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 관여 안 해” 쓴 홍준표, 앗차? 43분 만에 “당무 관여 안 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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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이 한동훈 대표의 압도적 승리로 끝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이른바 ‘평론 정치 절필’ 선언을 했다가 6일 만에 다시 중앙정치 평론을 시작한 일을 두고 지적이 일자 홍 시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당무’를 관여 않겠다고 한 것이라고 반박하지만, 처음엔 ‘중앙정치’에 관여 않겠다고 썼다가 글을 수정하면서 ‘당무’로 변경한 걸로 확인된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 한동훈 대표가 당심과 민심에서 모두 높은 지지를 얻으며 1차에서 대표로 선출되자 홍 시장은 결과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절필’을 선언했다. 당일 오후에 쓴 글은 “당분간 당무에는 관여하지 않아야겠다. 당원들 선택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실망”이라는 내용으로 남아 있다.

이후 홍 시장이 29일 오전 “암울한 니전투구 시대를 어찌 넘어가야 하는가?”라며 정치 현실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글을 남겼다. 그러자 언론에선 홍 시장이 중앙 정치에 관여 않는다고 했다가 6일 만에 번복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자 홍 시장은 29일 오후 다시 글을 올려 “지난번 내가 말한 건 당무 관여를 당분간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총선 망친 한동훈 체제를 반대했지만 그럼에도 당원들이 선택했기 때문에 의사를 존중해서 한동훈 체제에 대한 당무 관여는 당분간 유보한다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치 내가 나라에 대한 우려조차도 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닌데, 6일 만에 이를 번복한 듯한 기사를 쓰는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시장은 23일 ‘중앙정치’에 관여 않겠다는 글을 처음 썼다가 40여분 뒤에 ‘당무’에 관여 않는다고 수정했다.

무엇이 맞는 말일까. 홍 시장의 주장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말이다. 홍 시장이 23일 남긴 글은 현재는 “당분간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남아있지만, 실제 그가 처음에 쓴 글은 “당분간 중앙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로 시작한다. 오후 5시 13분에 올린 글이다.

홍 시장은 40여분이 지난 5시 56분에 해당 글을 수정하는데 이때 ‘중앙정치’를 ‘당무’로 변경했다. 당일 오후 5시를 조금 넘겨 한 대표의 당선 소식이 알려진 걸 고려하면, 당선 소식을 듣자마자 ‘실망’해서 “중앙정치에 관여 않겠다”고 썼지만, 40여분 뒤에 뜻이 잘못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 듯 수정에 나선 걸로 추정된다.

페이스북 기록을 ‘개인 실록’이라고 표현하는 홍 시장은 자주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 또 자주 남겨놓은 글을 수정하곤 해왔다. 뉴스민이 지난해 7월 홍 시장의 취임 1년을 맞아 그가 1년 동안 작성한 페이스북 글을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1.07회 기록을 남기고, 남긴 글은 평균 3.18회 수정했다. 수정을 포함하면 글 하나를 작성 완료하는데 평균 197.6분이 쓰였다. (관련기사=[준표王국 1년] 1-1. “페이스북 글 쓰는 건 10분” 정말일까?(‘23.7.2))

23일 글도 오후 5시 13분에 처음 쓴 후 오후 5시 56분, 6시 46분, 6시 49분 세 차례 더 수정해 현재의 글을 완성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