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반대는 대한민국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기고]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16:07

    [편집자 주=정부와 언론이 성주 군민들의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투쟁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며 처벌하겠다는 악의적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이에 외부세력으로 지목된 변홍철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개인 성명을 발표했다. <뉴스민>은 변홍철 위원장 동의를 얻어 글 전문을 싣는다.]

    경찰이 성주 군민들의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투쟁과 관련하여, ‘외부세력’ 운운하며 제가 지난 7월 15일 성주군청 앞 주민 집회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저는 SNS 등을 통해, 제가 당시 현장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현장 상황을 전하는 등, 집회 참가 사실을 공공연히 밝혀 왔습니다.

    저는 현재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녹색당 후보로 대구 달서갑 선거구에 출마한 바 있는 정치인입니다.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는 녹색당의 중요한 당론 중 하나입니다. 군축과 반전평화를 실현하고, 핵발전 등 부당한 국가정책에 맞서 민주주의와 지역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녹색당의 존재 이유입니다.

    더구나 ‘사드 배치 반대’는 지난 제20대 총선 출마 당시 저의 선거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녹색당의 정치인으로서, 정부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사드 배치 지역 결정 및 발표에 대해, 해당 지역민들과 함께 분노하고, 특히 두려움과 혼란을 느끼는 주민들과 현장에서 함께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오히려 추진 절차의 위헌성마저 거론되고,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날로 거세지는 중차대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무책임을 탓해야지, 어떻게 민주주의와 헌법가치, 주민들의 생존권과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현장에서 연대하는 정치인을 ‘외부세력’으로 몰 수 있습니까.

    경찰의 논리대로라면 그 어떠한 정당도, 정치인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침몰하고 있는 배를 보고도, 팔짱이나 끼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정부와 경찰은 저를 비롯한 몇 명의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당시 집회에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성주 군민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깎아내리고 고립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저를 비롯해 현재 경찰에 의해 지목된 소위 ‘외부세력’들은 당일뿐 아니라 지금까지, 성주 군민들의 투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7월 15일 성주군민들은 황교안 총리와 면담을 요구했지만, 경찰에 둘러싸여 접근조차 거부당했다.
    ▲7월 15일 성주군민들은 황교안 총리와 면담을 요구했지만, 경찰에 둘러싸여 접근조차 거부당했다.

    제가 15일 당일, 성주 군청 앞에서 한 일은, 놀라운 자치력으로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신 성주 군민들께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풀뿌리의 저력을 배우고, 존경의 마음을 가진 것입니다. 주민들로부터 이 어려운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지혜를 얻은 것입니다.

    마치 ‘외부세력’의 개입과 선동으로 지금 성주 군민들의 투쟁이 조직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주민들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헌적이고 매국적인 사드 배치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저는 오히려 제가 속한 녹색당과 제 자신이 원외의 작은 정당으로서, 주민들의 투쟁에 더 큰 힘을 보태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래 왔듯이, 녹색당은 고통받는 이웃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 개발과 국가폭력으로 신음하고 이에 저항하는 국민들이 계신 모든 현장이 저희 녹색당에게는 ‘국회’입니다. 권력의 주인, 주권자들이 계신 곳이 바로 ‘의사당’입니다.

    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저는 경찰의 겁박에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녹색당 당원들과 함께, 사드 한반도 배치를 막아내기 위해, 당당한 대한민국 ‘내부세력’ 주권자로서 꿋꿋이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2016년 7월 19일
    변홍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