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저널리즘스쿨] 보이지 않는 헌신, 장애 통합반 보육교사의 현실과 과제

장애아 3명 미만 어린이집, 사각지대
헌신이라는 이름의 한계
교사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으로

18:03
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 주=뉴스민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경북협의회, 성서공동체FM, 시청자미디어재단 대구시청자미디어센터와 함께 7월 6일부터 8월 23일까지 ‘2024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을 진행했습니다. ‘숨은 노동 찾기’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저널리즘 스쿨에서는 15명의 청년들이 5팀을 꾸려 지역 문제를 탐색해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최우수상은 김가현, 심영민, 장세인의 <생계 절벽 앞에 선 대구경북 우체국 위탁 택배원>, 우수상은 이하준, 장은영, 최윤정의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합니꺼, 해야지요.” 대구 정화조 청소 업계의 나날>이 선정됐습니다. 아쉽게 수상작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김도윤, 박유경, 안수빈의 <보이지 않는 헌신, 장애 통합반 보육교사의 현실과 과제>, 김나빈, 김현정, 유소희의 <재난은 문자와 함께 시작된다, 재난 뒤에 숨겨진 노동>, 김가은, 김혜림, 정세은의 <포항 바다를 가꾸는 사람들>도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 모색을 위해 노력한 보도입니다. 뉴스민은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을 통해 제작한 결과물을 제출본 그대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노동은 언제나 하나의 이슈였다.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해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2021년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로 점점 처우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치는 목소리마저 가로막힌 교사들이 있다. 바로 장애통합반 보육교사다. 과도한 업무 환경으로 어린이집을 10년간 떠나있다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변한 것은 없었다고 전한다.
어린이집은 설립 주체에 대한 유형 외에도 장애아 전문 보육 여부에 따라 장애 전문 어린이집, 장애 통합 어린이집과 일반 어린이집으로 분류된다. 대구 1,035개소 어린이집 중 장애 전문·통합 어린이집은 단 14곳이다. 전체의 0.16%도 되지 않는 수치이다. 반면 장애통계데이터포털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장애아는 503명, 전체 영유아의 약 0.4%를 차지한다. 장애 전문·통합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를 전부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바로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일반 어린이집’이다.
대구에서는 43개소가 일반 어린이집에서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함께 보육하고 있다. 이러한 보육은 ‘통합반’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되며 이에 대한 전문·통합 어린이집과 일반 어린이집이 받는 지원에 차이가 생긴다.
통합반 보육교사들은 전문·통합 어린이집과 달리 인건비나 언어치료 인력을 지원받지 못하고, 장애아를 보육하더라도 인원수에 따라 통합반으로 인정받기조차 쉽지 않다. 더군다나 장애아의 잦은 전원 등으로 운영에 일관성을 가지기도 어려우며, 장애아와 비장애아의 특성을 이해하며 함께 보육하기는 더욱 힘들다. 높은 업무 강도와 좋지 않은 처우로 통합반 보육교사들은 개선을 호소하고 있으나, 사회의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8월 한낮 대구 모처 어린이 공원의 놀이기구. 무더위로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어린이는 보이지 않는다.
장애아 3명 미만의 어린이집,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장애아 3명 미만인 어린이집에서는 장애아 전담교사를 배치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한 명의 보육교사가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현실을 의미한다. 대구 동구에서 일반어린이집 원장으로 장애통합반을 운영 중인 A 씨는 원 내 장애아가 3명에서 1명 부족한 2명이어서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고충을 이야기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할 때도 인건비로 충당하기에 매우 부족하다.
“해당 반이 만 0세여서 보육교사가 한 반에 2명인 거지, 장애아가 3명에서 1명 모자란 2명이라 지원받고 있는 건 기관보육료 50만 원가량이 전부입니다. 국가에서 보조교사라도 둘 수 있게 적정한 인건비를 책정해 주거나 교사 대 아동 비율을 1:2로 낮추었으면 합니다.”
또한 A 씨는 장애아 보육에 있어 사회적 인식도 하나의 큰 과제로 남아있음을 염려했다. “교사의 처우  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말 아이들을 위해,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아동의 부모님에게 권유해도 진단받기를 거부하고 아이의 상태에 대해 직면하지 않으려고 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장애 진단을 꺼리는 풍조가 결국 장애 보육 최전선에 있는 보육교사의 업무 과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같은 어린이집에서 장애통합반 담임교사로 근무 중인 교사 B 씨는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는 개별아(장애아)가 3명이었는데 1명이 전원을 가게 됐어요. 그때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지금도 개별아들은 항상 선생님이 옆에 붙어있어야 해요. 바쁘기도 바쁘고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서라도, 파트타임이라도 선생님을 한 분 더 모시고 싶은 게 저희 바람이에요.”
장애아 3명 이상의 어린이집, 여전한 도전
장애통합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만 3세 반 담임 보육교사로 일하게 된 교사 C 씨는 통합반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만 3세는 코로나 영향으로 언어 발달이 늦은 편인데, 특히 장애아 3명 모두 발화 단계 전으로 의사소통과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계획된 활동이 마음에 안 들면 감정적으로 표출하기도 해요. 그럼 같은 공간에서 다른 활동을 하거나, 완전히 분리해서 활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장애통합 운영 매뉴얼이나 교육과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고민이 생길 때마다 다른 반 보육교사분들은 물론 원장님과 함께 의논해서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편이에요.”
이처럼 장애통합반 운영은 교사의 지속적인 노력과 집중을 요구한다. 장애아의 개별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는 일은 쉽지 않으며, 이는 보육교사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누적시킨다. 장애아 수에 따른 지원 체계가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현행 영유아 보육법에 따르면 교사 대 아동 비율이 1:3 이상일 때 장애아를 전담으로 돌보는 교사를 추가로 배치할 수 있으며, 3명 이하일 경우에는 통합반에 추가 교사 배정이 어렵다. C 씨는 통합반을 꾸리며 어려웠던 점을 회상했다.
“교사 대 아동 비율 1:3으로 3명의 장애아를 전담으로 돌보는 보육교사를 배치할 수 있어요. 장애통합반을 운영하기 전 해당 아동의 부모님을 설득할 때도 ‘장애아가 되어야 아이를 봐줄 교사가 늘어난다’는 것을 잘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가장 걱정이 큰 기록 여부에도 ‘장애통합반이 된다고 해서 아이가 장애인이라고 기록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었지요.”
장애아 현원 3명인 장애통합반의 장애아 전담교사로 배정된 교사 D 씨는 “장애분야 전문가가 아닌데 장애아를 책임지고 돌보는 것에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3명의 아이를 맡아도 장애 강도가 중한 한 명에게 돌봄이 집중된다”며 “보조인력이 배치되거나 아동의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1:1이나 1:2로 맞춰야 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알렸다.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보육교사들은 부모들에게 장애 진단을 권유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장애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부모들이 많아 진단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보육교사들에게 더 큰 심리적 부담을 안겨준다. 20년 이상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A 씨는 “실질적인 국가 지원 체계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동시에 “부모들의 인식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보육교사들에게는 또 다른 도전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헌신이라는 이름의 한계
통합반 보육교사들은 사명감으로 몸과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통합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달리 통합반 보육교사들에게는 인건비나 수당이 별도로 지급되지 않으며, 장애아 교육을 위한 예산이나 특수 장비도 대부분의 경우 충분하지 않다. 대구 남구에서 15년 넘게 장애아를 돌봐온 보육교사 E 씨는 “적은 인원의 보육교사들이 막대한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이들이 꼬집거나 때려서 부상을 입는 일이 많지만,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요. 학교라든지 사회에 나가서 이런 폭력 행동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준비,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취학 전 시기가 아주 중요하죠. 하지만 어린이집 보육료 55만 9,000원으로 이러한 교육에 드는 예산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15년 넘게 통합 보육 최전선에서 일해온 E 씨에게, 기자는 노동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답변은 놀라웠다. “장애아를 보육하는 교사들은 물론 힘들지만, 사명감을 갖고 하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잘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 때문이에요. 돈도 돈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으니까요.”
E 씨는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다 잠시 멈추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희 동료들은 돈보다는 언어치료사나 특수 장비 지원을 우선적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서울경·기 쪽에는 이러한 지원이 훨씬 잘 되고 있어요. 한강 이남에서 가장 선두적인 특수학교가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인데도 대구는 이러한 지원이 잘 안되고 있죠.”

교사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으로

▲지난 7월 25일 취재한 통합반 운영 중인 대구 소재의 어린이집. 학부모와 원아들에게 받은 편지를 보관하고 있다.
통합반 보육교사들의 헌신은 장애아를 비롯한 모든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질 낮은 근무 여건과 미흡한 지원으로는 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힘들고, 아이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장애아 보육과 관련된 제도 및 지원 체계의 개선은 유보통합을 앞둔 지금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통합반 보육교사를 위한 체계적인 매뉴얼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의 업무 과중을 해소하기 위해 전담교사 인건비와 언어치료사 지원이 시급하다. 시설 방면으로는 장애통합보육에 의지가 있는 원이 시설 확충을 통해 전문·통합 어린이집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통합반 보육교사의 존재 자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지금이다. 이들의 고충이 수면 위로 떠올라 사회에 문제로써 인식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이끌어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보육교사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첫걸음이자 지속 가능한 통합 보육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해당 보도는 ‘2024 대구경북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의 취재 활동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2024 대구경북 커뮤니티 저널리즘 스쿨’ 참가자 김도윤, 박유경, 안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