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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경북협의회, 성서공동체FM, 시청자미디어재단 대구시청자미디어센터와 함께 7월 6일부터 8월 23일까지 ‘2024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을 진행했습니다. ‘숨은 노동 찾기’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저널리즘 스쿨에서는 15명의 청년들이 5팀을 꾸려 지역 문제를 탐색해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최우수상은 김가현, 심영민, 장세인의 <생계 절벽 앞에 선 대구경북 우체국 위탁 택배원>, 우수상은 이하준, 장은영, 최윤정의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합니꺼, 해야지요.” 대구 정화조 청소 업계의 나날>이 선정됐습니다. 아쉽게 수상작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김도윤, 박유경, 안수빈의 <보이지 않는 헌신, 장애 통합반 보육교사의 현실과 과제>, 김나빈, 김현정, 유소희의 <재난은 문자와 함께 시작된다, 재난 뒤에 숨겨진 노동>, 김가은, 김혜림, 정세은의 <포항 바다를 가꾸는 사람들>도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 모색을 위해 노력한 보도입니다. 뉴스민은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을 통해 제작한 결과물을 제출본 그대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233만 7,000명 그리고 97명. 군위군을 제외한 대구시 인구와 정화조 청소업계 근로자 수이다. 사실상 한 노동자가 시민 2만 4,000명의 연간 생리현상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일과는 새벽 3시에 시작해 오전 10시에 마치기 일쑤다. 대다수 시민이 일을 시작할 때면 그들의 노동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펌프차를 몰고 대구 곳곳의 오물을 수거하는 정화조 청소 노동자와 관계자를 만나 현재 대구시 정화조 청소 업황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산재한 여러 현안과 업황의 미래를 논의했다. 서로의 이해관계는 조금씩 달랐지만 “업계가 고사 직전”이라는 위기의식과 “종사자들의 처우가 나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는 공통적인 지향점은 같았다.
흔히 똥통으로 일컫는 정화조. 방을 청소하듯, 똥통도 누군가 청소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곤 한다. 사람들은 하루에 한 번 똥을 싸지만, 그 똥이 본인의 시야를 벗어나면 그것이 어디에 머물고 어떻게 치워지는지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저 잊는다. 똥과 함께 그들의 노동도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정화조 청소 노동자들은 곳곳에 숨어 있다. 적막한 새벽에 일하고, 악취가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철저히 작업자들끼리만 뭉쳐서 이동한다. 작업하는 동안에는, 식당이나 다른 가게를 방문하지 않는다. 혹여 갔다가는 냄새 때문에 타박을 받거나 쫓겨나기 일쑤다.
똥 치우는 사람들, 혼자 감당하는 악취… “공기처럼 달고 살아”
취재진이 만난 노동자도 그랬다. 7월 26일 오전 8시, 우리는 김철수(가명) 씨의 금일 작업장 중 하나인 모 아파트 청소 현장을 동행했다. 그는 대구에서 20년 이상 정화조 청소 업무를 수행한 60대 중엽의 베테랑이다.
“오늘도 4시에 차고지에서 펌프차 가져오고, 5시 30분부터 청소 시작했어. (표시된 작업장을 가리키며) 여까지 다 하고 이제 한 곳만 남았어. 여기만 끝내면 퇴근이여.” 금일은 8건의 작업량이 있었다. 명단을 보니 주민이 직접 신청한 건부터 구청에서 위탁받은 건까지 다양했다.
“우린 시키면 가리지 않고 다 가서 해. 더워도 할 일은 해야지. 이게 천직이니까. 원래는 5시 30분부터 시작인데, 그땐 차가 너무 밀려 가지고 다 못 해. 조용한 새벽 3시 반에는 나와서 해야 해.” 이른 오전에 32도가 넘어가는 더운 날씨에도 김 씨는 웃어 보였다. 옛날처럼 인분과 이물질을 삽으로 일일이 퍼 올리는 건 아니지만, 호스가 빨아들이지 못하는 이물질과 뭉쳐진 인분 덩어리는 노동의 손길이 절실했다.
능숙하게 마지막 작업장의 동선을 확인하는 김 씨는 다른 인부들에게 통칭 팀장으로 불렸다. 여기서 팀장은, 경력이 최소 10년 이상이며, 펌프차(일명 ‘똥차’)를 몰고 직접 운전하는 노동자다. “펌프차는 5톤과 8톤을 싣는 있는 작은 차와 16톤을 싣는 큰 차가 있어.” 취재단이 만난 김 씨는 8톤 펌프차를 몰았다. “예전에는 16톤도 거뜬했는데, 지금은 힘들어서 못 혀. 이것도 하루에 4번 탱크에 다 채워서 처리하려면 벅차.”
펌프차에는 푸른색의 원통형 호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5톤 화물차 전체를 몇 바퀴 감을 크기였으나, 수십 미터는 될 터였다. 그래서인지 호스가 꽤 묵직했다. 똥을 담지 않아도, 크고 두꺼운 소재 탓인지 호스를 꽉 잡지 않으면 호스가 이리저리 움직여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가만히 꼭 잡고 있어야 해. 아니면 난리가 나.”
김 씨는 능숙하게 차량을 네다섯 바퀴를 감은 호스를 찬찬히 풀고, 뚜껑이 열린 정화조 깊숙이 넣었다. 소형 아파트여서 정화조가 크지는 않았다. 이렇게 작업량이 적은 곳에서는 주로 홀로 일했다. “큰 현장은 두세 명도 가는데, 요즘 대부분은 혼자서 일혀. 경기도 어렵고 하니까 이제 웬만한 현장에서 2인 1조는 잘 안 하지. 혼자 한지 꽤 됐어.”
밀리터리 무늬 조끼, 안전화, 토시, 고무장갑, 머리에 끼운 랜턴만이 그가 지금 작업 중임을 알리고 있었다. 별도의 작업복은 없었다. “작업복이랄 게 뭐 있어. 그때그때 버릴 옷이나 안 입는 옷 돌려가며 입는 거지.” 정화조 청소할 때 입는 옷은 악취가 심해 평상시 입기 어려웠다. 아무리 빨고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구린내가 있었다. “이건 뭔 짓을 해도 안 지워져. 어쩌겠어. 그냥 사는 거지 뭐. 영광의 흔적이지. 우리는 악취를 공기처럼 달고 살아. 냄새를 맡으면 어떤 직업인지 유추할 수 있다고.” 김 씨가 어렴풋이 말했다.
이윽고 그는 헤드랜턴을 켜고 몸을 숙여, 정화조 내부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돌돌 만 휴지나 물티슈, 반지 등의 장신구, 보석, 유리, 칼 등 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있는지 살폈다. 확인된 물건이 있다면 호스로 빤 뒤에 따로 빼놓거나 삽으로 일일이 퍼 올렸다. “꼼꼼히 봐야 혀. 나중에 주민이 자기 잃어버린 물건 찾아달라며 요청할 때도 있어. 그러면 찾아줘야 하니까.” 그런 부탁이 없더라도, 나중에 위생처리장에서 펌프차에 실은 분뇨를 수거하고 전처리할 때 문제가 되기에 사전에 제거하는 게 좋았다. 다행히 오늘은 별다른 이물질이 보이지 않아 수고로움을 덜었다. “오늘은 그나마 편한 날이지. 이러면 정해진 돈만 가져가지. 보통은 이물질 제거하는 비용을 따로 챙겨 수익을 보전해. 원래는 안 되지만, 워낙에 돈이 적으니까.”
오늘은 뭉쳐진 분뇨 덩어리만 많았다. 김 씨는 쉬지 않고 1.5m가 넘는 맞춤 은색 삽으로 한데 모인 분뇨 덩어리들을 으깼다. 단단한 고체 덩어리가 쪼개져 액체 상태로 잘게 풀어져야 호스로 흡입하기 쉬웠다. “최대한 묽어야 해.” 취재진이 관찰한 분뇨들은 서로 꿈틀거리며 뒤엉켜 있었다. 그는 20~30분 정도 방향과 자세를 계속 바꾸어 가며 뒤범벅된 분뇨들을 천천히 저어 주었다.
고된 노동에 작업자의 머리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힘들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도 김 씨는 “누군가는 해야지.”라는 단답으로 업무에 열중했다. “이 일 처음 할 때, 냄새에 도저히 적응이 안 돼서, 밥을 못 먹었어. 하루에 한 끼도. 그것만으론 냄새를 못 이기니까 담배를 무한정 태우는 거야. 차도 무조건 자가용만 타. 간혹 택시를 탈 일이 있거든 가을에는 은행을 가지고 타. 기사들이 똥과 은행 냄새 구분을 잘 못 해서 그나마 낫더라고.”
어느새 진득진득한 분뇨들은 흐물거리다 물처럼 변해 있었다. 미음처럼 묽어지니 호스에 손쉽게 빨렸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현장을 가득 메웠다. 호스가 남은 분뇨들을 깔끔하게 처리하면, 정화조 내부에서 물꼬가 터져 하수가 원활하게 흘러갔다. 옆에 한 정화조가 더 남아 있었지만, 펌프차에 분뇨를 담는 탱크가 가득 차 위생처리장에서 한 번 비우고 와야 했다. 서대구역 인근 상리 사업소에 소재한 위생처리장은 아파트에서 편도 14km, 약 25분 거리였다. 왕복 운전이 일하는 중 맘 편히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운전이 그나마 편해.”
김 씨의 차량은 서부 위생처리장 내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했는데, 들어가기 전 펌프 차량과 연계된 카드를 차단기에 인식하여 차량 번호와 적재 무게를 확인했다. 나갈 때도 카드를 인식하는데, 계기판에 리터당 금액을 계산하여 수거한 분뇨량이 표시됐다. “차단기에 내 차량 번호와 작업량이 같이 떠. 그럼 내가 일한 양이 보이니까 자극도 받고 그러지.”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컴컴한 동굴 같았다. 김 씨는 펌프차를 전처리실로 이동하여, 배수관에 호스를 연결하고 고정해 두었다. 곧이어 하수관을 통해 이물질이 제거된 순수 분뇨만 이동하여, 저류조에 모였다. 이 분뇨들은 인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수송되어 다용도로 처리될 예정이었다. 탱크 안의 분뇨가 비워지는 데는 10~15분이면 충분했다.
쉬는 날 없이 똥 치워도…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
돌아오는 길, 김 씨는 대구의 열악한 정화조 노동 현실에 관해 넌지시 언급했다. “대구에선 수성구와 중구가 이 업계에선 수익이 좋은 편인데, 그래도 월급이 적어. 북구랑 동구가 업체 수가 많아 이익을 다 나누니 제일 못하고. 주 6일, 하루 7~8시간을 일하고 350만 원 받으니. 난 팀장이고, 한 달에 2번만 쉬어서 각종 수당 받으니까 이 정도지 200~300만 원만 받는 사람도 많아. 4일에 한 번씩 쉬는 버스 기사가 월 400만 원을 받고, 음식물 처리하는 사람이 550만 원을 받으니, 다 그쪽으로 가 버리지. 젊은 사람이 들어와도 조금만 하고 다 딴 데로 이직해. 외국인도 이 일은 안 해. 그러니 직원들이 늙어가고, 숙련자가 없어지는 거라.”
제때 교체하지 못한 펌프차도 김 씨의 세월만큼 굽이굽이 흘렀다. “영업용 차량은 10년마다 한 번 교체해야 하는데, 분뇨처리에 사용되는 차는 영업용에 포함이 안 돼. 권장 기간은 있는데, 따로 정해진 교체 시기가 없어. 낡아서 구실 못하는데도 계속 쓰지. 장기적으로는 차가 작동을 잘 안 하니까 공공 위생에도 손해인데 돈이 부족하니 바꾸질 않아. 호스도 자주 막혀서 가는데 2~3일에 한 번 교체해.”
지속 가능한 정화조 업계…무엇이 필요한가?
또한 김 씨는 허가제의 방식도 지적했다. “음식물, 폐기물 수거업체도 2~3년마다 한 번씩 입찰하는데, 정화조 청소는 시장·구청장 허가 산업이라 한번 개업하면, 자진 폐업을 안 하는 이상 계속 쭉 가는 거야. 감시나 관리 감독이 꾸준하기 쉽지 않은 구조지. 게다가 거의 5인 미만 사업장이니 여러 수당 적용이 덜 돼. 우리가 억울해도 국가에서 해줄 일이 없지. 업체마다 일정 용역 기간을 정하고, 소수 업체에 집중해서 외주를 주는 식으로만 바꿔도 좀 괜찮지 않으려나.”
당장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김 씨도 곧 20년 넘게 몸담은 이 업계를 완전히 떠난다. “버티고 버텨 여기까지 왔는데, 이젠 도저히 안 되겠어. 관절 수술도 하고, 허리도 아프고. 자식들도 다 컸겠다. 오늘 그만둔다고 말했어. 당분간 좀 쉬려고.”
김 씨는 작업하던 아파트로 돌아와 새로운 정화조를 열었다. 아까처럼 호스를 정화조에 넣고 삽으로 딱딱한 분뇨를 부수고 휘저어 가며 남은 작업을 마무리했다. “얼마 전 한 번 청소해선가, 용량이 작아서인가 생각보다 할 만 혀.” 신속히 마무리한 후에는 분뇨를 흡입한 푸른 호스를 둘둘 말아 펌프차에 빙 둘러 말았다. “얘네도 잘 말아서 보관해 줘야 해. 안 그러면 이래저래 꼬여서 일이 더 많아져.” 은색 삽도 호스 옆 틈새 공간에 눕히고, 아파트 소장을 불러 청소가 다 되었음을 일렀다.
지하 정화조 청소… 밀폐공간일수록 더 열악한 ‘환경’
또 다른 노동자인 오민수(가명) 씨는 올해 경력 10년을 채운 50대 남성으로, 특유의 꼼꼼함과 부지런함으로 업계에서 두터운 신망을 한 몸에 받았다. 철수 씨가 근무한 현장과는 달리 정화조가 지하에 있었다. 산소결핍, 황화수소 등의 독성 화학물질 노출로 사망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해의 온상인 바로 그 지하.
작업 조끼를 입은 오 씨는 취재진을 이끌고, 엘리베이터에서 지하 6층을 눌렀다. 지하철을 그렇게 타고 다녔지만, ‘지하 6층’이라는 글자는 매우 생경했다. “왜 이렇게 정화조가 깊은가요?”라는 질문에, 오 씨는 “사람들의 민원을 우려해, 주거 공간과 주차장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지으려다 보니 철도가 지어질 법한 깊은 지하에다 세워요.”라고 친절하게 답했다.
지하 6층에 도달해, 품 안에서 꺼낸 열쇠를 꽂아 키의 두 배는 될 법한 흰 문을 열었다. 기분 나쁜 물비린내와 퀴퀴한 지하의 냄새가 동시에 후각을 덮쳤다. 이윽고 하수관로가 얽혀 있는 복도를 걷다 정화조 제어반 앞에 섰다. 익숙한 듯 버튼 몇 개를 누르며 기계를 조율하다, 바로 옆 1명이 겨우 올라갈 위태로운 사다리가 있는 다소 아담한 입구 앞에 섰다.
오 씨가 먼저 들어간 뒤, 차례대로 진입한 내부는 예상과 다르게 천장이 매우 낮아 키가 160 후반만 되어도 허리를 굽혀야 할 판이었다. 문을 열기 전과 달리, 코를 찌르는 은근한 물비린내가 사방에 진동했다. 고릿한 똥 냄새도 스며 있는 듯했다. “여긴 2~3일에 거쳐 청소가 거의 다 된 현장이지만, 지하라서 냄새는 좀 있어요.” 사방의 시멘트 바닥에 널린 시커먼 진흙과 오물 자국, 널브러진 푸른 호스는 신축된 아파트라 해도 정화조 청소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상기하게 했다.
오 씨는 시종일관 취재진에게 정화조의 구조와 청소 과정을 알려주려 했다. “먼저 흡인 호스로 분뇨를 빨아들여 2개의 부패조에 저장된 오물을 미생물과 세균으로 소독해요. 휴지나 종이 같이 흐물거리는 건 다 녹아요. 다음으로, 여과조에서 분뇨 부유물과 이물질을 녹이고 굵직한 똥 덩어리를 쪼개 부수죠. 마지막으로 방류조에서 남은 이물질과 묽어진 분뇨를 확인한 뒤, 건질 수 있는 건 건지고, 남은 찌꺼기는 호스를 통해 펌프차 탱크에 저장해요. 저장된 분뇨들은 위생처리장으로 가지요.” “물티슈처럼 안 녹는 건 쇠스랑같이 갈고리 있는 도구로 손수 꺼내서 빼내야 해요. 그게 힘들지.” 이 과정에서 같이 나온 분뇨는 “산업 폐기물로 분류되어 1년에 한 번 별도로 수거해 가요. 아무래도 이거저거 다 섞인 오물 덩어리다 보니까 그냥 놔두긴 하는데 악취가 좀 나죠.”
“연 1회 청소면 정화조에 얼마나 차는지”를 물어보니, 오 씨는 “댁마다 다른데, 통상적으로 3분의 2 정도는 가득 찹디다. 꽉 차지는 않아요. 하지만 1년에 한 번은 무조건 청소합니다. 아니면 과태료도 과태료지만 냄새가 장난이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내부에는 공기 순환 장치가 붕붕 소리를 내며 신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만족스럽게 신선한 외부 공기를 전달하진 못했다. 비릿한 냄새가 취재진의 곁에 둥둥 떠다녔다.
“이 현장은 몇 명이 왔는지”의 질문에 오 씨는 “보통 2명이나 3명이 1조로 오는데, 여기는 지하가 깊어서인지 4명이 왔어요. 고정 노동자 2명에 보조하는 분이 2명 있고요. 그래야 안전하지요.”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화조 내부에 진입하려 오르내리는 사다리가 90도 직각 형식이라 발을 헛디디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었다. 내부도 불편한 자세로 움직이다, 정사각형의 널따란 정화조에 “언제든 빠지거나 악취에 노출되어 안전상의 부담을 초래할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조심해요.” 이 말이 취재 내내 오 씨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입에서 계속 반복됐다.
대구 정화조 업계, 이대로 괜찮지 않다
대구 동구에서 50년 넘게 정화조 업체를 운영한 이달희 대표는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1973년부터 대구에서 정화조 사업을 해 왔는데, 요즘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전했다. “일할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전형적인 구직난을 문제 삼았다. “대구는 대부분 직원이 60세 이상의 남성 고령자인데, 월급이 적으니, 유입이 안 된다. 젊은 청년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이 일은 피한다.”는 답답한 토로에는 전국에서 최저 수준인 대구의 정화조 청소 단가와 인구수 대비 타 지자체보다 많은 업체 수, 그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는 업계 상황이 있다.
2021년 4월 대구광역시의 요청으로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진행한 ‘분뇨 수집·운반 수수료 원가분석 용역’ 보고서를 참고하면, 21년 기준 울산을 제외하면 대구의 정화조 청소 요금이 16,550원으로 가장 낮았다. 울산의 경우, 청소 건당 지자체에서 일정 보조금이 지급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대구는 달성군을 제외하면 그렇지 않다.
‘최저가’에 묻힌 정화조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권리…희망은 있다
‘2021년도 대구광역시 분뇨 수집운반 수수료 원가분석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도부터 2020년까지 대구의 분뇨 및 정화조 수거량은 7억 4천만 톤에서 7억 톤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업체당 분뇨처리량도 만 천 톤에 그친다. 같은 기간 부산 2백만 2천 톤, 서울 7백만 8천 톤, 광주 2백만 5천 톤이었다. 이 수치는 앞으로도 분류식 하수관거의 확대로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1년 업체 수 66곳, 수거 인원 135명으로(현재 63곳, 97명으로 축소), 서울(업체 55곳, 직원 958명)과 부산(업체 43곳, 직원 232명), 대전(업체 15곳, 직원 96명)과 비교하면 직원 수 대비 업체가 과도하게 많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구 기준, 적정 업체 수는 38곳, 적정인원은 115명이다. 이들 대다수가 60대의 고령 근로자라는 점 또한, 21년 적정인원 대비 24년 근로자 현황이 되려 97명으로 감소한 결과를 낳았을 수 있다.
대구 구·군별 평균 수집·운반·청소 수수료도 L당 1만 6,990원, 초과요금은 1,493원으로 서울의 2만 2,343원, 1,845원, 부산의 2만 1,538원, 1,535원보다 현저히 낮았다. 기본요금이 울산, 대전 다음으로 낮았다. 청소 면적(㎥)으로 따졌을 때는 울산을 제외하고 모든 광역시보다 동일 면적당 최소 3,000원~최대 400,000원까지 낮았다.
적정 임금은 2020년 하반기 중소기업중앙회 제조업 단가를 기준으로, 기본급 210만 원에 유급휴일·연장근무, 연차수당, 상여금, 퇴직충당금을 포함하여 440만 원이었다. 연봉 5,200만 원에 달했다. 2023년을 기준으로 기본급이 230만 원으로 인상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의 적정 임금은 최소 5,000만 원 중반으로 예상된다.
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는, 훗날 노동자가 될 학생이나 청년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된다
”나는 이걸로 자녀 다 키웠어. 자식들도 예전엔 부끄러워했는데, 이제는 내 직업을 말하고 다녀. 힘들어서 이제는 그만두지만, 이걸로 반평생 먹고 살았다는 자부심은 있어. 이쪽 구역 사는 사람들 똥 한 번씩은 다 봤을 거.“ 김 씨는 정화조 청소 노동자라는 자신의 업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래서 자신보다 어린 청년도 직업적 사명과 자부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작업 환경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먹고 살 만큼은 돼야지. 후배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 좋겠어. 지금이야 정화조 일이 돈이 안 되니 관련 업계에선 제일 못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지자체 지원으로 여건이 나아지면 좀 변하지 않겠냐는 희망이 있지.”
아직 시간은 있다. 다행히 올해 6월 김상호 동구의회 의원(국민의힘, 도평·불로봉무·공산·방촌·해안)의 본회의 5분 발언을 시작으로, 대구의 정화조 업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뤄지는 중이다. 곧 대구 8개 구‧군 의원들과 학계, 업계 종사자가 참여하는 간담회에서 대구 정화조 청소 업계의 낮은 요금과 열악한 근로 환경을 해결하고 지원하려는 논의가 시작된다. 구·군별로 차이가 심한 청소 수수료 체계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일반화하는 표준원가제도를 도입하고, 작업 난도와 소요 시간, 거리를 고려한 할증제 도입이 필요하다. 정화조 업계의 대체 사업을 지원하고 감차 보상과 폐업지원금 지급을 명문화하는 실질적인 조례 신설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노력이 지역 주민의 공공 위생을 지키고자 오늘도 분투하는 정화조 청소 종사자들의 해묵은 염원들이 실현되는 초석이 되기를, 그들이 아프거나 지치지 않고 업을 이어가는 기반이 조성되는 한 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해당 보도는 ‘2024 대구경북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의 취재 활동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2024 대구경북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 참가자 이하준, 장은영, 최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