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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운영하는 달구벌이동노동자쉼터가 한여름 무더위 속 이동노동자들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운영 4년 차를 맞은 쉼터는 지난해부터 평일로 제한했던 운영시간을 토요일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특정 직종 중심, 프로그램 및 홍보 부족 등의 문제가 산재해 있다. 간이쉼터 형태로 운영되는 타지역과 달리 주요 거점쉼터 2곳만 운영되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30일 오후 6시경 찾은 달구벌이동노동자쉼터 수성쉼터에는 3명의 대리운전 기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물을 마시며 TV를 시청하거나 안마의자를 이용하며 휴대전화로 콜을 기다렸다. 2년 차 대리운전 기사인 고수준(55세) 씨는 “작년부터 이용하고 있다. 수성쉼터, 달서쉼터 모두 대리운전 콜을 잡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쉼터를 몰랐을 땐 주로 편의점이나 무인커피숍에서 휴식했다”며 “대체로 만족하지만 팔거역 근처에도 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2021년 11월부터 달구벌이동노동자쉼터 2곳을 운영 중이다. 범어역 인근 건물 8층의 수성쉼터, 죽전역 인근 건물 2층의 달서쉼터다. 평일은 오후 12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12시부터 오전 12시까지 운영한다. 기간제 근로자가 상주하고 여성휴게실도 별도로 있다. 올해 예산은 3억 7,400만 원으로, 예산 대부분이 임대료와 인건비다.
연간 이용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 11월부터 12월까지 두 달간 이용건수는 520건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1만 1,258건, 2023년에는 1만 1,636건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용건수 역시 6,907건으로 전년 상반기(5,885건) 대비 17.4%p 증가했다.
하지만 이용 직업군 편중이 심한 편이다. 대리운전 기사 이용률이 특히 높다는 건 운영 초기부터 줄곧 지적된 문제다. 실제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된 2022년 1년간 총 이용건수 1만 1,258건 중 대리운전 기사가 9,978건으로 88.6%에 달했다. 2023년에도 대리운전 기사 이용건수(1만 212건)가 전체의 87.8%를 차지했다. 올해 6월까지의 통계에서도 대리운전 기사 이용건수(6,170)는 89.3%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 퀵‧배달기사 이용건수는 682건(3.9%), 보험설계사는 248건(1.4%), 택배기사는 33건(0.2%), 학습지 교사는 20건(0.1%), 기타는 441(2.5%)건을 차지했다.
특히 퀵‧배달기사 입장에선 쉼터가 대구 전역에 2개 뿐인데다 고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용이 어렵다. 현철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대구지회장은 “피크타임 후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잠깐 한숨 돌리러 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공원 같은 그늘에서 잠시 쉬는 게 대부분”이라며 “쉼터 위치와 운영시간이 대리기사 중심으로 짜였다. 대리기사는 업무 시간이 비교적 정해져 있는데, 배달기사는 계속해서 일이 있기 때문에 거점쉼터는 이용 자체가 어렵다. 곳곳에 다양하게 설치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직종이 쉼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간이쉼터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6년 이동노동자쉼터를 가장 먼저 시작한 서울시는 현재 총 11개의 쉼터를 운영 중이다. 5곳은 시가 민간위탁해 운영하고, 6곳은 간이쉼터로 시의 지원을 받아 구가 운영한다.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찾아가는 쉼터 캠핑카’ 4대를 별도로 운영한다. 간이쉼터는 기존 공간의 일부나 컨테이너 건축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거점 쉼터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운영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외에도 우아한청년들, 이마트24와의 협약을 통해 편의점 인프라를 활용한 휴식도 지원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이동노동자쉼터는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인천, 대전, 부산, 대구, 울산, 광주 등 특광역시 중에는 세종을 제외한 7곳이 운영 중이다. 울산은 3개의 실내 쉼터 외에도 2개의 야외 쉼터를 두고 그늘막과 벤치, 화장실, 흡연부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광역도 단위에선 도가 직접 일부 운영하기도 하지만 기초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일부 있다. 충청남도는 ‘충남 이동노동자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며 5개의 거점 쉼터를 두고 30여 개의 편의점 연계형 쉼터를 함께 운영 중이다. 경북의 경우엔 구미시, 포항시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서울시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쉼터에는 상주 관리자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QR코드를 찍어야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회원가입과 이동노동자 인증 절차를 밟아야 QR코드를 발급받기 때문에 주취자나 노숙인 문제는 그동안 특별히 없었다”며 “공간 위치나 형태마다 이용하는 직종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쉼터를 늘리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대구시 고용노동정책과장은 “기사나 홍보 자료가 나간 뒤 주취객, 노숙인 방문이 늘어서 근로자 안전이나 이용객 불편 문제가 생겼다. 파출소에 연락을 하기도 하지만 현재로선 개방형으로 운영하고 있어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QR코드로 출입자 신원을 파악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지만 운영 도중에 시스템을 바꾸는 거라 신중하게 접근 중”이라며 “간이쉼터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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