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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안(거부권)을 행사하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에선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19일에는 대구지역 단체들이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노란봉투법이라고도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뒤 22대 국회에선 이전보다 노동자 권리를 더욱 폭넓게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관련기사=22대 국회에서 살아난 노조법 2·3조 개정안, 이번엔 통과될까(‘24.06.25.))
윤 대통령은 2년 3개월 재임 중 이번을 포함해 21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약자 보호’ 운운하지만,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단결해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하는 행위를 철저하게 가로막았다”며 “한국사회 변화를 거부하는 정권과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고 윤석열 정부 퇴진 투쟁을 예고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도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은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행위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할 대안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라며 “노동시장 양극화와 노동약자 보호를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선 ‘윤석열 심판 대구시국회의’ 주최로 윤석열 정권 퇴진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구지역 82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인 대구시국회의는 “벌써 21번째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윤석열 퇴진 투쟁을 본격화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거부한 것은 노동자들의 삶, 안전, 권리이다. 전국 곳곳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노란봉투법 통과를 염원했으나 정부는 이를 짓밟았다”며 “정부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사회·정치적 힘을 갖는 게 두려운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태 건설노조 대경건설기계지부 조직부장도 “건설노조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10년 이상 요구해 왔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할 때도 통과하지 못했다”며 “특수고용노동자, 특히 건설현장의 건설기계 노동자는 내일 어디에서 일할지, 일을 하고 나면 돈은 언제 받을지 모르는 열악한 조건 속에 있다. 우리를 위해서라도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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