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다큐 ‘양지뜸’ 개봉 한달 앞···사드가 무너뜨린 작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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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국제 관계 속에 놓인 한반도의 외교적 현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에 이르는 사드 배치 과정에서 정치적 손익. 주술사가 점찍은 듯한 입지 선정과 주민 반발에 스리슬쩍 외곽지로 바뀌어버리는 ‘사드 최적지’. 통곡하는 주민들을 밀어붙이고 들어서는 사드 포대.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스펙터클이었고 그래서 이를 지켜본 이들에게도 사드는 스펙터클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김상패 감독은 사드 반대 투쟁이 가장 역동적이던 초반부를 지나, 오랜 싸움을 예상하며 일상화된 투쟁을 벌이던 시기 소성리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의 세월, 김 감독은 소성리에서 집을 구해 농사를 지으며, 주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은 김 감독에게 결연히 외치는 투쟁 구호 사이로 간간이 꾸미지 않은 일상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양지뜸>은 격정적인 어떤 이미지로 남은 ‘사드 반대 투쟁’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김 감독은 주민들과 함께 농사짓고,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며 목격한 평범한 일상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양지뜸에 잘 말린 도토리묵처럼 담백하다.

양지뜸은 마을에서 가장 볕이 잘 드는 곳을 말한다. 소성리의 양지뜸은 마을회관 앞이다. 마을회관 앞을 배경으로 보여지는 소성리의 모습은 여느 마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주민들이 일하고 함께 밥을 지어 먹고, 쉬는 공간이다.

초반부 주민들의 일상으로 채워졌던 영화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이질적인 장면을 관객에게 노출한다. 사드 배치가 본격화하면서 투쟁이 주민들의 일상이 되어버렸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렌즈 안으로 주민들의 ‘투쟁’이 성큼 들어온다.

결연히 목소리를 높여 말하지 않아도, 참혹한 장면을 전시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사드가 무너뜨린 작은 평화가 무엇인지.

김상패 감독은 “소성리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시간도 오래돼 연대자와 국민적 관심이 예전과 같지 않다”며 “주민들도 힘이 빠지고 어려운 상황인데, 7년 동안의 싸움과 주민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영화를 보시고 느껴서 다시 한 번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텀블벅 펀딩은 오는 7월 31일까지다. 개봉 예정일은 오는 8월 21일이다. 후원금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의 시사회 진행, 굿즈 제작 등 경비로 사용된다. 텀블벅 펀딩 참여는 https://tumblbug.com/oursunnyparadise에서 할 수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