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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4월 정부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5월에는 각 지자체도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대구시와 경북도 1차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못해도 2018년 대비 40%까지 탄소배출량을 줄일 것을 못 박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놓은 계획은 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놓은 계획이 더 나은 지구 환경을 가져올 수 있을지 분석해봤다.
정부 기관이 각종 계획을 내놓지만, 종종 ‘계획’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있다. 대구시가 내놓은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도 그렇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고, 이미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산단 태양광 프로젝트’에 큰 비중을 둬 우려가 된다는 사실을 짚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구시 탄소중립의 실현 가능성을 살필 수 있는 지표는 예산 계획이다. 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전체 예산 중 많은 비중이 탄소 유발 예산으로 보는 게 옳아 보이는 철도 건설 예산인 점도 우려를 더한다.
2028년까지 7조 8,661억 원 예산 투입 예정
3조는 실현 가능성 불투명한 민자···남은 국비·지방비는?
민자 제외 예산 중 91%, 녹색교통 부문에 사용
대구시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개년 동안 7조 8,661억 5,900만 원을 탄소중립을 위해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중 3조 원이 태양광 프로젝트를 통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민자 예산이다. 7조 원이 넘는 전체 예산 중 민자가 가장 많은 3조 2,766억 2,500만 원(41.7%)을 차지하고, 국비가 3조 2,504억 4,800만 원(41.3%)으로 뒤를 잇는다. 대구시가 조달하는 지방비 비중은 16.3%, 1조 2,848억 8,600만 원 가량에 그친다. 4조 5,000여억 원 가량의 국비·지방비가 실제 대구시가 탄소중립 계획을 위해 쓰는 예산으로 봐야 한다.
국비와 지방비 4조 5,353억 3,400만 원 중 91.5%에 해당하는 4조 1,492억 8,400만 원이 녹색교통 부문 예산이다. 대구시 탄소중립 계획은 녹색교통을 포함한 8개 부문에서 세부 과제를 둬 탄소를 저감하는 걸 골자로 하는데,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은 민자 예산을 제외한 국비와 지방비의 거의 대부분이 1개 부문에 몰려 있다는 의미다.
대구시는 녹색교통 부문에 4조 원이 넘는 재원을 투자해서 2030년엔 2018년 보다 탄소 배출량을 31만 2,900톤 감축할 계획이다. 31만 2,900톤은 8개 부문 전체에서 감축을 목표하고 있는 402만 2,540톤의 7.8% 수준이다. 국비와 지방비는 90% 가량 쏟아붓지만, 감축량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 알 수 있다. 10%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필요한 예산이라면 의미를 평가할 순 있다. 하지만 녹색교통 부문 세부 과제를 보면 이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녹색교통 예산 중 85%는 철도 건설에 사용
철도 건설은 대표적 탄소 배출 사업인데 고려 없어
녹색교통 부문은 다시 16개 세부 과제로 나뉜다. 16개 중 온실가스 감축량을 전망할 수 있는 정량 사업은 10개다. 10개 사업 각각의 2030년 탄소 배출 예상 감축량은 ▲전기시내버스 보급 1만 6,547톤 ▲수소시내버스 보급 1,819톤 ▲전기택시 보급 4,399톤 ▲전기승용차 보급 3만 6,638톤 ▲수소승용차 보급 1,446톤 ▲하이브리드차 보급 9만 1,589톤 ▲전기화물차 보급 4만 7,220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 6만 5,663톤 ▲대중교통 마일리지제도 운영 4만 7,430톤 ▲전기자전거 보급 148톤이다.
정량적으로 탄소 감축량을 예상할 수 있는 10개 과제 중 8개 과제만 예산이 투입되고, 2개(하이브리드차 보급, 전기자전거 보급)는 비예산 사업이다. 31만 2,900톤을 감축할 10개 과제에 투입되는 예산은 6,335억 6,800만 원으로 4조 원이 넘는 녹색교통 부문 전체 예산 중 15.3%에 불과하다.
85% 가량은 감축량을 예측할 수 없는 정성 과제 6개에 몰려 있는데, ▲도시철도 4호선 건설사업 ▲도시철도 1호선 연장사업(안심-하양) ▲산업선 철도 건설 ▲광역철도(경산-대구-구미) 건설 ▲대구경북 신공항 철도 ▲AI 기반 스마트교통체계 구축 등이다. 6개 중 5개가 철도 건설 사업이다.
철도가 장기적으로 교통부문에서 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는 수단인 건 사실이지만, 건설 과정에선 오히려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문제가 있다. 국가철도공단이 2012년 내놓은 ‘철도건설현장 탄소발자국 산정연구’에 따르면 호남고속철도 오송~광주 구간 185km 철도 건설에서 배출된 탄소량이 375만 9,352톤으로 산정됐다.
도시철도 4호선 12.6km, 도시철도 1호선 연장사업 8.89km, 산업선 34.2km, 광역철도 23.85km(대구 구간), 신공항 철도 68km 등 계획된 철도의 연장 합계는 147.54km다. 2012년 연구와 구체적 조건을 따져보긴 해야 겠지만, 적잖은 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구시 계획에 따르면 예산 계획이 서 있는 2028년까지 철도 건설이 완공되는 건 1호선 연장과 광역철도, 산업선 뿐이다. 4호선과 신공항 철도는 감축 목표 연도로 설정된 2030년까지도 건설이 완료되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바꿔 말하면, 대구시는 약 3조 5,157억 1,600만 원(44.7%)을 녹색교통이라는 명분 아래 철도 건설에 투자하면서 탄소중립을 말하지만, 철도 건설에 사용되는 예산은 엄밀하게 볼 땐 탄소중립 예산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철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탄소를 감축하는 계획과 그에 따른 예산 계획이 담기는 게 더 탄소중립이란 목표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계속)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데이터 분석·정제 = 오나영 데이터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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