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수도사업본부 중대재해 책임, ‘시장 아닌 본부장에게’ 규정 마련

"실제 권한 있는 지자체장, 산재 예방 소극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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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이 단체장이 아니라 본부의 책임 공무원에게 부과되는 운영 규정이 전국적으로 마련되고 있다. 대구시도 최근 기존의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안전보건관리규정을 폐지하고 상수도본부장을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하는 상수도사업본부 자체 규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실질적 경영책임자에게 안전의무를 부여해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고려하면, 행정기관에서부터 중대재해 책임을 덜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8일 대구시가 마련한 ‘상수도사업본부 안전보건관리규정 폐지 계획’에 따르면, 대구시는 2023년 중대산업재해 예방 종합계획,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근거해 상수도본부장을 상수도사업본부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하는 자체 규정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7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앞두고 대구시가 ‘대구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안전보건관리규정’을 만들었지만, 이를 폐지해서 상수도사업본부 자체 규정으로 대체한다는 의미다.

이미 지난해 2월 대구시는 ‘대구시 중대산업재해 예방 종합계획’에서 상수도사업본부와 시의회를 제외했다. 대구시는 해당 기관들을 독립된 기관으로 보고 대구시 안전보건관리체계에서 제외했고, 상수도본부의 안전보건관리규정은 대구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부시장 총괄로 관리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따라 상수도사업본부장 총괄로 전환할 에정이다. 대구시는 이달 안으로 행정예고와 법제심사를 거쳐 다음달에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상수도사업본부 경영책임자 본부장으로 보는 해석 내놔
중대산업재해감독과, “이중적 지위 해석 문의 많아···상수사업본부도 지방공기업”

대구시의 이러한 조치는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해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펴낸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산업재해 질의회시집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방공기업인 상수도사업본부 경영책임자를 본부장으로 보고, 별도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노동부는 상수도사업본부가 지방자치단체 소속기관으로 공무원들로 조직이 구성되고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관리자를 임명하지만, 상수도사업본부가 ▲일반 행정업무와 달리 지방공기업법에서 정하는 독립성·특수성이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치되는 점 ▲관리자 업무 범위를 고려할 때 안전·보건에 관한 실질적 조치는 지방직영기업 관리자의 권한과 책임으로 가능하다는 점 ▲중대재해처벌법에 지방공기업의 장을 경영책임자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이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서울과 부산 등 타 지방자치단체 상수도사업본부 역시 자체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된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관계자는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직영기업이지만 지방자치단체 하부조직처럼 움직인다는 이중적 지위가 있어서 해석을 두고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며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방공기업법’에 해당하는 ‘지방공기업’이기 때문에 ‘지방공기업의 장’ 역시 시장이 아닌 본부장”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책임자에게 안전의무를 부여해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예방하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비춰보면 노동부의 이같은 해석은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지자체장이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과 책임 의무에서 벗어나 안전의무 이행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수도사업본부는 간간히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위험 업무 기관이다.

지난 2022년 대구상수도사업본부 관할인 죽곡 정수사업소에서 정화조를 청소하던 하청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자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대구지방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상수도사업본부 경영 권한 및 책임 주체가 상수도사업본부장이란 해석을 통해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하지 않았다. (관련기사=대구 죽곡정수장 산재 사망, 홍준표 중대재해법 적용 피할 듯(‘23.06.05))

서동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서 산업재해를 막겠다는 취지”라면서 “지자체가 지방공기업의 예산과 인사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라면, 지자체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한데 원래 법 취지에 비춰본다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경기도 음식물 쓰레기 수거 위탁업체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지자체장은 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노동부에선 사고가 나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여부인지 먼저 판단을 하는데 하청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지자체장을 실질 사용자로 보지 않았다. 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좁게 해석하면서 실제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