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업체가, 손실은 세금으로···산업폐기물 처리 공공성 높이려면?

산업폐기물 처리 방안 위한 국회토론회
하승수 변호사 발제... 공공적 해결 방안 모색
수익은 영리업체가, 수습은 세금으로?... 현행 법 문제 지적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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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발생 산업폐기물을 영리업체가 주도해 처리하면서, 산업폐기물 처리에서도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현상이 확인된다. 산업폐기물은 생활폐기물 등 다른 폐기물에 비해 공공처리비율이 낮다. 발생지 처리 원칙도 적용되지 않아 시장에 뛰어든 영리 업체들이 전국을 무대로 이익을 추구한다. 생활폐기물 매립장이나 소각장과 달리 주민 감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부도를 낸 다음 관리 비용을 사회에 떠넘기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폐기물 처리에서 공공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환경운동연합, 공익법률센터 농본, 박홍배(더불어민주당, 비례) 국회의원 주관으로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책임성 확보를 위한 법개정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는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와 신지형 변호사가 맡았다.

▲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환경운동연합, 공익법률센터 농본, 박홍배 국회의원 주관으로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책임성 확보를 위한 법개정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박홍배 의원실)

하승수 농본 대표는 ‘산업폐기물의 공공성·책임성 확보를 위한 법 개정 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현재 폐기물 처리 상황을 짚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하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폐기물(2022년 기준)은 생활폐기물 12.4%, 건설폐기물 40.9%, 사업장 일반폐기물 43.5%, 지정폐기물(의료폐기물 포함) 3.3%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생활폐기물 매립은 공공에서 95.34%를 처리하지만, 사업장 일반폐기물은 공공 처리 비율이 19.57%에 불과하다고 했다. 특히 유해성이 높은 지정폐기물 매립은 공공 처리 비율이 1.05%다.

먼저 하 대표는 산업폐기물 처리가 영리업체들에 의해 이뤄지고, 발생지 책임의 원칙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문제로 봤다. 하 대표는 “생활폐기물은 지자체가 책임지는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폐기물이 대체로 영리업체들에 맡겨지는 것이 문제”라며 “의료폐기물도 수도권 발생량이 전국 발생량의 절반 이상인데 14개 소각장 중에서 11개가 비수도권이고, 전부 영리업체들이 운영한다. 대기업이나 사모펀드들이 M&A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활폐기물은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적용되고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지만,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은 영업구역 제한이 없어 어느 곳이든 인허가만 받으면 전국 폐기물이 반입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입시선정 절차와 주민감시에서도 자유롭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하 대표는 “생활폐기물 매립, 소각장은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입지 선정 절차와 주민 감시, 주민협의체 구성, 주민지원이 제도화 되어 있다”며 “반면 영리업체가 운영하는 산업폐기물 매립, 소각장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지 선정 절차도 없고, 사유지라는 이유로 주민 감시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주민지원책도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이 없다”면서 “생활폐기물 보다 오히려 산업폐기물이 더 주민 감시와 지원이 필요한데 법은 오히려 반대로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폐기물 처리 업체들은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 대표에 따르면 충북 충주에 있는 (주)에코비트그린 충주는 2017~2022년까지 1,65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그 중 973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순이익률이 58%라고 했다. 하 대표는 “자본금 20억 원을 자본금으로 출자한 주주들은 지금까지 배당금으로만 30배 이상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에 대기업들이나 사모펀드들이 산업폐기물 매립장에 특히 많이 관심이 많은데 매출액 대비 단기 순이익이 50%~60%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금을 통해 수습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했다. 하 대표는 “이익은 업체들이 보고 사후관리는 국민세금으로 이뤄지는 기막힌 현실이 벌어진다”며 “충북 제천에선 침출수 유출 사고가 나서 기준치 이상의 페놀, 염소가 나오는데 업체는 부도가 났다. 98억원을 들여 복구했는데 앞으로도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유지 관리하고, 지자체나 관할 환경청 누가 관리해야 할지도 정리되지 않았다. 최근 경북 성주의 산업단지에서도 세금으로 사후관리하게 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폐기물관리법과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 필요성이 대두된다. 하 대표는 “발생주의 책임의 원칙을 산업폐기물 전반에 확대하고, 국가가 지도를 더 강화하고, 지역에서도 관할 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 산업폐기물까지 책무를 지도록 해야한다”며 “국가적으로 얼마나 시설이 필요하고,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시설 계획 수립 원칙도 재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규 매립장이나 소각장들을 만들 때 공공성 있는 주체들에 의해 추진되어야 한다”며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으로 주민들과 전문가들을 참여하고, 감량 노력과 함께 권역별로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 시설도 최소한의 주민감시권 보장과 부담금 등을 통해 환경영향조사 등 사후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하 대표는 폐기물 관리법 1조를 인용하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하 대표는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친환경적으로 처리해서 환경 보존과 국민 생활에 직접 향상에 이바지한다고 되어 있다”며 “굉장히 좋은 조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실은 정반대로 되어가고 있다. 이 목적대로 그 아래 내용들을 잘 정비해서 지역주민들의 고통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 순서에서 유민채 청주시 북이면 추학1리 전 이장은 “북이면 주민들은 쾌적한 정주 여건을 위협 받고 생계마저도 불안하다”며 “입지 및 면적에 따른 용량 및 연한 제한이 필요하다. 정부는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소각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이장에 따르면, 청주시는 전국 산업 폐기물의 19%를 처리하고 그 중 북이면에서 7%를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