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대병원, 간호사 보직 빌미 노조 탈퇴 강요 의혹···노조 반발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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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병원이 간호사 직군 중심으로 이뤄진 노조 조합원에게 탈퇴를 강요하는 등 탄압에 나섰다며 노조가 반발했다. 노조는 병원이 비상경영 체제를 결정·운영하는 과정에 노조를 배제하고 있으며, 간호사 보직을 빌미로 노조를 탈퇴하도록 회유하거나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비상경영 체제 운영에 노조를 배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노조 탄압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대가대병원은 전공의 사직 후 환자 감소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비상경영을 선포한 바 있다.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대가대의료원분회는 병원 측이 전공의 사직 후 업무를 부당하게 간호사들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무급휴직 등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이에 저항하자 병원 측은 전방위적으로 노조를 탄압했고, 실제 탈퇴 인원이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조합원 탄압 사례로 ‘간호처 팀장과 수간호사들이 업무시간에 조합원들과 면담하며 노골적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 ‘업무시간에 팀장이 노조 간부에게 찾아와 앞으로 보직을 준비해야 하니 노조를 탈퇴하라고 강요’, ‘수간호사가 노조에 가입한 신규간호사에게 왜 노조를 가입했냐며 질책성 발언’ 등을 지적한다.

노조는 비상경영 선포 이후 병원 측이 실제로 간호처 책임간호사 등 보직자리를 21개 늘렸으며, 이어진 노조 탄압으로 올해 5월에서 8월 사이 간호사 조합원이 64명 탈퇴했다고 한다. 작년 한 해 간호사 조합원의 탈퇴 건수는 14명이었다. 노조는 접수된 사례들을 모아 다음주 중 병원 측을 부당노동행위로 신고할 예정이다.

배호경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대가대의료원분회장은 “보직대상자인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에게 보직을 달려면 노조를 탈퇴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요했다”며 “이 과정에서 갑자기 탈퇴서가 팩스로 접수되기 시작했다. 간호처가 계획적으로 수간호사들을 통해 노조 탈퇴 방법을 조합원들에게 알려주고 탈퇴 여부를 확인까지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 인사노무과 관계자는 “간호사만 990여 명이 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알 순 없지만 사측이 노조 탈퇴를 강요한 적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걸 알고 있고, 현재 경영 상황상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숙련된 간호사들이 진료지원(PA) 간호사로 배치되고, 신규 인력들이 병동으로 투입되는 상황에서 중간관리자가 더 필요해졌다. 그래서 보직자리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12시 30분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는 대가대병원 스텔라관 1층 로비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26일 오후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는 대가대병원 스텔라관 1층 로비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노조 탈퇴공작, 노조활동의 지배개입은 분명한 부당노동행위임이 분명함에도 대가대병원 간호처의 부당노동행위는 극에 달하고 있다”며 “노조가 의료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결국 경영진은 대가대의료원 사측이 노조 무력화를 위해 조합원이 가장 많은 간호사를 탈퇴시키는 간호처의 부당노동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끝이 보이지 않는 의료대란 속에 무너져가는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전공의들이 떠난 환자 곁은 힘겹게 지키고 있는 직원들에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임금 인상, 노동조건 개선, 복지향상을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호경 대가대의료원분회장은 “노동조합은 병원 직원의 대변자로서 직원들의 임금, 권리, 복지, 나아가 환자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직원이 안전하고 행복해야 환자들에게도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공공성을 높여나갈 수 있다”며 “그럼에도 노동조합을 혐오하고 탄압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간호처와 보직자들, 부당노동행위를 방관하는 경영진에게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대구지역지부장은 “비상경영을 틈타 노조탈퇴 종용을 일삼고 조합원 비조합원 갈라치기 하는 대가대의료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무급휴가, 노조 탈퇴로 직원을 괴롭히는 관리자가 있는 병원에 환자를 믿고 맡길 수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한 병원에서 환자가 제대로 치유될 수 없다”고 전했다.

대가대병원은 올해 3월 비상경영을 선포한 뒤 6개 병동을 폐쇄했다. 올 초 50% 아래로 떨어졌던 병상가동률은 8월 현재 60%까지 올라왔다. 병원 측은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꾸려 보건복지부 정책에 발맞추는 동시에 PA 간호사 인력을 늘려 진료의 질을 유지하고 환자 안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