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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세우고, 나아가 박정희 동상까지 건립하려는 것을 두고 국회에서도 불법적이고, 권한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국가철도공단이 용산역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문제삼아 변상금을 계속 청구하고 있고, 과거 충남 아산시가 온양온천역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려 했지만 공단이 불허한 사례 등이 거론되면서 공단의 오락가락하는 잣대가 문제로 지적됐다.
21일 오전부터 열린 국회 417회 임시회 1차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선 대구시가 지난 14일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세운 일이 도마에 올랐다.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인천 남동구갑)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표지판의 불법성을 따져 물었다.
의원들과 장관 및 이사장 간 질의응답을 종합해 보면, 국토부와 공단은 현안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대구시의 표지판 설치를 문제삼지 않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적으로 역명과 역 광장 이름을 달리 쓰는 경우가 없음에도 지자체가 ‘별칭’을 쓸 수 있다는 취지로 국토부는 입장을 밝혔고, 공단은 동대구역 광장 시설이 준공 전이라 준공 전의 시설 유지·관리 등의 권한이 대구시에 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시갑)은 아산시장 시절 경험과 용산역에 건립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사례 등을 들며 공단이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복 의원은 “용산역이 과거에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열차를 타고 출발했던 상징적인 곳이라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했는데,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 정부 들어 변상금을 1,250만 원 정도 계속 부과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시장 시절에 온양온천역 광장에 소녀상을 설치하려고 공문을 보내고 받았던 것들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동대구역과 마찬가지로 온양온천역도 아산시에서 유지·보수 관리를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동대구역에 대해선 유독 다른 기준을 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힐난했다.
국토부 차관을 지내기도 한 손명수 의원(경기 용인시을)은 대구시의 권한 없는 행정에 국토부가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손 의원은 “역명과 역 광장이 다른 경우가 있느냐. 없다. 역 광장은 역명을 따르게 되어 있다”며 “동대구역 광장의 경우 지자체장이 역명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아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표지석을 설치하는데, (국토부) 자료도 문제가 있다”며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별칭을 부르는 게 가능하다는 건 맞지 않는 이야기다. 그러면 앞으로 어떤 역이든 지자체가 별칭을 정해 역명과 다른 광장 이름을 다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철도사업법 4조 자체가 무효화되는 것이다. 법이 있고, 그 법을 지켜야 국가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성해 이사장은 복 의원 지적을 두고 “노동자상 설치는 이용객 이동 동선에 장애가 생길 수 있는데, 불법, 무단으로 설치한 것이라 국유재산법에 따라 변상금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동대구역 광장은 건설 중에 있는 자산이고 관리권은 대구시에 있다. 신속하게 준공을 하도록 하고, 이후에 적정한 처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손 의원의 지적을 받은 후 “지적에 동의한다. 자체적으로 별칭을 정해 부르는 것도 가능하다고 되어 있어서 법률적으로 가능한 것 같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라며 “(대구시로부터) 공식적으로 역명 변경, 표지석 설치에 관한 제안은 없었다. 아직 준공 전이기 때문에 공사 중에 있는 시설물에 대한 관리권자가 대구시장이고, 대구시가 일정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선 적법한지 혹은 시정 조치를 명해야 할 만한 위법한 사안인지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답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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