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저널리즘스쿨] 포항 바다를 가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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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경북협의회, 성서공동체FM, 시청자미디어재단 대구시청자미디어센터와 함께 7월 6일부터 8월 23일까지 ‘2024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을 진행했습니다. ‘숨은 노동 찾기’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저널리즘 스쿨에서는 15명의 청년들이 5팀을 꾸려 지역 문제를 탐색해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최우수상은 김가현, 심영민, 장세인의 <생계 절벽 앞에 선 대구경북 우체국 위탁 택배원>, 우수상은 이하준, 장은영, 최윤정의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합니꺼, 해야지요.” 대구 정화조 청소 업계의 나날>이 선정됐습니다. 아쉽게 수상작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김도윤, 박유경, 안수빈의 <보이지 않는 헌신, 장애 통합반 보육교사의 현실과 과제>, 김나빈, 김현정, 유소희의 <재난은 문자와 함께 시작된다, 재난 뒤에 숨겨진 노동>, 김가은, 김혜림, 정세은의 <포항 바다를 가꾸는 사람들>도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 모색을 위해 노력한 보도입니다. 뉴스민은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을 통해 제작한 결과물을 제출본 그대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포항 습도 87%, 체감온도 30도 이상. 경험하지 않고선 쉽게 말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해양쓰레기를 묵묵히 치워가는 배가 있다. ‘청항선’, 바다를 청소하는 배다. 청항선은 한 명의 선장, 세 명의 엔지니어 그리고 팀원을 태워 해양쓰레기를 수거한다. 세찬 파도에 일렁이며 출발한 배는 쉽사리 중심 잡기 힘들게 흔들린다. 엔진을 가동하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웅웅 소리로 가득 찬 배 안은 분주한 모습이다. 배들이 서로 교신하며 쓰레기를 찾아 나선다. 오늘 치우지 못하면 언제 또 침적될지 모르니 망원경을 들어 바다를 자세히 살핀다. 그냥 서 있기도 힘들 뿐더러 몇 시간 동안 배에서 지속되는 작업은 어지러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매번 작업하시기에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선장은 “우리는 마스터”라고 답했다. 마스터라는 말이 듬직하면서도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간의 노고가 드러나는 한마디다.

▲청항선 팀원들이 올해 장마철, 필터벨트를 이용하여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 포항지부 제공)

아름다운 포항 바다는 수년째 해양쓰레기를 치우며 흘린 땀의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청항선을 움직이는 이들이 하는 일은 쓰레기 수거 작업이 전부가 아니다. 청항선의 또 다른 업무라 할 수 있는 기름 유출 방재 작업, 그리고 해양 쓰레기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한 모든 작업이 업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소개할 수 있는 정확한 명칭 하나 없다. 그저 선장님이라는 별칭 석 자뿐. 본 기사에서는 ‘해양환경미화원’으로 표기한다. 청항선의 노력은 비록 주목받지 못할지라도, 매일같이 바다와 씨름하며 우리는 미처 보지 못한 곳을 깨끗이 가꾼다.

취재진이 돌아본 포항 해안가는 파도에 휩쓸려온 해양쓰레기들로 뒤덮여 있었다. 밧줄, 폐그물, 페트병, 스티로폼, 베개 등 ‘바닷가 근처에 어떻게 이런 쓰레기까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종류가 다양했다. 포항 영일만항 인근에는 일반 시민들이 출입할 수 없는 구역임에도 영문 모를 쓰레기로 가득했다. 우리야 여름 휴가철이면 늘상 보는 풍경이라며 스치듯 지나가지만, 수많은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매일의 고민거리다. 해양쓰레기로 인한 환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말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바다 환경. 누군가는 이 많은 해양 쓰레기를 치워야만 한다.

청항선을 움직이는 사람들 이들은 누구인가

해양환경공단에 들어온 지 어언 25년 차, 임대근 선장(50대)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청항선과 함께하고 있다. 약 10년이 되는 세월 동안 청항선을 운행하다 보니, 어느덧 고참 선장이 된 그다. 해양쓰레기는 분포 위치에 따라 해안 쓰레기, 부유 쓰레기, 침적 쓰레기로 분류된다. 임 선장이 하는 일은 바다를 순찰하며 수중에 떠다니는 부유 폐기물을 수거하는 작업이다.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바닷가 습기까지 더해져 쉽지 않은 취재가 될 것이라 취재진을 말렸지만, 청항선의 여정에 꼭 한번 함께하고 싶다는 부탁에 단단히 무장하고 올 것을 강조했다.

▲임대근 선장이 팀원들과 취재진 두 명을 태운 청항선을 운전하고 있다.

그렇게 8월 13일 화요일 오전 9시 17분경, 평소보다 많은 인원을 태운 청항선이 힘차게 출항한다. “출항하면 관제탑과 교신하고, 각종 모니터에 배가 움직이는 경로(선로)가 다 기록됩니다. 수거 작업에 다섯 명 정도가 함께 하는데, 매번 이 청항선을 타고 나갈 때마다 우리는 한 팀처럼 같이 움직여요. 근데 지금은 한 명이 육아휴직을 했지.”

서울에 본사를 둔 해양환경공단은 부산, 인천, 여수, 울산, 대산, 마산, 동해, 군산, 포항, 평택, 목포, 제주 총 12개의 지사가 있다. 지사별로 관할구역이 다른데, 포항지사 관할구역은 북쪽으로 죽변항과 남쪽으로 경주 읍천항까지이다. 포항해양수산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청항선은 포항구항, 포항신항, 영일만항 이렇게 무역항 위주의 해상 부유 쓰레기를 수거한다.

▲영일만한 인근 해양 쓰레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청항선 팀원들. 바다 위 떠다니는 타이어를 직접 수거하고 있다. (환경해양공단 포항지사 제공)

임 선장은 “수거 작업 시 선박직원법 법령에 따르면 선박 엔지니어가 두 명이 필요한데, 한 명이 부재하면 민원이 생겨도 즉시 대응을 할 수가 없다”며 시민들의 민원에 따라 쓰레기를 바로 처리할 수 없는 어려움을 전했다. 8월 11일 일요일, 영일만항 인근 해양 쓰레기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다행히도 선박 운행이 가능했던 상황이라 타이어 수거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타이어의 경우 무게로 인해 팀원들이 직접 수거가 불가하여 선박 앞에 달린 장치(필터벨트)로 끌어올려 수거해야 했다.

청항선이 모든 부유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약 한 시간가량 이동하던 중, 벽 쪽에 붙어있는 폐어구 잔재들이 보였다. 임 선장은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저런 사례는 청항선으로 수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측면으로 향할수록 수심이 얕아 접근 시 선박에 위험이 있고, 주변에 방파제가 있어 접근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사실 해양쓰레기는 일반 생활쓰레기에 비해 우리 눈에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밝을 때가 아니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도 하고, 본래 육지에 있다가 해안가로 밀려오는 해안 쓰레기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임 선장은 해양쓰레기가 육상에 버려진 생활쓰레기에 비해 처리 비용이 8배 이상 든다고 말했다. 수거 과정도, 처리 과정도 훨씬 복잡하다. 이번 사례처럼 해양쓰레기를 발견함에도 수거하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청항선 출항을 멈출 순 없다고 전했다.

청항선 한 척의 고독한 사투

포항지사에서 수거하는 부유 쓰레기양은 5개년 평균 65톤(t)이다. 태풍이나 우기 시즌에 특히 많은 비가 내리면 약 70t 정도로 평소보다 조금 많다. 2022년에 발생했던 태풍 힌남노가 한 사례가 될 수 있는데, 포스코가 거의 2년 가까이 되는 현시점까지 복구 공사를 하고 있을 정도다. 임 선장에 따르면, 포항의 경우 보통 6~10월이 쓰레기가 많은 편이다. 우기가 되면 내륙 쪽에 홍수가 많이 발생하는데, 집중 호우 시기가 되면 강이나 하천 쪽에서 해양 쓰레기가 흘러오는 것이다. 산 쪽에서 부들나무가 한 무더기씩 휩쓸려오기도 한다. 항구마다 지리적으로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포항의 경우 바다와 연결된 강이 많아 육상쓰레기가 자주 몰려온다. 대표적으로는 형산강이 있다. 형산강과 칠포 부근에서는 송충이 때문에 소나무 벌목을 많이 하는데, 집중호우 시기에 남아있는 잔재들이 파도에 의해 휩쓸려온다. 지난번 포항에 비가 많이 왔을 때(7월 장마철) 해양 쓰레기양이 상당했다고 임 선장은 전했다.

“그때는 2~3일 정도 쉬지 않고 쓰레기 수거를 했는데 하루에 1톤 마대 10개가 나왔어.” 하루 종일 수거 작업을 하기에는 푹푹 찌는 더위와 높은 습도, 그리고 강도 높은 노동이 그를 괴롭힌다. 10년 차 배테랑 선장이지만 하루 종일 흔들리는 배를 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포항의 경우 청항선이 한 척이라 일이 몰릴 때면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쓰레기를 수거해야 할 항만은 세 개인데, 청항선은 한 척뿐이라 순찰도 이곳저곳을 번갈아 가면서 돌아야 한다. “울산이나 부산은 우리보다 항만이 좀 더 크고 많긴 하지만 청항선이 두 척 이상씩 있는데 우리는 한 척으로 수거해야 하니까 그게 조금 어렵지.” 순찰을 돌면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하지만, 민원이 들어와 수거 작업을 나갈 때도 있다. 보통은 플라스틱류나 나무 목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양 쓰레기 수거, 그리고 방재, 구조 작업까지

해양환경공단이 하는 일은 수거 작업이 다가 아니다. 수거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외부로 육지 순찰을 나간다. 영일만항같이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을 순찰하며 수거해야 할 부유 쓰레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다음 날 출항해서 수거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지자체나 해양경찰이 모아둔 해안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한다. 청항선의 또 다른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방재 작업’인데, 수출‧수입 시 선박들이 충돌해서 원유나 경유가 유출될 경우를 대비해 관리 감독을 한다. 혹여라도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면 큰일이다. 기름을 빼내는 작업을 제때 해내지 못하면 기름이 덩어리가 되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생물 몸속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해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본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해안가를 찾아가 해안이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장은 어떻게 형성이 되어있는지 등등을 밑그림으로 그려 지도를 만드는 작업도 이들의 몫이다.

지난 2022년 힌남노 피해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 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해양환경공단에서도 구조를 도왔다. “우리한테 물을 바깥으로 빼내는 장비가 있어요. 지하 주차장에 물이 가득 차서 물 빼는 작업을 도와줬죠. 본래 우리 업무는 아니지만, 사람들을 최대한 빨리 구하는 게 급선무니까.”

바닷일에는 네 일, 내 일이 없다

청항선 외에도 해양 쓰레기 수거 작업에는 다양한 노동들이 숨겨져 있다. 바닷일에는 네 일 내 일이 없듯, 해양 경찰, 공공근로자가 함께 포항 바다를 가꾸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바다에 떠 있는 부유 폐기물의 경우 해양환경공단이 수거하지만, 청항선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먼바다의 경우엔 해양경찰이 출동해 쓰레기를 수거한다.. 순찰 중 해상에 위협이 될 만한 장애물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직접 수거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대부분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는 방식이다. 대개 기다란 장막이라든지, 바다 위 커다란 부유물에 대한 신고가 들어온다. 이렇게 해양경찰이 수거한 쓰레기는 다시 항구로 보내져 해양환경공단이 수거해 처리한다.

포항해양경찰서 구룡포 파출소 이형철 경장(41세)은 수중에 떠 있는 쓰레기들로 인해 선박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선박 운행 시 엔진을 돌리기 위해 열이 발생하는데, 이때 바닷물을 끌어 올려 냉각을 시켜줘야 한다. 냉각을 구동하는 펌프가 잔재들에 의해 막혀 엔진이 못 돌아가면 선박 운항에 문제가 생겨 운항에 차질이 생긴다. 물을 빨아들여 밀어내는 방식(펌프제트)으로 추진력을 얻어 운항하는 선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제일 많이 나는 사고가 수중에 있는 쓰레기들이 선박에 감기는 사고인데, 이럴 경우 선박이 움직이질 못하니까 떠내려가서 해안 쪽으로 충돌해 인명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죠.”

사실 쓰레기 수거 업무는 해양경찰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 그러나 해양 쓰레기가 바다에 떠다님으로 인해 언제든지 선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쓰레기 수거 업무는 단순한 청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해양 경찰은 수중 쓰레기를 수거함으로써 오늘도 또 다른 생명을 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중에서 수거되지 못하고 육지로 휩쓸려간 해양 쓰레기, 즉 해안 쓰레기는 누가 처리하는 걸까. 사람들이 버리고 간 해안가 주변 쓰레기에는 지자체 공공근로자들의 수고가 따른다. 주 5일, 매일 해안가 근처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하루에 15~20kg 가마니 20개 정도가 나온다.

▲포항시 북구 용한1리 해안가 근처에서 북구청 소속 공공근로자들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9시에 출근해 평균 35도의 무더위와 함께 오후 3시까지, 하루 6시간을 일하는 60대 강 모 씨는 매일 대량으로 발생하는 쓰레기양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쓰레기 종류가 엄청 다양해요. 페트병부터 나뭇가지, 유리 등등 다 따로 모아서 분리해서 수거해야 하니까 일이 많죠.” 선박에서 떨어져 나온 스티로폼과 폐어구, 나뭇가지, 휴가 중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페트병, 유리병 등 종류를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쓰레기들이 이들의 수거 대상이다.

공공근로자는 혹여나 사람들이 맨발로 걸어 다니다 유리병을 밟기라도 할까 걱정이다. “여름철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유리 같은 게 있으면 위험하니까 유리는 특히 잘 치우는 게 중요해.”

할아버지, 바다가 오염돼서 못 들어가요

포항시 북구 용한 1리 마을회관의 김태환 이장(68세)은 이장을 두 차례나 맡을 정도로 마을에 대한 애정이 깊다. 김 이장이 관리하는 어촌 마을은 상류 하천에서 해양 쓰레기가 매일 밀려온다. 늘어나는 해양 쓰레기에 꼬맹이 손자는 이제, 바다에서 놀기를 거부할 정도다.

용한 1리 어촌마을에는 근처 곡강천에서 내려오는 파도 때문에 해양 쓰레기들이 수도 없이 쌓이고 있다. 어선에서 나오는 폐그물, 스티로폼도 매일 밀려온다. 관광객이 무단투기한 쓰레기도 마찬가지. 김 이장은 “근처 마을 이장들이 초대된 카톡방을 보여주면서 이장들이 이렇게 쓰레기를 많이 찍어서 올리고 청소하고 있다고 보고해. 쓰레기가 많을 때는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근데 이렇게 매일 청소해도 쓰레기가 매일 생기니까 이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네”라고 말했다. 화면을 여러 차례 스크롤 해도 해양 쓰레기에 대한 피해 호소는 끝이 없었다.

김 이장은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로 관광객이 줄어든다는 점과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외관상으로도 해롭지만, 쓰레기가 계속 머물게 되면 피부병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특히 용한 1리에는 여름철마다 사람들이 서핑하러 많이 오기 때문에 안전상의 위험이 크다. 쓰레기들이 발에 밟히고 유리가 발바닥에 찍히면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더러운 바닷가가 되어버리면 관광객이 줄고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어촌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행정당국이나 포항시도 이미 알고 있는 문제다. 지자체에서 나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하지만, 쓰레기가 매일 밀려오고 있기 때문에 해양 쓰레기 문제는 골칫거리 그 자체다. 김 이장은 ‘결국,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 의식 수준에서 같이 협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쓰레기 무단투기 심각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뀐 건 사실이지만, 이것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매일 발생하는 다량의 해양 쓰레기가 보여준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리에서 해녀들이 쓰레기 수거 작업을 진행했다. (구룡포리 어촌계 제공)

가끔 밤바다에서 장갑이나 옷 같은 쓰레기를 발견하면 시체로 착각해서 섬뜩할 때도 많지

포항시 남구 구룡포리 어촌 성정희 계장은 38년 동안 해녀 생활을 이어와, 현재는 계장 일도 함께하면서 구룡포 어촌을 관리하고 있다. 성 계장은 구룡포에 스티로폼과 페트병이 해양 쓰레기로 가장 많이 밀려오고 있다고 말하면서 어구 폐기물이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해녀 생활을 해 오고 있는 성 계장은 해녀들의 안전 문제를 강조하면서 해양쓰레기에 대한 심각성을 토로했다. 해녀들이 그물에 걸려 사망하는 문제도 간혹 있기 때문에 물속에 있는 폐그물은 아주 위험한 해양 쓰레기다. 따라서 해녀들이 어쩔 수 없이 직접 쓰레기들을 치우는 것이다. 성 계장은 70살이 넘은 해녀들이 무더위에 몇 시간씩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을 졸인다. 해양쓰레기가 바다와 한 몸을 이루는 해녀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다.

거대한 쓰레기양으로 인한 피해와 이에 따라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을 위해 묵묵히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해양 환경미화원들이 있다. 그러나 숨어있는 해양 환경미화원들에는 제대로 된 명칭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수고를 기억하고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한 경각심, 그리고 바다에 대한 주인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쩌다 포항은 1위가 되었는가

한국 해양대 연구진에 의하면 포항시는 해양쓰레기 발생량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해당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3년도 발생한 해양 쓰레기양은 포항에서만 1,015톤이고 매년 늘어나고 있다.

▲포항의 해양쓰레기 발생량

포항시 해양수산과 통계에 따르면, 포항의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2021년 750t, 2022년 800t, 2023년 1,015t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의 포항시 해양쓰레기 수거량도 2021년 4445.3kg, 2022년 9364.4kg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해양쓰레기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마스크, 장갑, 테스트 키트 등 다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에서 발견됐다. 또한 2022년 포항을 휩쓴 힌남노의 영향으로 2022년에는 해양 쓰레기 수거량이 최고조를 달했다.

이 많은 해양쓰레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해양환경공단 포항지부 소속 임 선장에 의하면 해안가로 떠밀려 오는 해양쓰레기가 가장 많다. 해양 쓰레기 중 65%가 육지에서 밀려오는 해안 쓰레기인데 비닐, 페트병, 스티로폼, 나무 목재가 많고, 종종 냉장고도 있다고 전했다. 나머지 35%가 선박에서 나오는 어구로부터 나오는 낚싯줄, 그물 등이다.

포항시 북구 용한 1리 마을 이장은 매일 보이는 폐어구들을 해양쓰레기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매일 수거해도 보이는 쓰레기가 대표적으로 어선 작업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나 폐그물이기 때문이다. 취재 당시 하루 전날 쓰레기를 수거한 상황이었음에도 스티로폼과 폐그물을 여럿 볼 수 있었다.

포항 환경연대 유성찬 대표도 포항 해양 쓰레기 발생량 1위 문제 원인으로 수산업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를 지적했다. 유 대표는 주로 수산업, 어업에서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부들이 그물을 재사용하기보다 새것을 사고 바닷속에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점점 늘어나는 포항 해양쓰레기에 해양 환경미화원들의 걱정은 커져만 간다. 청항선 한 척에 네 명의 수거 인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해녀나 해경이 함께 수거한다고 해도, 늘어나는 해양쓰레기양에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해안가 근처의 해양 쓰레기를 수집하는 공공 근로자들의 흐르는 땀방울도 역시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공공·민간 모두의 동참이 필요하다

포항 해양환경공단에서 운행하는 청항선 선체에는 필터 벨트가 부착되어 있다. 보통은 필터 벨트를 움직여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직접 사람의 손으로 수거해야 한다. 이외 해안가로 떠밀려 온 해안 쓰레기는 공공근로자, 침적 쓰레기는 지자체 및 정부 차원에서 수거·관리하는 시스템을 가진다. 각종 기관은 쓰레기 관리 체계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도들을 도입하여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추세다. 최근 많은 기업이나 단체에서 ESG 경영을 살리기 위해 ‘반려 해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반려해변 제도란, 반려동물을 소중히 돌보듯 해변도 관심을 가지고 돌보자는 취지의 제도다. 해양환경공단 포항지부는 영일대 해수욕장을 반려 해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민간 단체도 협력해 쓰레기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할 방침이다. 공공 근로자들도, 민간업체도 각자의 자리에서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다. 해양쓰레기를 묵묵히 치워가는 그들이 바라는 것은 시민들의 관심, 공감 그리고 동참이다.

해양 환경미화원들의 노고에 응답해야 할 때

바다가 넓은 만큼 쌓여버린 쓰레기를 어떻게 치워야 할지, 오랜 시간 고민한 문제임에도 여전히 막막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만난 해양 환경미화원들이 “기사를 쓴다고 이게 바뀌나” 내뱉은 푸념도 막막함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막하다고 언제까지나 모르는 체할 순 없는 문제이기에 정부는 어떤 정책을 시도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해양 수산청에서는 어선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생수병 포함)의 해양 쓰레기 투기 사전 예방 및 자원순환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리 생수병은 되가져와 자원으로 순환해요’의 줄임말로 우생순 프로젝트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어선에서 발생한 페트병을 선박명을 기재한 수거 전용 마대에 담는다. 둘째, 수협 수거장으로 가져와 마대 수량을 말한다. 마지막, 수협에서 어선 폐플라스틱 수거 대장을 작성하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현재는 강원도 고성군 내 5대 어촌계를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점차 확대 추진 할 계획이다. 쓰레기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의 취지는 좋으나, 매년 늘어나는 해양 쓰레기를 해결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해양 쓰레기의 발생 관리와 처리 시스템이다.

유성찬 포항환경연대 대표는 “조업 중에 발생한 쓰레기를 다시 가지고 돌아오기엔 어부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선에 가득 채운 물고기 이외 공간이 부족한데 폐그물을 해양쓰레기 위판장까지 싣고 와 처리하는 과정까지가 번거롭기 때문”이라며 어부들의 폐그물 회수 문제의 어려움을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0년대 들어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본격적 ‘어구 보증금’ 제도를 시행해, 어부들이 사용한 폐그물을 반환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 회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어구 보증금 제도를 통해 어부들이 폐그물을 해양 쓰레기 위판장에 반납하는 절차에 대한 번거로움으로 필요성을 잊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회수된 어구를 재활용하거나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포항의 심장인 바다를 지키기 위해 쓰레기를 치우는 많은 이들은 쓰레기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대표는 수많은 해양 쓰레기의 해결 방안은 환경 윤리와 도덕, 그리고 법과 제도”임을 강조했다.

결국, 해양쓰레기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현행 쓰레기 발생 관리 및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음을 낱낱이 보여준다. 해양 환경미화원들의 고군분투는 언제까지나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될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쓰레기 발생의 근본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때다. 그 출발점은 이름 없이 일해 온 해양환경 미화원들에게 정당한 이름을 부여하고, 그들의 업무를 체계화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시민들이 해양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하는 것과 동시에 쓰레기를 잘 수거했을 땐 격려하고, 불법 투기를 했을 때는 교정하려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도 수많은 해양 쓰레기를 묵묵히 치워가는 손길들의 가치를 밝히는 첫걸음일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해양 환경미화원들

해당 보도는 ‘2024 대구경북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의 취재 활동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2024 대구경북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 참가자 김가은, 김혜림, 정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