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변의 헤어질 결심] 상간 손해배상 위자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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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스타에 올린 웨딩 사진처럼 완벽해 보이던 결혼생활. 하지만 2023년 통계는 우리에게 다른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두 커플 중 한 커플이 ‘언팔로우’를 선택한다는 거죠. 어떨 때는 사랑스럽다가도 어떨 때는 원수같이 느껴지는 우리 부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요? 박경연 변호사가 어쩌면 지금 ‘헤어질 결심’을 고민하는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어차피 우리 남편 돈이 나간다면 소송 안 할래요”

남편의 상간녀에게 손해배상을 하고 싶어 상담을 온 한 중년 여성이 결국 소송을 하지 않겠다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결혼 초반에는 배우자가 바람을 피면 무조건 이혼하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배우자의 외도가 현실화되면 이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주로 자녀 아니면 경제적인 어려움, 또는 주변 시선 때문입니다.

혼자 자녀를 양육할 엄두가 나지 않거나, 당장 생활비가 끊기는 등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이혼할 경우 주변 시선이 두려워서 그냥 참고 사는 방법을 택하는 것입니다. 참고 사는 방법을 택했더라도 상간자에게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즉 배우자와 혼인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상간자가 부부공동생활을 방해한 것을 이유로 상간자에 대해서만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입니다.

▲상담을 오셨던 중년 여성은 자신이 상간녀에게 소송을 제기하여 2,000만 원을 받아 온다 하더라도, 상간녀가 남편을 상대로 구상 청구를 하여 남편의 책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되찾아 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은 후 소송을 포기했습니다. (이미지=Microsoft designer)

그런데 상간자에 대한 소송마저도 포기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습니다. 배우자가 상간자 위자료를 대신 지급해 줄 것 같다는 예측을 하거나, 아니면 상간자가 위자료를 지급한 뒤 그 위자료 중 일부를 배우자에게 구상 청구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입니다.

상간 손해배상 소송에서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상간자는 민사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진정연대책임을 지게 됩니다. 즉 법원이 배우자와 상간자를 나누어 금액을 특정해 주지 않는 이상, 위자료 금액은 배우자와 상간자가 ‘공동하여’ 책임을 지는 금액입니다.

만약 상간자가 위자료 전액을 지급하였다면, 그 후 공동불법행위자인 배우자에게 구상 청구를 하여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배우자로부터 받아 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상담을 오셨던 중년 여성은 자신이 상간녀에게 소송을 제기하여 2,000만 원을 받아 온다 하더라도, 상간녀가 남편을 상대로 구상 청구를 하여 남편의 책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되찾아 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은 후 소송을 포기했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핀 것은 화가 나지만 위자료가 결국 남편 주머니에서 나가게 된다면 우리 가정에서 돈이 나가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단순히 금전 이상의 의미가 있기에 대부분 소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소송을 통해 배우자가 상간자와 관계를 정리하고 가정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상간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위자료 금액도 상당해지니 훗날 이혼소송 자금 내지 노후 자금으로 준비할 수도 있으니까요.

단순해 보이는 상간 손해배상 위자료에도 이렇게 다양한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셨나요? 화가 나더라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상담을 통해 파악한 뒤 소송을 진행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박경연 공동법률사무소 예원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