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형복 시인, 새 시집 ‘교수님 스타일’ 펴내

"밥값은 하며 살아야 한다"는 법학자 채형복의 고백
이산하, "칼날 같은 직설과 독설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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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학여행의 시집 ‘교수님 스타일’ 표지

지난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채형복 시인이 새 시집 <교수님 스타일>을 도서출판 문학여행에서 펴냈다. 제목과 함께 ‘할 말은 하고 쓸 말은 쓴다. 다만 교수님 스타일로’라는 설명을 달고 우리나라 교수 사회에 대한 작가의 풍자와 날선 시대의식, 자기성찰을 보여주는 시편을 담았다.

이번 시집 <교수님 스타일>은 동명의 제목에 연번과 부제를 단 시 60편을 4부로 나눠 실었는데, 첫 번째 시 ‘교수님 스타일·1-나는 교수님이다’를 비롯한 동명의 시 몇 편은 앞선 시집 <바람이 시의 목을 베고>에서 발표한 바 있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학자는 세상 눈치 보며 구차하고 비루하게 사느니 혀를 깨물어 자진하고 자신을 속이거나 죄짓지 말고 밥값은 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시편으로는 프랑스 유학을 한 계기를 밝힌 ‘교수님 스타일·13-심법’(이하 연번과 부제로 표기)를 비롯해 교수의 말과 어긋나는 행동을 꼬집은 ‘25-뱀 같고 똥 같은’, 학자로서 시인의 다짐 같은 ‘60-학자라면’ 등이 있다.

교수님은 입버릇처럼 /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

권력과 보직은 /
교수를 망치는 독약이니 //

모름지기 훌륭한 학자가 되려거든 //

흉물스런 뱀을 피하듯 권력을 피하고 /
길 위에 떨어진 똥을 피하듯 보직을 대하라 //

그런데 어이하랴 /
교수님은 //

뱀 같고 똥 같은 것에 /
인생을 걸었다
_ ‘교수님 스타일·25 – 뱀 같고 똥 같은’ 전문

시인은 ‘1-나는 교수님이다’에서 말한 “사랑도 한다”는 고백 같은 사랑의 시도 한 편 실었다. 그는 ‘53-애증’에서 “당신에게 다가서려는 내 마음을 재고”라며 사랑의 간절함을 드러낸다.

내게 자가 있어 /
당신과 내 마음의 길이를 잴 수 있다면 //

내게 저울이 있어 /
당신과 내 마음의 무게를 달 수 있다면 //

당신에게 다가서려는 내 마음을 재고 /
물러서려는 내 마음도 달 수 있겠지요 //

지나친 사랑도 미움도 /
당신을 가지려는 내 마음의 욕심입니다 //

스승이시여, /
지옥의 유황불로 담금질된 칼을 주세요 //

불가근 불가원 //

다가서려는 마음도 /
물러서려는 마음도 //

단칼에 베어 내렵니다
_‘교수님 스타일·53 – 애증’ 전문

▲채형복, 이산하 시인(왼쪽부터)_ 이산하 시인의 ‘이 산하에 피었으므로, 진다’ 북콘서트 가운데(사진=정용태 기자)

이산하 시인은 추천사에서 “위선과 기만과 기회주의자인 ‘지식팔이’ 교수를 거침없이 폭로하고 조롱하는 자기성찰적 풍자시가 살과 뼈 사이를 예리하게 가른다. 국립대 처음으로 교수노조를 만든 인권법 교수 시인의 칼날 같은 직설과 독설에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추천했다.

김문주 문학평론가(영남대 교수)는 해설 ‘직업으로서의 학문과 부정정신 너머’에서 “이 시집의 주요 전략은 ‘~하는 줄 아’는 ‘교수님’에 관한 사회적 인식과 실제로 ‘~하는’ 교수의 행태 간의 격차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 차이와 간극을 전시하여 대상의 위선을 까발림으로써 대상을 격하시키는 효과를 불러오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법학자인 그에게 시는 아마도 이 희망 없는 대학 사회에서 ‘스멀스멀 연기처럼 폐부로 스며드’는 온갖 ‘욕망’(59, 마지막 강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지식인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에 한 자 한 자 새기는, 준열한 자기성찰의 일기 같은 것도 모르리라”라고 덧붙였다.

채형복 시인은 1963년 대구 성서에서 태어났다. 오래 법학자로서 살아왔고 지금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시집 ‘늙은 아내의 마지막 기도’(높이깊이, 2012)로 등단, 시집 ‘바람이 시의 목을 베고’(한티재, 2016), ‘칼을 갈아도 날이 서질 않고’(문예미학사, 2018), ‘무 한 뼘 배추 두 뼘’(학이사, 2021)을 비롯해 여러 저작이 있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