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청도군의 유례 없는 단수···우리 곁의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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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댐 정수장 시설용량 초과로 청도군 일부 지역이 단수되고 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조속히 정상 가동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4일 저녁 밤 9시 46분 청도군 물관리 사업소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날 저녁부터 시작된 일부 고지대 단수 상황은 다음날 오후 6시 기준 청도군 화양읍, 각남·풍각·각북·이서면 일대 최대 2,480가구로 확대됐다. 원인은 폭염으로 인한 물 사용 증가였다. 그 결과 이서배수지 수위가 급감하고 운문정수장 하루 최대 송출량을 초과했다.

9일 청도군 물관리사업소장에게 단수 배경을 물었다. 청도는 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는 운문정수장에서 물 공급을 받는데, 7월 말부터 설비용량을 넘어서는 소비가 있었다고 했다. 정수장에서 생산하는 물은 하루에 1만 6,000톤인데, 단수가 있기 직전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 2만 1,000톤으로 최대 송출량보다 30%를 초과해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물 사용량이 많아지는 주말, 행여 같은 일이 반복될까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한다면서도, 현재 배수지 수위가 90%라 재발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청도군 물관리사업소는 이번 단수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소장은 “그래도 일요일은 버틸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몇천 가구가 동시에 하루 이상 단수를 겪은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었다며 송구한 마음도 전했다.

긴박하게 돌아가던 당시 상황도 전했다. 소장은 “수자원공사에서는 정상적으로 물을 공급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확인하는 모니터상에서 물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며 “수자원공사에서는 산서(각남·풍각·각북·이서)쪽에서 물을 많이 뺐다(썼다)고 하더라”고 했다. 특히 물관리사업소 측은 향후 설비용량 부족과 누수율이 34%에 달하는 노후 송수관로 정비에도 문제가 있다 보고 해소에 나설 계획도 밝혔다.

▲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은 대구 동대구역 광장 기후시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뉴스민 자료사진)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물이나 콘센트에 꽂으면 언제든 사용하는 전기는 단수나 정전 때 새삼 그 영향력을 실감한다. 그런데 더 많은 물과 전기를 쉴 새 없이 만들어 내면 충분할까.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더 많은 발전소를 지어 전력소비에 대응하려고 한다. 전국 곳곳에서 폭염으로 인해 정전을 겪은 사례가 속출한다. 유례없는 단수 사태나 정전은 기후위기가 심화될 수록 더 일상화 될 수 있다. 설비 용량 증설에는 한계가 있고, 그걸로 기후재난을 대비할 수 있을까. 그 기후변화는 어디에서 왔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에어컨 보유율은 전기밥솥(97%)과 전자레인지(96%) 보다 높은 98%라고 한다. 1993년만 해도 보유율이 6%에 불과했던 에어컨이 기후위기 시대에 필수가전이 됐다는 사실에 환경적으로 더 살기가 어려워진 현실을 체감한다. 그 사이 지구온난화 현실을 직면하게 하는 ‘기후시계’는 지금도 재깍재깍 흘러간다. 이제는 더 이상 에어컨 없이 살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에어컨 사용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환경 문제 해결에 가장 큰 난관이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그거 불편하잖아.’ 문제는 오늘의 편리한 삶이 내일의 불편한 삶을 재촉하고, 환경은 더 나빠져 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가 더 친환경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설비를 늘리고, 발전소를 더 짓는 방식 말고 우리 삶을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절실하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