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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정 기간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대구시 고용률이 올해 들어 지속해 하락세다. 대구시는 민선 8기 들어 미래 신산업으로의 산업구조를 전환한 덕분에 고용률이 늘었다고 홍보했지만, 애초 고용률은 지자체 정책이 즉각 반영되는 통계가 아님에도 대구시가 일시적 현상을 두고 과하게 치적쌓기에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5월 대구시 고용률은 61.9%로, 최근 5년간 통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0년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의 최근 5년 간의 평균 고용률이 58.7%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을 훌쩍 상회하는 수치다.
당시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침체된 지역 산업 구조를 적시에 개편하지 못했다는 판단하에 로봇·미래모빌리티·ABB·반도체·헬스케어 등 5대 미래 신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대전환하고, 대규모 투자유치에 시정역량을 집중해 단기적 일자리 창출보다 산업중심의 지속가능한 지역일자리를 창출해 온 결과”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57.9%로 최근 5년 평균 고용률인 58.7% 밑으로 떨어진 뒤, 올해는 약간의 반등기간을 제외하곤 계속해서 하락세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 대구시 고용률은 58%로,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5월보다 3.9% 떨어졌다. 대구시 주장대로 지역 산업구조 전환에 따라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으로 고용률이 상승한 거라면 지난해 2분기 수치가 어느 정도 유지됐어야 한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또한 대구시는 ‘단기 일자리보단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창출된 결과’라고 홍보했지만, 당시 실제 취업자 수 절반 이상은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에서 늘어났고, 고용률 수치가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부터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고용률 상승에 단기 일자리 영향이 컸던 걸로 해석된다.
2023년 5월 대구시 취업자 수는 128만 4,000명으로 2022년 같은 달보다 4만 4,000명 증가했다.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2만 2,000명)과 건설업(1만 7,000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7,000명), 제조업(4,000명) 등 업종에서 취업이 늘었다. 절반 이상이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에서 늘었는데, 여기엔 단기직 중심의 지자체 공공일자리가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고용률 변화는 지자체보다 중앙정부 정책 영향이 더 크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이승협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과 관련된 일자리 정책 방향을 잡고 지원금을 배포하는 건 고용노동부”라며 “대구시 일자리 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중앙정부 사업이다. 결국 지자체는 그 사업을 가져와서 매칭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고용률이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것에 대한 책임은 엄밀히 따지면 지자체장과 관계가 없다”고 짚었다.
공공근로 사업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공공근로 사업은 지방이 돈을 쓰지만 고용노동부가 재원을 분할해 뿌린다. 대부분 단기성 일자리고 일종의 지원금 성격을 갖는다”며 “고용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고용률이 올라가거나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나 현대자동차 공장 유치처럼 가시적인 기업 유치 성과가 없었다는 의문을 제기하며 기업 유치 성과라는 대구시 홍보도 사실과 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투자유치에는 협약을 맺은 단계까지 포함되는데, 그게 얼마나 고용률에 효과가 있겠나. 투자를 결정했다 해도 실제 공장을 지어서 고용하기까진 최소 3년 이상 걸린다. 오히려 지금 투자유치의 결과로 수치가 좋아졌다고 하는 건 이전 시장의 성과라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윤정 대구시 고용노동정책과장은 올해 고용률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올해 들어 수출, 생산, 소비, 기업경기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상반기에는 회복이 힘들었지만 하반기에는 신산업 구조개편 성과를 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투자유치의 성과라고 보는 이유에 대해선 “당장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신규 고용이 발생했다. 엘앤에프의 경우 국가산단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홍 시장님이 들어오시고 최소 2년이 걸리는 허가 기간을 40일 만에 착공할 수 있도록 줄였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에 400명 이상을 채용했다. 이런 성과들로 고용률 수치 변화를 끌어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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