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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스타에 올린 웨딩 사진처럼 완벽해 보이던 결혼생활. 하지만 2023년 통계는 우리에게 다른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두 커플 중 한 커플이 ‘언팔로우’를 선택한다는 거죠. 어떨 때는 사랑스럽다가도 어떨 때는 원수같이 느껴지는 우리 부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요? 박경연 변호사가 어쩌면 지금 ‘헤어질 결심’을 고민하는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내가 왜 상간녀야! 나도 피해자야!”
의뢰인 A 씨의 외침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커리어에 청춘을 바치고 혼인 적령기를 넘겨버린 A 씨는 한 모임에서 B 씨를 알게 되었고 B 씨의 적극적인 구애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A 씨는 친한 몇몇 지인들에게 B 씨를 소개하였고, 왜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았냐는 지인들의 질문에 B 씨는 일이 너무 바쁘기도 했고 A 씨를 만나기 전에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A 씨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결심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는 B 씨의 SNS에서 B 씨 딸로 보이는 한 여학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전부터 종종 연락이 두절되는 B 씨에게 수상함을 느끼고 있던 A 씨는 B 씨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B 씨는 사실은 자신이 이혼소송 중이며 소송이 곧 끝나니 기다려 달라고 말하면서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이미 B 씨를 사랑하고 있던 A 씨는 B 씨를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A 씨는 B 씨 배우자로부터 상간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의 소장을 받게 됩니다. A 씨는 B 씨 배우자에게 연락하여 이혼소송 중이지 않냐고 물었으나 B 씨 배우자는 이혼소송은 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혼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자신의 남편을 만난 것 아니냐고 반문하였습니다.
A 씨는 B 씨의 거짓말에 속아 B 씨와 만남을 지속한 것인데 자신이 상간녀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무척 억울해하셨습니다. 그러나 법리적으로만 본다면 A 씨는 B 씨가 아직 혼인관계를 종료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만난 것이므로 B 씨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하고, 억울한 부분은 B 씨를 상대로 별도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하여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B 씨의 이혼소송이 끝나기 전이라 하더라도 B 씨 부부의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른 후 A 씨를 만났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A 씨는 책임을 피할 수 있긴 합니다만, 이 사건의 경우 B 씨 부부는 이혼소송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상간 손해배상(상간 손해배상은 정식 명칭은 아니고 편의상 명칭이며, 실제는 ‘손해배상(기)’라고 표시됩니다)의 경우, 통상 우리 법원은 상대방이 유부남인 사실을 알고 만남을 지속했다면 부정행위의 기간,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1,000만 원~5,000만 원 정도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고 있습니다.
부정행위의 정도가 심한 경우 그 이상의 금액이 나오기도 합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의 항소심에서는 일부일처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자료 20억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통상의 위자료 액수를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B 씨가 이혼하지 않은 걸 알았을 때 바로 헤어졌어야지!”라고 A 씨를 비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A 씨는 B 씨가 이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바로 헤어졌어야만 상간녀로서의 책임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람에게 쉽게 헤어짐을 통보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B 씨는 갖은 거짓말로 자신이 이혼소송 중이라는 것을 A 씨가 믿도록 만들었습니다.
제일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B 씨임에도 불구하고 B 씨는 쏙 빠진 채 A 씨와 B 씨 배우자가 소송의 당사자가 되어있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가정이 붕괴되는 고통은 너무나 크고 치유될 수 없습니다. B 씨 배우자가 A 씨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충분히 정당합니다. 그러나 A 씨 역시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행히 우리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을 매우 꼼꼼하게 살펴 억울한 부분이 최대한 없도록 판결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자신의 억울함을 잘 소명한다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위 사건의 경우에도 당사자의 억울함을 잘 정리하여 재판부에 알리고 설득하였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주의할 것은 억울한 마음이 앞선 나머지 두서없이 사실관계만 늘어놓거나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만 나열하는 것은 진술의 일관성을 해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억울함을 재판부가 이해하기 쉽게 사실관계를 잘 정리하여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들을 첨부하여 제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 심호흡 크게 한 번 하시고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억울함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박경연 공동법률사무소 예원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