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참 쉽다. 외부세력, 종북세력으로 성주군민을 향하는 언론의 시각은 대부분 경찰 발 추측성 보도다. 성주군민의 목소리는 없다. 여기에는 경북 성주군민을 무시하는 정서가 담겨 있다.
19일 <조선일보>는 경찰의 말을 인용해 “외부세력이 윤금순 전 의원을 성주사드저지투쟁위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보수 매체는 윤금순 씨와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 등을 외부세력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들은 사실관계 확인을 져버린 것은 물론, 성주군민을 무시하는 보도다. 윤금순 씨는 결혼 이후 27년째 성주군 대가면에서 참외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그리고 농민의 삶과 여성 농민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운동을 해왔다. 국회의원직을 잠시나마 유지했던 그가 통합진보당 비례 1번을 받은 이유도 농민이기 때문이었다.
또, <투데이 코리아>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성주군농민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성주지회를 외부세력이라고 지칭해 보도했다. 이재동 성주군농민회 회장은 평생 성주에서 살아온 토박이다.
다른 지역과 연합을 이루는 성주지역 단체를 모두 외부세력으로 매도한다면 성주군민 모두가 외부세력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해 새누리당 탈당계를 제출한 성주군민은 현재까지 약 2백여 명이다. 새누리당 중앙당이 서울에 있으니, 새누리당에 가입한 성주군민은 모두 외부세력이다. 그리고 15일 집회에 참석한 성주군민 가운데 성주군4H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성주군연합회 등도 모두 전국적인 연계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외부세력이다.
그리고 한반도 방어를 위해 설치한다는 사드 문제가 과연 성주군만의 문제인가. 황교안 총리도 친절하게 말했다. 15일 성주군을 방문한 황 총리는 군민들에게 “국가에 안위가 어렵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서 국가로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도 외부세력 운운하는 정부와 언론은 국민을 외부세력으로 만드는 행위다. 국민 없는 국가, 창조적인 발상이다.
성주가 사드 배치지역으로 확정된 직후 성주군민들은 ‘성주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군민들은 자발적으로 ‘사드’가 대체 무엇인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또, 촛불집회에 참석해서 사드 배치가 가져올 영향,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공부하고 알리기 시작했다.
경찰과 언론이 ‘외부세력’을 운운하는 데는 성주군민을 무시하는 태도가 깔렸다. 이들이 보기에 새누리당에 많은 지지를 보냈던 성주군민은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데 왜 반대하고 나섰는지도 모르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찾아낸 게 ‘분명 외부세력과 결탁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알아서 판단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 오만한 태도는 성주군민에 대한 무시다. 촛불집회를 한 번 와 보시라. 군민들은 자발적으로 나왔고, 매일매일 새로운 의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있다. 그렇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런 ‘괴담’을 퍼뜨리는 것이라면 정부의 압박 뿐일 것이다.
지난 17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가천면 주민 배윤호 씨는 “외부인 개입으로 ‘폭력사태’가 일어났다며 보도하는데, 기자들이 우리 이야기를 전하지 않고 자기들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보도한 것”이라며 “평생 성주에서 산 여기 있는 이재동, 결혼하고 27년 동안 농사지은 대가면 윤금순이 외부세력이냐”고 성토했다.
국가 안위가 걸린 문제라면서, 성주군민을 ‘님비현상’으로만 가두려는 진짜 외부세력은 누구인가. 그러나 이들이 오판한 것이 있다. 성주군민은 경찰과 언론이 흘리는 이야기에 속고만 있을 사람들이 아니다.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