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변의 헤어질 결심] 전 재산을 주겠다는 각서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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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스타에 올린 웨딩 사진처럼 완벽해 보이던 결혼생활. 하지만 2023년 통계는 우리에게 다른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두 커플 중 한 커플이 ‘언팔로우’를 선택한다는 거죠. 어떨 때는 사랑스럽다가도 어떨 때는 원수같이 느껴지는 우리 부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요? 박경연 변호사가 어쩌면 지금 ‘헤어질 결심’을 고민하는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한 중년 남성이 상담을 하러 오셨습니다. 이 남성은 음주를 하면 필름이 자주 끊기는데 그때마다 아내가 한 번만 더 음주하면 전 재산을 아내에게 준다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하였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지금까지 여러 장의 각서를 써 주었습니다. 이 남성은 각서를 쓴 후에도 음주를 했고, 아내는 각서를 내밀며 전 재산을 자신에게 이전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혼 상담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부가 서로의 잘못에 대한 화해 내지 용서의 의미로 각서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로 외도나 폭행, 잦은 음주, 도박 등의 잘못을 저지른 후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서의 내용은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반복하게 되는 경우 전 재산을 배우자에게 주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각서의 작성 주체는 아내보다 남편 쪽이 월등하게 많아서 주로 남편들이 각서의 효력을 궁금해합니다.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각서는 효력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간혹 ‘각서는 효력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답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조금 위험한 답변입니다. 정확한 답변은 ‘협의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에 관한 내용은 소송에서는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관한 우리 법원의 입장은 아래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 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으로,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 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 (대법원 2001. 5. 8. 선고 2000다58804 판결 참조)

우리 판례는 혼인기간 중 장래에 협의 이혼할 것을 전제로 하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고 실제로 협의 이혼을 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효력이 있으나, 혼인 기간 중 협의 이혼을 전제로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였으나 실제로 소송 이혼을 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효력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즉 전 재산을 주겠다는 각서는 ‘협의’ 이혼 시에는 효력이 있으나 ‘소송’ 이혼에서는 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각서는 효력이 없다더라’는 잘못된 답변을 믿고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한 뒤 협의이혼을 했다가 추후 재산분할을 다시 청구한 사건에서,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협의의 효력이 유효하다라고 판결이 나온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서는 함부로 작성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각서 작성 후 이혼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면, 협의이혼으로 진행해서는 안되고 소송이혼으로 진행해야만 각서에 적힌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무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각서의 유효성을 주장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협의이혼으로 진행해야 각서 내용대로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으며, 만약 원치않게 소송으로 진행이 된다면 비록 각서에 적힌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무효라 하더라도 그러한 협의에 이르게 된 경위와 기여도 등을 꼼꼼하게 소명해 최대한 각서의 내용과 근접하게 재산분할을 받아올 수 있게 소송을 진행하셔야 합니다.

박경연 공동법률사무소 예원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