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서 우후죽순 골프장 건립···기존보다 세 배 규모로 증가할 듯

포항 기존 골프장 4곳인데, 신규 추진도 4곳
체육시설 중 전국 골프장 0.8% 불과, 면적은 89%
"산림 파괴, 토양 오염, 물 낭비 등 환경파괴 문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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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신규 골프장 건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건설허가가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4개 골프장 54개홀에서 8개 골프장 162홀로 늘어날 전망이다. 골프장은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산림 파괴나 과도한 물 사용, 토양 오염 등의 환경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도 조금씩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신규 추진 골프장은 건설허가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선 크게 도시관리(지구단위) 계획 결정과 개발행위 허가가 필요하다. 사업자가 사업 제안을 하면 도시관리계획위원회 자문을 통해 입안 여부를 결정하고, 관계 부서나 기관 협의가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환경청)를 비롯해 교통 및 재해 영향평가도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공람, 공고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의견 청취가 이뤄진다. 국공유지일 경우에는 산지점용허가(산림청) 절차도 추가된다.

도시관리계획위원회에서 심의가 통과되면, 개발행위 허가 단계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반복된다. 도시관리(지구단위)는 큰 틀의 사업을 심의하고, 개발행위는 공사를 위한 세부 내용을 살피는 과정이다. 개발행위 허가 신청과 관련 법 검토, 업무 협의와 주민의견 수렴, 환경영향평가 및 재해영향평가를 거쳐 지자체 담당부서에서 관련 서류를 취합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개발행위가 허가된다. 개발행위 허가 절차에서도 주민의견 의견 수렴을 위한 공람과 공고, 주민설명회를 통한 의견 청취 과정이 수반된다.

포항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다른 개발 사업도 환경영향평가가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 아직 본안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대략적으로 살피는 전략환경영향평가와 달리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는 환경청의 요구사항이 많다. 정확히 얼마나 걸릴 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에스케이지씨가 가장 빠른 추진 단계, 2026년 건립 목표

현재 관련 절차가 가장 많이 진행된 곳은 ㈜에스케이지씨가 남구 연일읍 학전리 산 123-1번지 일원에 추진하는 SKGC 골프장이다. 이들은 2026년까지 102만4,287㎡(약 30만 평) 규모로, 18홀 골프장과 관광휴양시설 등을 건립하는 걸 목표하고 있다. 현재 도시관리계획 결정 승인을 받았고, 개발행위 허가를 받기 위한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업자 측은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토대로 이달 11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했고, 내달 5일까지 주민의견을 받는다.

▲경남 지역 한 골프장. 전국에서 골프장 건설이 늘고 있고, 포항에서도 4곳이 추진 중이다.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신규 추진 골프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해파랑우리의 골프장은 지난 1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된 후 현재 산림청 협의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아직 도시관리(지구단위) 계획 심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해파랑우리 골프장은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입암리 산39번지 일대에 36홀 골프장과 관광휴양시설 등 252만 1,773㎡(약 76만 평)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관련기사=포항 에코프로 골프장, 환경파괴 논란에 농지법 위반 의혹도(‘24.06.10))

㈜포항에스앤디가 추진하는 오렌지 구룡포GC 골프장도 도시관리(지구단위) 계획 심의를 위해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골프장은 남구 구룡포읍 병포리 산121-3번지 일원에 18홀 골프장과 관광휴양시설 등 111만 6,171㎡(약 31만 평) 크기로 계획 중이다.

기존 포항CC(18홀)와 오션힐스 포항CC(27홀)도 9홀씩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신규 건설에 비해 확장 사업은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해 빠르면 내년 또는 내후년에 공사가 마무리 될 수도 있다.

(주)호미곶PFV도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산 34번지 일원에 18홀 규모 골프장 사업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포항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현재 사업자가 사업 신청을 했지만, 서류 보완을 요청한 단계로 아직 절차가 진행된 것이 없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 따른 전국 골프장 532곳
체육 시설 비중 0.88% 불과, 면적은 89.13%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전국 등록·신고 체육시설업 현황(2022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등록된 골프장은 532곳으로 전체 등록·신고 체육시설 가운데 0.88%에 불과하다. 그러나 면적은 5억 1,930만 4,685㎡(약 1억 5,708만 9,667평)로 89.13%를 차지한다. 경기도가 156곳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강원 60곳, 경북 56곳(군위 4곳 포함)으로 전국에서 세번째다. 경북에서는 경주가 14곳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포항, 영천, 고령, 칠곡이 각 4곳이다. 여기에 포항 뿐 아니라 전국에서 골프장 건립은 우후죽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골프장 건설과 유지에 생태 파괴와 환경오염 문제, 재해 위험 우려가 공통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이다. 해파랑골프장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생물다양성·서식지 보전 우려와 함께 재해 유발 가능성이 언급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을 보면, ‘양호식생(식생보전 2, 3등급)의 비율이 약 90%에 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법정보호종(담비, 하늘다람쥐, 삵 등)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사업 시행에 따른 산림·지형 변화로 강우 시 산사태, 홍수 등 재해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유지 과정에서도 잔디 관리를 위해 많은 물을 사용하면서 지하수 부족을 유발하거나, 농약으로 인한 물과 토양 오염 발생도 문제다. 환경부가 전국 골프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약 사용량이 208.2톤으로, 1ha당 6.84kg의 농약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골프장은 제주와 경남 2곳에 불과했다.

골프장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경산 육동 미나리 농가 주민들도 이런 이유로 반대에 나서고 있고, 지난 30일 ㈜에스케이지씨가 추진 중인 골프장 건립에 반대하고 나선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지적하는 문제도 유사하다. 골프장 예정지 인근 하천 하류에 정수장이 있어 골프장에서 쓰는 농약 문제와 식수원 오염 우려가 있고, 하천 범람 등의 위험성도 제기했다.  (관련기사=경산 ‘육동 미나리’ 농가 마을에 골프장 추진···“친환경 미나리 다 망해”(‘23.07.13), “식수 오염·산림 파괴·특혜”···포항 SKGC 골프장 건설 반대 목소리(‘24.7.30))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대표는 “포항의 해안선을 따라 우후죽순 골프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환경에 미칠 악영향이 걱정”이라며 “포항시에서는 골프장 건립을 관광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 같다. 많은 산림을 훼손하면서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고 관광을 하기 위한 운동이 적절한가, 환경에 나쁜 운동”이라고 비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