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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4월 정부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5월에는 각 지자체도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대구시와 경북도 1차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못해도 2018년 대비 40%까지 탄소배출량을 줄일 것을 못 박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놓은 계획은 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놓은 계획이 더 나은 지구 환경을 가져올 수 있을지 분석해봤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인류가 현재 배출하는 탄소량을 감축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머지않아 대한민국에서 겨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고한다. 대구도 다르지 않다. 올해 대구에서 태어난 아이는 20살이 되는 해에 지금보다 여름이 30일 더 늘어난 대구에서 살게 될지 모른다. 그 상태로 아이가 중장년에 접어들 무렵이 되면 대구는 1년의 절반을 여름으로 나고, 겨울은 사라진 도시가 되어 있을 거다.
지금보다 더 더운 일상이 당연해지는 미래를 막기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는 탄소중립 실천을 과제로 삼기로 했다. 지난 4월 정부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5월에는 각 지자체도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대구도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1차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대구시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5% 감축하는 걸 골자로 한다. 2018년 대구시 탄소배출량은 1,234만 2,000톤으로 산정되는데, 대구시는 2030년까지 별도의 인위적 조치를 하지 않아도 배출량은 1,080만 5,000톤까지 감축(2018년 대비 12.5% 감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구시는 여기에 402만 2,540톤을 추가로 감축하면, 약 555만 9,540톤(45.05%)이 감축된 678만 2,460톤을 배출 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배출량은 점진적으로 줄여서 2050년에는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것이 대구시의 목표다.
대구시는 ▲기후환경 ▲시민생활 ▲순환경제 ▲산림/농·축산 ▲경제산업 ▲에너지전환 ▲녹색교통 ▲건물/도시 8개 부문으로 나눠 세부 감축 계획을 세웠다. 402만 2,540톤 감축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감축량의 54.1%에 해당하는 217만 4,657톤을 에너지전환 부문에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산림/농·축산 부문이 21.0%(84만 6,357톤)으로 뒤를 이어서 에너지전환과 산림/농·축산 부문에서만 감축량의 75.1%를 줄이는 게 목표다.
대구시, 2018년보다 2030년엔 555만 톤 감축 목표
555만 톤 중 큰 비중을 에너지전환 부문에서 감축 계획
에너지전환 부문 사업 중 큰 비중 차지하는 ‘산단 태양광 사업’
하지만 2024년 8월 현재 시점에서 평가를 해본다면 대구시의 목표치는 허황됐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많은 감축량을 할당 받고 있는 에너지전환 부문 감축 노력이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 부문은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 확대 ▲발전용 풍력 보급 ▲산업단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시민햇빛발전소 ▲건물용 태양광 발전소 건립 ▲친환경에너지 생산단지(태양광) ▲친환경에너지 생산단지(연료전지) 등 7개 세부 과제로 나뉜다. 이중 2030년 감축 목표치(217만 4,657톤)의 42.57%에 해당하는 92만 5,667톤을 산업단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이뤄낼 계획이다.
대구시가 내놓은 에너지전환 연차별 감축량을 보면 ‘산업단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2024년 46만 2,917톤 감축을 이뤄낸 후 2025년부터 2030년까지 꾸준히 92만 5,667톤을 감축해 낼 수 있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최종 목표치의 50% 가량을 2024년에 달성하고 나머지 50%를 2025년에 달성해 2030년까지 유지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산업단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2022년 12월, 홍준표 시장이 3조 원의 투자 유치를 이뤄냈다고 자랑한 ‘대구 스마트 산단 지붕형 프로젝트’다. 홍 시장은 한화자산운용를 통해 3조 원의 자금을 조달해 산업단지 내 유휴부지와 지붕에 1.5GW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사업은 2025년 12월에 완성되는 게 목표였지만, 현재 답보 상태다.
지난 6월 민선 8기 2주년 기자회견에서 홍 시장은 “당초 이 사업은 한화자산운용이 하기로 했는데 펀딩이 잘 안되어서 다른 6개사로 새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사실상 최초의 구상이 어그러졌다는 걸 시인했다.
다만 홍 시장은 “당초 한화자산운용이 최대 3조 원 규모의 민자 펀드를 만들기로 했으나 새로 선정된 업체들은 이보다 훨씬 큰 5조 원 정도의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며 사업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이들 기업도 대부분은 실체적인 투자까진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7월 기준 목표치의 0.6% 수준 달성한 산단 태양광 사업
탄소중립 계획 재정 부풀리는 효과도···전체 재정 중 약 40% 차지
태양광 사업 실패하면, 법률상 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도 달성 못 해
지난 7월 기준으로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투자사 중 신한자산운용이 152억 원 가량을 투자했고, 이 재원으로 19개사 9.2MW 수준의 태양광 설비가 가동 중이거나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구시가 애초 목표한 1.5GW의 0.6% 수준으로, 이를 감축량에 단순 대입해보면 5,554톤 가량 감축한 셈이다. 2024년 목표 감축량의 1.2% 수준이다.
산업단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은 대구시가 탄소중립을 위해 투입하는 재정도 부풀리는 효과를 내고 있어 1차 탄소중립 계획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대구시는 2028년까지 탄소중립 계획 실천을 위해 7조 8,661억 5,900만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중 41.7%에 해당하는 3조 2,766억 2,500만 원은 민자다. 민자 중 3조 원이 산업단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 즉 태양광 프로젝트 재정이다. 152억 원이 현재까지 투자된 걸 고려하면, 이 재정 규모는 대폭 줄여 계산하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산업단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이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홍 시장 취임 이후 그의 치적을 부풀리기 위해 현실성이 낮은 사업을 탄소중립 계획의 일환으로 포함했다가 달성하지 못해 생길 불상사는 대구 시민의 몫이 될 수 있다.
이 사업을 통한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량 92만 5,667톤이 미달성될 경우,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5% 감축 목표 달성은 요원해진다. 45% 감축은 대구시가 임의로 설정한 것도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는 걸 법률상의 중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92만 5,667톤을 제외하면, 대구시의 2030년 감축량은 2018년 대비 37.5%까지 줄어든다.
국가가 정한 목표치도 기후위기 대응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는 걸 고려하면, 이조차 달성하지 못할 수 있는 대구시의 계획이란 건 있으나 마나 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별수 없는 상황이다. (계속)
취재·기사=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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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정제 = 오나영 데이터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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