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또’ 거부권, 대구서도 윤석열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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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윤석열 대통령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예고대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6당은 국회에서 긴급 규탄대회를 열고 국회에서 재표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에서도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민주노총이 모인 ‘윤석열 심판 대구시국회의’가 윤 대통령 규탄에 나섰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수해 수습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 병사가 실종사 수색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해 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5월 21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은 국회 재표결을 거쳐 5월 28일 폐기됐다. 22대 국회 개원 후 더불어민주당은 당론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채상병 순직 사건에서 파생된 관련 사안을 모두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고, 야권의 특검 추천 권한을 넓히는 등 수위를 더 높였다.

오는 13일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에서 특검법 수용촉구 범국민대회를 여는 등 채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까지 강도 높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에서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전원 출석을 가정할 때 200석을 확보해야 해서 국민의힘 의원 8명이 찬성 표결에 나서야 가능하다.

▲10일 오전 10시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윤석열 심판 대구시국회의’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10일 오전 ‘윤석열 심판 대구시국회의’는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상병 사건은 임기 2년을 막 넘긴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많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진실을 가로막고 은폐를 시도하며 책임자를 빼돌리고, VIP 격노설을 통해 혐의자 특정 과정에서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다고 사실상 인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기본 권리를 침해한 일이다. 국민은 성실히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거부권 행사가 아니라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적극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민의 생명보다 제 식구 감싸기에 바쁘다”고 지적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도 “얼마 전 채상병 어머니의 편지를 봤다. 누가 아들에게 흙탕물에 들어가라 지시했는지 알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은폐하고 축소하기 급급하다”며 “내 자식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비참하게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여 있다. 대통령은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가”라고 되물었다.

김근성 대구촛불행동 공동대표(경북대 정치외교학과)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건 국민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는 것, 본인과 아내, 측근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참사, 최근 아리셀 화재참사와 더불어 매 순간 산재로 죽어가는 노동자 등 우리 주변에서 사람이 매일 죽어가는 데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