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구 공무원의 기자 폭행 사건 무혐의 결정···“언론탄압에 면죄부” 비판

대구 북부서, 피의자 주장 인용해 무혐의 결정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비판 성명

14:31
Voiced by Amazon Polly

지난 5월 발생한 대구시 공무원의 기자 폭행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고소당한 공무원들 주장은 그대로 인용한 반면, 폭행을 당한 기자의 호소는 배척한 채 공무원들을 무혐의 처분한 일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비판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26일엔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가 성명을 내고 경찰을 규탄했다.

대구 북부경찰서(서장 곽동호)는 최근 오마이뉴스 대구경북 기자 A 씨가 대구시청 국제통상과 공무원 3명을 폭행 및 모욕 등의 혐의 고소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A 씨는 지난 5월 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컨벤션뷰로 해산 총회가 종료된 후 회의장에 들어가 취재 중 사진을 찍었고, 공무원들이 사진 삭제를 요구하며 막아서면서 충돌을 빚었다. (관련기사=대구시 또 취재방해 논란, 이번엔 기자 폭행, 카메라 파손까지(‘24.5.14))

경찰의 무혐의 불송치 결정문을 보면 경찰은 충돌 과정에서 A 씨가 넘어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A 씨)가 회의장에 관계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들어와 서류를 촬영하는 것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방법의 취재행위로 이는 허용될 수 없다”며 “기자로서 규칙을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실갱이 과정에서 한 공무원이 기자를 향해 “성추행을 하고 있다”고 모욕한 일을 두고도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진술 중 공무원들의 주장만 인용해 “사회통념상 모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은 채 편의대로 인용하고 싶은 주장만 인정했다는 비판이 이는 대목이다. 수사 결과가 알려지자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비판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부서진 오마이뉴스 기자의 카메라 (사진=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성명을 내고 “현장 영상과 기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석연치 않은 사실이 있다”며 “형법에서 말한 폭행죄에는 타인 간 언쟁에서 물을 끼얹어도 성립된다. 영상을 보면 명백하게 공무원들이 출입문을 막고 휴대폰을 뺏으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출입문을 막아서는 행위가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하였는데 나가는 것을 막아서는 것이 정당한 행위인지는 이제 알았다”며 “기자가 행사장에 들어간 것을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판단한 것도 과연 경찰이 조사를 제대로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검찰이 수사 지휘를 통해 보강수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이 정도가 폭행이 아니라면, 취재의 자유는 대구에서는 없다”고 지적했다.

26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도 성명을 내고 “피의자들은 ‘출입구를 막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넘어진 것이지 밀어 넘어뜨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물리력을 이용해 피해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아서고 휴대폰을 가지고 가려고 하는 등의 물리력이 사용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당시 총회장은 총회 당시에는 비공개 회의로 개최되었으나 종료된 후 출입했기 때문에 출입을 통제할 행정적인 이유도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취재를 거부할 사유나 법률적 근거도 없는 상태였다”며 “이번 사건은 대구시가 권한도 근거도 없이 가지의 자유로운 취재와 이동을 제한한 것이고, 오히려 언론 취재권, 시민 알권리를 무시한 폭력적 언론탄압”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경찰이 피의자 주장만 인용하여 무혐의 처리한 것은 대구시의 언론탄압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무혐의 처분은 공권력의 법치주의 원칙을 대구시가 당당히 깨트리고, 경찰이 정당화 시켜준 꼴이 되었다.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경찰은 사실관계 보다 권력의 눈치를 살핀다 것을 보여주었고, 시민의 알권리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사회에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이제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라고 힐난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