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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 중인 대구시가 동상 건립 전에 광장 명칭부터 바꾸는 표지판 제막식을 개최한다. 대구시는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동대구역 광장 내에 위치한 공원 한켠에 광장 명칭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는 표지판을 세울 예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친일인사다.
<뉴스민>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지난 7월부터 동대구역 앞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는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해 왔다.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확인되는 대구시 생산 문서를 보면, 대구시는 지난달 16일 ‘박정희 광장 표지판 설치’ 계약심사 요청 절차를 거쳤고, 18일에는 표지판 설치 일상감사와 계약의뢰 절차를 거쳤다.
홍준표 시장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추진되는 대구시의 박정희 우상화 작업은 동대구역과 대구대표도서관 앞에 박정희 동상을 건립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시민사회단체와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고문 등의 피해를 받은 피해자 및 유가족이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표지판 제막식부터 강행해 동상 건립 정지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13일께 미리 표지판을 설치한 후 14일 오전 제막식을 통해 공식화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광복절을 앞두고 독립기념관장에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인사를 신임 관장으로 임명하면서 독립운동 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는 시점에서, 친일 논란이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표지판을 광복절 전날 제막하기로 한 것은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혈서로 일본에 충성 맹세를 하며 만주군관학교 지원서를 썼고, 만주군에서도 복무한 이력이 있다. 만주군은 만주 일대에서 독립군을 토벌하는 일에 앞장선 부대로, 당시 만주국에서 일본인들이 발행한 ‘만주신문’ 1939년 3월 31일자에는 ‘혈서 군관 지원’이라는 제목 아래 박 전 대통령이 ‘한 목숨 다 바쳐 충성할 박정희’라고 쓴 혈서로 군관에 지원했다는 설명이 실려 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만주군관학교 출신자 이름을 조선의 모스크바로 불렸던 독립운동 중심 지역에 명명한다는 것, 그것도 광복절 전날에 한다는 것이 놀랍다”며 “더위를 먹었거나, 생각이 없는 행동이다. 아무리 나쁜짓을 해도 눈치라는 게 있는 법인데, 눈치도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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