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성주군민 수는 줄지 않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19일 저녁 8시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2천여 명의 성주군민들은 “사드 성주 배치 반대”가 아닌 “한반도 배치 반대” 구호를 외쳤다. 또, 사드뿐만 아니라 군청을 상대로 2년 동안 지정폐기물매립장(성주읍 삼산2리) 폐쇄투쟁을 벌여온 주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촛불집회 거듭하며 투쟁 방법 함께 결정
백악관 온라인 청원 운동 동참 호소
마을 곳곳 경로당 다니며 사드 문제 홍보키로
촛불집회를 거듭하면서 성주군민들은 다양한 이야기와 문화마당을 열고 사드 배치 투쟁 방법을 정했다.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는 회의 결과를 참가자들과 공유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백철현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제 얼굴을 자주 보는데, 매일 일일보고를 드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미국 백악관 온라인 청원 운동 동참해 달라. 10만이 서명해야 하는데 성주군민이 5만인 관계로 전국에 있는 성주 총동창회에 정식으로 협조 요청을 했다. 또, 성주에 있는 성주바이크에서 사드 철회 홍보단을 발족해 성주 인근 시군을 순회 방문하며 자발적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구 달성군(다사읍, 하빈면)과 경북 칠곡군 등 인근 지역에도 현수막을 걸기로 했고, 군민들의 건의사항을 받기 위한 상시연락망도 구축했다고 밝혔다. 현수막, 머리띠, 리본 펼침막 등 홍보물품의 색을 파란색으로 선정했다. 또, 사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노인들을 직접 만나러 다니며 알리는 홍보활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희재 투쟁위 총무재정분과국장은 “투쟁위가 투쟁 노선을 정하고 방법과 절차를 결정하는데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이 나왔더라도 함께 해 달라. 나와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도, 다른 의견일 뿐 틀린 의견이 아니다”며 “긴 싸움이 될 수 있는데 한마음 한뜻이 되어야 한다. 군민 여러분들이 내는 의견을 언제든지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배치 관련 국회 대정부질문 방청을 다녀온 군민의 발언이 이어졌다.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군민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우리가 원하는 재검토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래서 내일 가는 방청은 취소했다”며 “우리가 더 열심히 해서 사드 반대 운동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목요일에 서울에서 집회하면 성주가 안 되는 게 아니라,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촛불집회 한 명 손잡고 오기, 언론에 왜곡보도 항의하기, 새누리당 탈당계 제출 등 매일 한 가지씩 개인이 할 수 있는 투쟁방법을 정했다. 이날은 제헌절을 맞아 걸렸던 태극기 자리에 사드 반대 깃발을 걸자는 제안이 있었고, 공감하는 군민들은 진행하기로 했다. 또, 상경해 서울에서 집회를 여는 21일 촛불집회 개최 여부를 의논했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사드 배치 반대로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성주군민들
“평택 대추리,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정부와 언론이 성주 사드 반대 투쟁을 향해 ‘외부세력’ 개입으로 몰아가자, 군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이 외부 세력이냐고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백재호 씨(성주군 선남면, 44)는 “저는 6년 전까지 외부사람이었다. 6년 전 성주에 와서 된장과 청국장을 만들어서 연명하고 있다. 고향이 성주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아이 둘을 낳고 살고 있다. 두 아이는 모두 성주에서 태어났다”며 “이런 제가 성주사랍입니까, 외부사람입니까”라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참가자들은 큰 목소리로 “성주 사람”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백 씨는 “사드는 전자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드를 반대하고 평화의 길로 갈 것인가, 군비경쟁으로 군사 위협 속에 살 것인가.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당당하고 떳떳하게 사드 배치 저지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백 씨는 “먹어보기 전까지는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게 사람이다. 그런데 먹어보니 그게 똥이었다. 평택 대추리,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고압 송전탑으로부터 고장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몰랐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300여 명의 아이들을 잃어버렸습니다. 저들은 가만있으라고 하는데, 미안해서 더는 가만히 못 있겠다”고 말했다.
백 씨는 큰 박수를 받았고, 참가자들은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사드배치 반대한다”, “우리는 원한다. 이 땅의 평화를”이라는 구호를 여러번 외쳤다.
지정폐기물매립장 폐쇄 투쟁을 벌여온 성주읍 삼산리 주민도 발언에 나서 “사드와 똑같은 절차를 당했다. 주민들은 모르는 동안 매립장은 들어왔고, 문제를 제기하니 군청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외롭게 투쟁한 삼산리 할머니들에게 힘찬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고, 참가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이어 기타동동회 예그린의 노래 공연, 민요 쾌지나칭칭나네를 개사해 함께 부르며 ‘단심줄놀이’ 공연이 펼쳐졌다.
“새누리당 종편방송(사드는 절대안돼) 너희들도 외부세력(사드는 절대안돼)
우리국민 무시하고 미국편만 들~면서(사드는 절대안돼)
국가안보 외치더니(사드는 절대안돼) 국민없는 국가있나(사드는 절대안돼)
새누리당 종편방송 외부세력 운운말고 똑바로들 좀~해라(사드는 절대안돼)
사드배치 반대운동(사드는 절대안돼) 반전평화 운동인데(사드는 절대안돼)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한다면(사드는 절대안돼)
남녀노소 따로없고 지역구분 필요없네(사드는 절대안돼)
대한민국 국민이면(사드는 절대안돼)
대한민국 국민들이 사드반대 외치면은(사드는 절대안돼)
전세계의 평화운동 세계에서 박수치네(사드는 절대안돼)
일내보자 일내보자 성주에서 일내보자(사드는 절대안돼)
성주에서 일어나니 대구에서도 일어나고(사드는 절대안돼)
경북에서도 일어나고.(사드는 절대안돼)”
김항곤 군수 “삭발하라, 탈당하라 하는데 때되면 다 한다”
새누리당 탈당계 800여 명 제출
마지막 자유발언자로 나선 김항곤 성주군수가 나오자 집회장 곳곳에서는 “탈당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항곤 군수는 “집회를 하니 누가 이런 말을 합니다. 성주에는 뻘갱이들이 있나. 사람들이 성주를 이렇게 바라보며 군민을 호도하려고 한다. 가슴이 아프다. 절대 거기에 현혹되면 안 된다”며 “밤길을 걸어가다가 뒤에서 돌로 머리를 휙 치는데, 가만히 돌아서서 잘못했습니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겠느냐. 반격을 해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군수는 “전자파보다 군민들에게 다가가는 마음의 전자파가 더 무섭다. 마음의 전자파 측정을 할 수 있으면 나오라고 해라. 가슴이 찢어지는데 몰아내야 할 것 아닌가”라며 “삭발하라, 탈당하라 다 듣고 있다. 걱정하지 마시라. 때가 되면 다 하게 되어 있다. 유림들과 함께 청와대에 갈 겁니다. 거기 함께 가서 대통령 앞에서 머리를 깍겠다”고 말했다.
한편, 3일째 받고 있는 새누리당 탈당계는 800여 명이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쟁위에 따르면 성주 새누리당 당원은 1만8천~2만 명이다. 이 가운데는 옛 한나라당 시절 가입했지만, 당비는 내지 않은 당원도 포함돼 있다. 투쟁위는 이번 주까지 탈당계를 모아서 새누리당에 한꺼번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황교안 총리 탑승차량 뺑소니 피해자인 이민수 씨도 이날 새누리당 탈당계를 제출했다.
성주군민들은 매일 저녁 군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하며, 21일에는 상경해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