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분양, 16개월 만에 증가세로···대책 마련엔 중앙정부 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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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공동주택 미분양이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월 대비 늘었다. 대구 미분양 물량은 전국에서 경기도 다음으로 많아 심각한 수준이지만, 대구시는 중앙정부에 대책을 요구할 뿐 시 차원 대응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31일 대구시가 공개한 ‘6월 말 미분양 현황보고’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 수는 9,738호로 집계됐다. 전월(9,533호) 대비 2.2%(205호) 늘었으며 전국에서 경기도(9,956호)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지난해 2월 1만 3,987호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 5월까지 계속해서 감소했으나 6월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1년 대구시 미분양 증감 현황 (그래프=대구시)

‘준공 후 미분양’도 6월 기준 1,635호로 집계돼 전월(1,506호)보다 8.6%(129호) 늘었다.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증가하다가 올해 5월 반짝 감소세를 보였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 수를 구‧군별로 살펴보면 남구가 2,183호로 가장 많았으며 달서구 2,006호, 수성구 1,525호, 북구 1,525호, 서구 959호, 중구 866호, 동구 768호, 달성군 75호 순으로 뒤를 이었다. 군위군은 미분양이 없다.

준공 후 미분양 수는 동구가 603호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는 수성구 478호, 서구 240호, 북구 101호, 남구 96호, 달성군 75호, 달서구 42호 순이다.

대구시는 미분양 주택 문제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지난 25일 민관합동 주택정책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은 지역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선 지자체 정책 대응만으론 한계가 있고, 비수도권을 위한 차별화된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수도권 중심의 공급위주 정책으로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금융·세제지원 등 수요촉진 정책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며 ▲DSR 완화 등에 추가해 청년층에 대한 특례대출을 통한 실수요자 지원 강화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금리정책 등 주거사다리 정책 ▲법인 세제 규제완화 등 지방 투자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정준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장(공인중개사)은 “대구시가 공급 물량 예측 없이 승인을 해서 지금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미분양 해소를 위해선 일단 금리가 인하돼야 한다. 시장이 안 좋으니 준공 전 분양 대신 준공 후 분양을 계획하고 건설했는데, 계속해서 시장 상황이 안 좋은 사례가 많다.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에만 기댈 게 아니라 대구시 차원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영애 대구시의원(국민의힘, 남구2)은 이달 17일 열린 제31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미분양주택 발생에 대구시 책임이 크다”며 대구시에 공공활용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윤 의원이 ‘2027 대구 주거기본계획’의 주택 수요 예측과 대구시의 아파트 공급 물량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5년간 대구시 주택수요는 6만 1,000여 세대에 불과하지만 같은 기간 무려 12만 3,000여 세대가 공급되면서 적정 수요의 200% 이상이 과잉공급됐다. 윤 의원은 대구시가 주택수요에 대한 고려 없이 요건을 갖춰오는 주택 사업을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대구시는 여전히 중앙정부에 미분양주택에 대한 세제지원이나 금융규제 완화와 같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을 뿐, 대구시 차원의 자체적인 노력은 매우 부족하다”며 “청년 및 신혼부부 주거지원, 유치기업을 위한 사택 등 공적 활용방안의 마련을 요청할 계획이다. 대구시가 주택정책의 컨트롤 타워로써 미분양주택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실상 중앙이 아닌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건 인허가권이 전부이다시피 하다. 일단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진 신규사업 승인 보류 기조를 유지하려 하고, 건설업계에도 분양 시기 조정이나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유도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에도 수도권은 공급 촉진책, 지방은 수요 촉진책을 펼치도록 이원화를 요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매입해 공공이 활용하는 방법도 쉽지 않다. 미분양 주택은 대부분 30평대 신규 아파트인데, 몇억 원을 들여 매입한 뒤 임대하는 방식은 예산과 형평성 문제로 운영이 어렵다. 혜택받는 수가 적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