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탄소중립은 어디로?] ③ 성주·울릉, 기후변화에 취약한 분야 가장 많아

경북 기초자치단체 기후변화 취약성 순위는?
성주군, 물관리 수질 및 수생태 등 5개 분야
울릉군, 해수면 상승에 의한 기반시설 등 5개 분야서 각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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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4월 정부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5월에는 각 지자체도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대구시와 경북도 1차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못해도 2018년 대비 40%까지 탄소배출량을 줄일 것을 못 박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놓은 계획은 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까? <뉴스민>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내놓은 계획이 더 나은 지구 환경을 가져올 수 있을지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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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간 경북 성주군 누적 강수량은 245mm였다. 특히 금수면은 최대 259mm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하천 범람으로 참외농가 62곳, 도로 침수 등 37.5ha 가량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성주읍 성주읍성 성벽 20m도 무너져 내렸고, 성밖숲 천연기념물 왕버들 한 그루가 넘어지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한껏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9일에는 성주군 전역에 산태주의보 또는 경보가 내려져 주민 대피도 이뤄졌다. 군 관계자들은 주민 안전을 우려해 산사태취약지역 내 지반 붕괴나 토사 유출에 따른 피해 여부와 산사태 취약지역 대피소, 대피 경로 확보 여부 등을 긴급 확인했다.

▲지난 7월 11일 성주군 관계자들이 전날 집중호우로 침수된 성밖숲 및 이천변 일원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성주군)

집중호우는 성주군에 한정되지 않았다. 같은 달 9일 포항시에서도 이틀 간 남구 오천읍 244.5㎜ , 대송면 231㎜ 등 상당수 지역에서 2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오천읍과 대송면 등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지역으로 상습 침수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10일 김천시에서도 시간당 7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주택과 농경지, 차량 침수 등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날 구미시에도 일부지역에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 등 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등 기후재난 피해는 우리 곁에 와 있다. 경상북도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서에는 탄소 감축 계획 외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 영향 평가, 지역 리스크 등을 평가하고 대응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물 관리와 생태계, 국토/연안, 농수산 등 4개 부문 22개 세부 분야에서 경북 시군별 기후변화 영향 및 취약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성주군과 울릉군이 취약성이 가장 높은 분야가 제일 많은 걸로 분석됐다. 분석은 국가 기후리스크 목록을 토대로 MOTIVE 모형을 활용해 이뤄졌고 4개 부문 22개 세부 분야를 2030년, 2040년, 2050년 10년 단위로 RCP 시나리오 4가지 가운데 2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순위를 종합해 도출했다.

RCP(대표농도경로) 시나리오는 지구의 복사강제력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농도에 따른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산출해 시나리오별 미래 상황을 추정한다. RCP2.6/4.5/6.0/8.5 등 4개 경로를 보여주는데 탄소중립 계획에는 RCP4.5와 8.5 경로를 놓고 취약성을 분석했다. 4.5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 8.5는 현재 추세로 ‘저감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2.6은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 실행, 6.0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된 경우다.

▲경북 성주군과 울릉군은 취약성 1위로 분석된 분야가 RCP4.5/8.5에서 각 5개, 합계 10개로 가장 많았다. 탄소중립 계획서는 도출 근거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았다.

성주군은 물 관리 분야에서 수질 및 수생태, 생태계 분야에서 산불, 가뭄에 의한 산림 식생, 국토연안 분야에서 폭설에 대한 기반시설, 태풍에 대한 기반시설에서 RCP 4.5와 RCP 8.5 시나리오에 모두에서 취약성이 1순위였다. 울릉군은 물관리 분야에서 이수, 장기가뭄에 대한 용수 취약성, 국토연안 분야에서 홍수에 대한 기반시설, 해수면 상승에 의한 기반시설, 농수산 분야에서 수온변화에 의한 수산업에서 마찬가지로 시나리오와 상관없이 1순위로 취약성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각 지역의 취약성 도출 근거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주요 결과를 감안할 때 강과 산, 바다 등 지형적 특징에 따라 분야별 취약성 노출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성주군은 소맥산맥 줄기에서 뻗은 가야산 등 임야가 66.92%를 차지하고 있고, 낙동강과 그 지류 하천이 형성한 평야지대가 있다. 울릉군은 도서 지역의 특성에 따른 지표가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밝힌 폭염 취약성 지표에서는 포항시가 가장 취약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폭염도시인 영천시나 경산시 등은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다. 기상청 폭염 데이터에 근거하면 지난 약 50년 간 폭염 지속 일수가 많았던 경북 기초자치단체는 영천시(4회), 포항·의성(3회), 문경·안동·경주(2회) 순이다.

RCP4.5 시나리오에 따르면, 포항이 취약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폭염에 의한 주거지역 취약성 분석값을 나열해 놓고 보면 순위와 상관 없이 대체로 유사한 결과값이 확인됐다. 기반시설 취약성 분석값은 취약성이 낮아질수록 수치적 변화가 눈에 띄게 커졌다.

▲폭염과 관련된 지표는 주거지역과 기반시설로 나눠 취약성을 진단했다. (RCP4.5 시나리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데이터 분석·정제 = 오나영 데이터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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