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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밤 9시.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야구 경기가 끝나자 3루 출입구로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성인 서너 명이 족히 들어갈 크기의 쓰레기통 10여 개가 입구 양쪽으로 줄지어 있었다. 형광 노란 조끼를 입은 청소 노동자는 쓰레기통을 지키고 섰다. 때때로 쓰레기를 받아 들고 관람객을 대신해 음식물 쓰레기를 분류했다.
쓰레기 대부분이 일반쓰레기 통으로 직행했다. 쓰레기통은 일반쓰레기와 페트병, 음료수와 음식물로만 분리배출 항목이 나누어져 있었다. 간혹 분리배출을 하는 관람객도 보였지만, 대부분 일반 쓰레기통으로 봉지째 들어가고 있었다. 1루와 외야로 이어지는 양 복도를 따라서 군데군데 비치된 쓰레기통 앞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매진 경기 4번, 전체 쓰레기 폐기물 배출량은 63톤
올해 역대최다 관중 예상…쓰레기도 증가 전망
이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올 시즌 16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2만 4,000석 만원 관중이 앞서 21일 부산 롯데전에 이어 6일 만에 다시 채워졌다. 삼성라이온즈 구단은 올해 역대 최다 관중을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야구장 관중이 증가하면서 쓰레기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야구장 경기 중에도 곳곳에 비치된 작은 쓰레기통이 청소 노동자들에 의해 계속 비워진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인 8회 말부터는 대형 쓰레기통이 비치되고, 이후에는 주차장과 이어진 1루 출입구 쪽으로 쓰레기들이 모이게 된다. 쓰레기통 이동이 어려운 경기장 5층에선 청소 노동자들이 봉투로 일일이 쓰레기를 묶은 다음, 미끄럼틀처럼 생긴 통로로 쓰레기를 내려보낸다. 경기가 끝난 뒤 약 1시간 동안 이렇게 쓰레기 처리가 이뤄진다.
쓰레기들은 대기하고 있던 쓰레기 수거 차량에 차곡차곡 압착돼 실리게 된다. 그 뒤로 대기하고 있는 쓰레기통도 수십 개다. 쓰레기 양이 많아 밤사이 다 싣고 가지 못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음 날 아침까지 2~3차례 나눠 쓰레기 선별장으로 간다. 경기장 내부에 관중들이 자리에 두고 간 쓰레기도 경기 이후 30여 명, 다음 날 오전 20여 명의 청소 노동자들이 투입돼 수거가 이뤄진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라이온즈파크에서 배출된 쓰레기 폐기물은 63만 톤, 2022년 55만 톤이다. 올해는 지난해 배출량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단 업무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660리터 크기의 쓰레기통 120개 분량이 매일 경기를 마칠 때마다 쏟아진다고 했다.
구단 업무 관계자는 “지난해 매진된 경우는 4번 정도였는데, 올해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매진 횟수가 4배 이상 늘었다. 매진이 안 됐더라도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늘어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지난해에 발생한 쓰레기와 비교하면 40% 정도 더 늘어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녹색연합, 야구장 쓰레기 문제 설문조사
“쓰레기 많이 나온다고 생각… 대책 필요하다”
경기장은 찾은 관람객들도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같은 날 오후 녹색연합은 야구장을 찾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삼성라이온즈 팬으로 계명대 스포츠마케팅과에 재학 중인 문재승(21) 씨는 이날 설문 자원 봉사자로 나섰다. 문 씨는 “시즌권을 갖고 있어 ‘라팍’에도 자주 오고, 원정 경기도 자주 다닌다. 인천에 SSG랜더스와의 원정 경기를 보러 갔을 때, 라면과 튀김을 다회용기에 먹은 적이 있었다”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고 라팍에서도 도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씨는 “스포츠 마케팅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올해 야구가 역대급 흥행을 하고 있는데, 쓰레기 문제 해결 역시 마케팅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만나본 관람객들도 대부분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면서 설문에 적극 참여 해주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문 씨의 요청에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다빈(25, 서구 비산동) 씨도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과 함께 종종 야구장을 찾는데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이 든다고 했다. 이 씨는 “야구장에서는 대부분 일회용품들을 쓰게 되니까,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저도 쓰레기를 덜 만들고 싶은데, 쉽지 않다. 분리배출을 하기도 어렵고, 주변 사람들을 봐도 그냥 쓰레기를 아무렇게 두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잠실야구장, 인천·수원 등에서 다회용기 도입
실제 쓰레기 줄이는데 효과 보기도
환경부와 협약도 맺었지만, 대부분 구단 노력 미흡
서울 잠실야구장(LG트윈스, 두산베어스)과 인천 SSG랜더스필드(SSG랜더스), 수원 KT위즈파크(KT위즈)는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해 또는 올해부터 구장 내 일부 식음료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KT위즈파크는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이벤트 개최나 탄소중립 포인트를 지급해 다회용기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다회용기 서비스를 통해 KT위즈파크에서 줄인 일회용 쓰레기는 13만 4,506개, 지난 2년간(2022년~2023년) 잠실야구장의 다회용기 시범 사업으로 줄인 일회용 쓰레기도 22만 7,518개다.
지난 4월 서울시와 두산베어스, LG트윈스 등은 ‘잠실야구장 다회용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다회용기 서비스 운영 매장이 18곳에서 38개로 2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서울시는 올해 80만 건의 다회용기 사용으로 24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스포츠시설에서 발생한 폐기물 중 36%가 야구장에서 발생하고, 야구장에서 1인당 폐기물 발생량도 가장 많다. 지난해 4월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환경부와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각 구단의 관련 행보는 미흡한 상황이다.
녹색연합은 야구장 내 쓰레기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환경부, KBO, 10개 구단, 해당 지자체 등에 개선책을 요구해 왔다. 녹색연합은 지난 2월 프로야구 10개 구단에 야구장 쓰레기 문제 개선 입장을 묻기도 했다. 롯데자이언츠, 키움히어로즈, KIA타이거즈는 답변하지 않았고, 나머지 7개 구단 중 당시 다회용기 서비스를 운영 중인 구단(LG트윈스, 두산베어스, KT위즈)은 참여 매장 확대 계획을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이글스는 ‘협의 중’이라고 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재질별 분리배출함이 비치 상황으로, 잠실야구장(LG트윈스, 두산베어스)은 ▲일반쓰레기 ▲음식물 ▲플라스틱 ▲캔 ▲종이 ▲비닐 6개 품목으로 가장 많았다. KT위즈와 SSG랜더스는 비닐을 제외한 5개 품목 등이었고, 한화이글스는 분리배출함이 없다고 했다. 개선을 위해 잠실야구장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함을 신규 설치하겠다고 했고, KT위즈·SSG랜더스는 분리배출함 색상, 쓰레기통 위치 변경 등 분리배출 체계를 재구축하겠다고 답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야구장을 하나의 ‘커다란 음식점’ 같다고 이야기한다. 먹거리가 야구장의 큰 즐길 거리인 만큼 그로 인한 쓰레기 문제도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며 “1,000만 관중 돌파를 이야기하며 야구가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사회적 책임에 대해 시민들이 요구하고 환경문제 개선을 위해 지자체와 KBO, 구단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KBO와 구단 나서서 의지 보여야”
분리배출, 다회용기 전구단으로 확대 요구도
삼성라이온즈 구단 측, 다회용기 도입 난색
대구시도 ‘야구장 쓰레기 감축’ 사업 추진 계획 없어
야구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분리배출을 통한 자원 재활용을 확대하고, 일회용 쓰레기 감소에 기여하는 다회용기 도입 등이 제시되고 있다.
진예원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활동가는 “원활한 분리배출을 위한 쓰레기통 위치 변경해야 한다. 야구장 특성상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빠져나가니까 쓰레기 배출이 더 어렵다”며 “출입구 대신 넓은 공간에 비치된 쓰레기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쓰레기통의 모양이나 색상, 표시, 위치 등을 통해 쓰레기통 시인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회용기 사용 확대와 충분한 정보 제공, 적극적인 홍보 등 KBO나 10개 구단 차원에서 캠페인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자원재활용법이나 지자체 조례 등 규제나 예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일회용 응원 도구(막대풍선)가 야구장에서 퇴출된 것처럼 강제성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삼성라이온즈 구단 측은 쓰레기 감축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만, 다소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다회용기 도입에 난색을 표한다. 구단 홍보팀 관계자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 응원용품 판매 및 배포 금지, 분리수거 장소마다 청소 노동자 배치, 페트 분리수거함 별도 색깔로 강조, 한국환경공단 대구경북본부와 친환경 캠페인 등을 진행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다회용기 도입은 타 야구장 사례를 모니터링 하면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당장 도입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현재 식음료업체 계약에 관련 내용이 없고, 이동 통로에 설치될 다회용기 회수함이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다회용기 회수가 어렵거나 일반쓰레기로 섞이는 등 관리 문제도 있다. 실제 쓰레기 감축에 미치는 효과 등을 살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역시 야구장 쓰레기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대구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야구장 내 쓰레기는 사업장 폐기물로 ‘올바로 시스템’을 통해 배출량이 관리되고 있다. 경기나 이용자 수에 따라 쓰레기 배출량이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야구장 쓰레기 감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계획 중인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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