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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공립 특수학교인 세명학교가 26일부터 예정된 계절학교 운영을 취소했다. 장애인 학생 폭행 의혹이 불거진 뒤 학교 주변에 게시된 현수막에 사회복무요원, 실무원, 교사 등이 반발하며 불참키로 했기 때문이다. 26일부터 계절학교에 참여하려 했던 학생들은 계절학교 운영 취소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세명학교는 오는 월요일인 29일부터 긴급 돌봄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초등학생을 세명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A(40대) 씨는 26일 예정된 계절학교가 취소됐다는 소식에 당혹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어 당장 돌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A 씨는 26일 하루 자녀를 맡아줄 지인을 구했고 출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녀의 수업이 급작스럽게 취소되는 소동을 겪고서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A 씨는 “갑자기 수업이 취소돼 아이를 맡길 데가 없었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이럴 수 있나. 내 경우는 다행히 지인이 아이를 봐주기로 했지만, 다른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가정은 어떨지 걱정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도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명학교에 따르면 계절학교에 참여하려 했던 학생은 재학생 절반 정도인 150여 명으로, 이들은 26일 수업을 받지 못했다. 학교 측은 계절학교 취소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성원 설득에 나섰으나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세명학교는 수업 신청자 150여 명 중 맞벌이·한부모가정을 위주로 신청을 받아 오는 29일부터 8일까지 9일간 긴급 돌봄 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학교 측은 외부 강사, 실무원, 사회복무요원, 교사 대부분이 장애 학생에 대한 폭행 의혹 사건 이후 학교 주변에 걸린 현수막을 문제로 지적했다고 한다. 이들은 폭행 의혹이 제기된 사회복무요원과 교사는 분리 조치가 완료됐는데도 학교 주변에 현수막을 건 것은 폭행 의혹과 무관한 대다수 구성원들을 몰아세우는 것이라 부당하다는 입장을 학교 측에 설명했다.
사건 이후 세명학교 학부모들은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 함부로 대하지 말라! 장애학생 집단폭행사건 책임자 처벌과 종합대책마련 촉구’라고 적힌 현수막 등 10여 장을 건 것으로 확인된다.
세명학교 관계자는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학교도 CCTV 전부 다 넘겼다. 수사가 되고 있고, 구성원들이 책임감도 느낀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분들은 모두 분리 조치한 상황에서 이런 현수막이 걸리고, 개인적으로도 지인들로부터 이 문제로 연락을 받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심리적으로 소진된 상태”라며 “계절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라서 선생님들께 부탁해서 와달라고 하는 상황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나오기 어렵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제할 수 없는 수업이라 당장 수업은 어렵다. 최대한 설득을 하고 안 되면 교장, 교감, 부장이라도 나와서 돌봄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교육청도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표했다. 당장 계절학교를 운영할 다른 인력을 구하기에는 연수 부족 등을 이유로 문제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은 “학교 안에서 폭행 의혹이 불거진 사건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 입장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지 않나. 모든 구성원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도 현수막을 문제 삼아 계절학교를 덜컥 취소했다. 불안을 표출한 부모를 원망하는 분위기까지도 나오는데, 이 문제를 학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 아닌가. 학생들은 무슨 잘못인가”라며 “학교가 학부모 신뢰를 얻고, 구성원을 설득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만한 의지를 보이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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