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구시의회는 24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시정에 대한 질의 시간을 가졌다. 최재훈 의원(새누리당, 달성군2)은 작은 학교 통폐합 문제에 대해 질의했다. 우동기 대구교육감이 직접 응답자로 나선 대답에서 대구교육청이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을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구교육청이 작은 학교 통폐합, 특히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이전 통폐합을 2014년 9월부터 추진하면서 직접적인 당사자인 재학생과 학부모 의사는 묻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동기, “2014년 9월부터 동창회와 유가초 통폐합 협의”
학부모들, “올해 3월에야 통폐합 계획 알게 돼”
교육청이 2011년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통폐합 사전예고제를 실시하지 않아 통폐합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됐다는 최재훈 의원의 지적에 우동기 교육감은 “모든 학부모와 협의하지 않았지만, 2014년 9월부터 협의를 진행했다”며 “동창회와 협의했다”고 답했다.
우 교육감은 올해 3월까지 재학생 학부모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최 의원이 지적하자 “모르는 분도 계셨지만, 아는 분들은 미리 전학 가신 분들도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우 교육감의 대답과 교육청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대구교육청은 지난 2014년 9월 달성군 유가면 테크노폴리스 내에 신설하는 학교명을 정하는 교명선정위원회에 유가초 동창회장을 선정하면서 해당 계획을 유가초 동창회가 알게 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가초 문제와 연결되는 것도 있고 해서 동창회 쪽에서 교명 선정을 뒤로 미루자고 제안했다”며 “개교 일정이 남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교명 선정을 미루고 유가초 이전 통합도 고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4년 9월 당시까지만 해도 유가초 이전 통합을 교육청에서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고, “유가초가 2011년에 폐교 대상이기도 했던 점도 있고, 동창회 쪽 의견도 있어서 검토 후 이전 통합하기로 올해 초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자녀 교육 위해 옮겨 온 학부모도 있는데
2014년부터 추진하면서 사전 고지도 안 해?
교육감과 교육청 설명대로면, 처음부터 재학생과 학부모보다 동창회와 교육청 판단으로 유가초 통폐합 문제를 진행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미리 정보를 얻은 학부모들만 미리 학교 통폐합 분쟁에서 ‘탈출’할 기회를 얻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수옥 ‘유가초 통폐합 반대 학부모 대책위 대표’ 등 통폐합에 반대하고 나선 학부모들은 올해 3월 입학식에서 학교장으로부터 통보받듯 통폐합 계획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자녀들을 유가초에 보내기 위해 유가면으로 이사했다. 유가초 이전 통폐합을 2014년부터 추진하면서 교육청이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김 대표는 교육청의 일방 행정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셈이다.
대구교육청이 유가초 통폐합을 ‘조용히’ 처리하려 한 정황은 또 있다. 최재훈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충분히 관련 사안을 공론화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첫 설명회를 선거가 끝나고 2주가 지나서야 진행한 점을 꼬집었다.
최 의원은 “4.13 총선이라는 엄청난 현안 공론화 장이 있었음에도 유가초 통폐합 설명회를 총선이 끝나고 2주 뒤인 4월 25일에 했다”며 “교육청에서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공론화될 기회를 교육청에서는 왜 포기했느냐”고 힐난했다.
최재훈, “교육청 스스로 충분히 토론할 기회 포기”
조례안 부결 시 신규 학교 개교에 차질, 의회 부담
교육청, 조례 개정안 발의하면서 의회 협의 시간 충분히 안 줘
대구교육청이 공론화 과정을 무시하고, 행정 편의적으로 통폐합을 처리하려 한 정황은 관련 조례 발의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우동기 교육감에 따르면 이미 2014년 9월부터 통폐합 논의를 했지만, 법에 따라 수정해야 하는 조례안은 신규 학교 개교 3개월을 앞둔 지난 6월에야 발의했다.
시의회 의사 일정상 이번 회기에 조례(‘대구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가 통과되지 않으면 새 학교 개교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통폐합을 두고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시의회가 이를 깊이 있게 살펴볼 여유조차도 주지 않고 있는 것.
더구나 이번 개정안에는 유가초 외에도 문제없이 신설되는 용천초 관련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의회가 개정안을 부결하면 유가초뿐 아니라 용천초 개교도 무산시키는 부담을 안는다. 교육청이 답은 이미 정해 놓은 채 시의회에 조례 개정안에 대한 형식적 추인만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의회를 ‘거수기’로 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교육청의 일방적 행정이 고스란히 이번 작은 학교 통폐합 문제에서 드러난 것이다.
우 교육감은 “(학부모의) 100% 동의를 얻지 못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통합 계획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의견 수렴 및 소통 강화 등으로 갈등 요인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의회에서 밝혔지만, 답변에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