 이날 졸업식에는 5명의 성인 장애인이 초등과정을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장을 받은 최상열(68) 씨는 이날 연이어 열린 중학과정 입학식에도 참석했다. 중학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다. 최상열 씨는 “희망원에서 30년 넘게 살다 나오고 나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공부하는 것이었다”라며 “질라라비야학에 다니며 글자를 배우고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졌다. 아직 배울 게 많다”라고 말했다.

중학과정 졸업생들에게도 배움이 이어질 수 있을까. 이은혜 씨는 고등학교 과정도 이수하고 싶지만, 아직 국내에 성인 장애인이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이들은 직접 대구교육청을 찾아 고등학교 과정 개설을 요구했지만, 대구교육청은 법적 근거가 없어 당장 교육과정 마련을 하지 않은 상태다.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은 중학과정 졸업생에 대한 방송통신고 진학 등을 대구교육청과 협의 중이다.

이은혜 씨는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워서 남들처럼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 중학교를 졸업했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열심히 공부 잘 할 수 있게 우리를 응원해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4시 질라라비장애인야학에서 성인장애인 문해교육 중학과정, 초등과정 졸업식이 열렸다.

조민제 질라라비장애인야학 교장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의 시간은 졸업장을 따기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장애가 중하다고 쓸모없는 존재로 버려뒀던 사회를 향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울려 살고 싶다는 외침이었다”라며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며 권리다. 오늘 졸업하는 15명의 학생과 또 새로운 시작을 하는 13명의 학생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고등학교과정 진학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강대식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동구을), 김종찬 대구시 대학정책국장이 참석했으며, 강은희 대구교육감, 윤석준 동구청장, 권영진, 서미화, 진선미 국회의원,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이 축하 영상이나 축전을 보냈다.

강은희 교육감은 축하 영상을 통해 “오늘 졸업식은 전국 최초로 장애 성인의 중학학력 성취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값진 졸업을 일궈낸 졸업생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각자가 행복한 배움을 이어 나가 마음에 품은 꿈을 꼭 이루시길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