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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로 이룬 승리, 연대로 이어 가겠습니다”
‘승리’라 부르기 손색없는 3,321일의 여정. 노조 결성 후 한 달 만에 해고됐다가 9년여 동안 거리에서 투쟁한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조합원들이 10일 오후 4시 구미코에서 ‘모두가 함께 만든 승리, 아사히 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여서일까.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강원 등 여러 지역에서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200여 명의 노동자·시민들은 보고대회 2시간을 웃음과 환호로 가득 채웠다.
아사히글라스지회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조끼를 갖춰 입고 각본 없는 춤과 노래로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피로연이 된 듯한 보고대회는 조합원들의 감사 인사, 연대 발언, 공연으로 이어졌다.
지난 1일 출근 후 열흘, 조합원들이 복귀한 아사히글라스 공장에는 새로운 상황도 불거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식사 시간에 근무복 대신 노조 조끼를 입고 밥을 먹으러 가거나, 식당에서 대표이사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9년을 길거리에 있다가 출근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공장 안에서 아사히 자본과 직접 싸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밖에서 싸울 때는 ‘빌어먹을 공장 망해라’하는 심정으로 싸웠는데, 사원증 목에 걸고 출근하니 매일매일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회사가 근무복을 입고 식당에 가라 해서 우리는 일부러 근무복 입지 않고 사복에 금속노조 조끼 입고 밥 먹으러 갑니다. 그러면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기분이 쫄깃합니다. 이틀째, 전 직원이 있는 식당에서 대표이사가 밥 먹을 때 가서 사과하라고 소리쳤을 때는 10년 묵은 체통이 싹 내려갔습니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지회장)
연대 발언에는 노동자는 물론 아사히 투쟁에 꾸준히 쌀을 보낸 농부도, 함께 꾸준히 연대한 스님도, 일본을 오가는 투쟁에서 꾸준히 함께한 통역인도 올랐다. 혜찬스님은 무대에 올라 22명의 조합원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고맙다’고 외쳤다.
보고대회 말미에는 거리에서, 현장에서 투쟁 중인 이들도 무대에 올라 축하 인사를 건냈다. 아사히글라스지회 조합원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연대와 지원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어제 마지막 생계비를 지급받았습니다. 우리 투쟁은 모두 함께 만든 승리입니다. 저희는 현장에서 민주노조 깃발을 놓지 않고 싸워나갈 것입니다. 아사히 투쟁에 보내준 사랑과 연대, 지금도 거리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보내주십시오. 옵티칼, 세종호텔, 판매연대, 서면시장, 서진, 소성리도 이길 수 있도록 함께 합시다.” (차헌호)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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