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전문의 채용 공고만 내놓곤 생명존중센터 운영 재개?

대구시, 2024년 본예산에서 센터 지원 예산 삭감
복지국장, “시 재정 여건 여의치 않아 삭감된 것 같아”
정신응급병상은 센터와 상관없이 운영 중
추가 확보할거란 정신응급병상도 원래 운영하던 병상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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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 대구의료원 생명존중센터 운영 중단과 재개를 두고 시민사회단체가 꼼수, 미봉책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취임 후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의 일환으로 생명존중센터를 지역 정신건강응급 의료체계의 중심 기관으로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들어 센터가 폐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4일 대구시는 부랴부랴 운영 재개 방침을 발표했다.

9일 우리복지시민연합(복지연합)은 성명을 내고 대구시가 생명존중센터 운영을 중단하고 재개하는 과정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히 대구시가 센터 전담 정신건강 전문의 퇴사를 중단의 이유로 삼은 것을 두고, 대구시가 관련 예산을 삭감한 후 퇴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꼬집으며 대구시가 선후관계를 바꿔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월말 대구의료원의 전담 정신건강 전문의 퇴사 및 야간근무 기피와 의사집단행동으로 정신과 의사 재채용이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어 위기관리병동을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했으나, 정신응급 상황 발생 시 시민의 소중한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생명존중센터 위기관리병동 운영을 빠른 시일 내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대구의료원의 위기관리병동 운영은 물론 현재 운영 중인 24시간 정신응급 3병상 외 추가로 1병상을 확보하여 자살예방 등 위기관리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후관계를 따져보면, 대구시가 생명존중센터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면서부터 센터 존폐 문제는 예고됐다. 대구시가 대안으로 제시한 24시간 정신응급 3병상 역시 생명존중센터 운영과 상관없이 대구시가 시민 정신건강 정책 일환으로 이전부터 운영해 왔다. 대구시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센터 재개를 알리면서 실제로 추가적으로 한 일은 다음날(5일) 정신건강 전문의 재채용 공고를 낸 것에 불과하다.

▲대구시가 올해 예산에 생명존중센터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운영난을 겪던 센터가 최근 폐쇄됐다.

대구시, 2024년 본예산에서 센터 지원 예산 삭감
복지국장, “시 재정 여건 여의치 않아 삭감된 것 같아”

예산 문제부터 살펴보면 대구시는 2024년 본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대구의료원 출연금 항목에 생명존중센터 예산 10억 원을 포함했다가 최종적으로 삭감했다. 지난해 11월 30일 대구시의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의관 복지국장은 “생명존중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10억 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재정총괄부서에서 시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아 일단 이 부분 삭감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열린 대구의료원 행정사무감사(11월 15일)에서 같은 문제가 지적됐는데, 배문주 대구의료원 진료처장은 “저희 병원이 지금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른 데를 빼서 생명존중센터에 지원하기 어렵다”며 “외람되지만 생명존중센터 지원이 끊겼는데, 다시 살려주셨으면 싶은 부탁을 드린다”고 읍소했다. 예산 삭감이 센터 운영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삭감된 예산안으로 최종 의결이 되면서 대구의료원은 자체적으로 센터 운영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센터 전담 정신건강 전문의 2명이 퇴직한 것으로 파악된다. 복지연합은 “대구의료원이 궁여지책으로 2024년 1월과 2월은 자체 예산으로 운영했다. 당연히 불안정한 운영은 전문의 퇴사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문을 닫았다”고 짚었다.

정신응급병상은 센터와 상관없이 운영 중
추가 확보할거란 정신응급병상도 원래 운영하던 병상

정신응급 3병상 운영도 마찬가지다. 대구시 건강증진과에 따르면 대구시가 현재 운영하는 정신응급병상 3병상은 대구가톨릭대병원(1병상)과 수성중동병원(2병상)에서 운영 중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운영 중인 병상은 2021년부터 시비 100%로 운영해왔고, 중동병원 2병상은 올해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에 공모해 확보한 3병상 중 2개다.

3병상 중 1개를 다른 병원이 운영하다가 운영을 포기했고 대구시는 현재 새로운 운영 병원을 공모 중이다. 지난 4일 대구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1개 정신응급병상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것을 두고 한 설명이다. 생명존중센터가 2022년 개소하면서 “지역의 정신건강응급 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걸 고려하면, 센터와 정신응급병상을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기 어렵다.

종합해보면, 대구시가 정책적 근거 없이 생명존중센터 폐쇄를 방치한 후 뒤늦게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없거나 선후관계를 뒤바꾼 땜질식 해명에 불과한 셈이다. 대구시 공공의료팀에 따르면 대구시가 센터 폐쇄 문제가 불거진 후 한 일은 정신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새로 낸 것 정도다. 센터는 현재 일반 병동과 다를 것 없이 운영 중이다.

이를 두고 복지연합은 “대구시가 센터 운영 중단을 결정하게 된 예산 삭감의 정책적 근거가 없다”며 “2023년에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대구 자살자 수는 638명으로 하루 1.7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자살률은 27.0명으로 전국 평균(25.2)보다 높았으며, 특광역시 중 부산 다음”이라고 지적했다.

또 “2023년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져 대구시의 잠정 자살자 수는 647명으로 전년보다 많다. 국가적 차원에서 자살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2024년 1분기 자살 사망자 증가도 심상치 않아 정부가 나서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하면서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대책을 수립, 시행하여 책임있는 자살예방 정책을 수행하도록 강제할 정도다. 자살 사망자 수와 자살률이 모두 증가하는데 생명존중센터를 중단할 정책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연합 운영실적 면에서도 중단할 근거가 없다고 짚었다. 복지연합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센터의 입원·외래 운영 실적은 2022년 입원 1,113명, 외래 14명이고 2023년은 입원 1,791명, 외래 41명으로 늘었다.

복지연합은 “생명존중센터 운영을 중단하고 위기관리병동을 민간에게 3병상을 맡긴 것은 대구의료원 기능 강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예산상 공공의료 예산 10억을 아끼기 위해 3억을 민간에 보조하니 7억을 아낀 셈이지만, 이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복지연합은 “센터는 1인실 7실로 운영돼 자살시도자 24시간 응급 입원실 운영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원스톱 진료와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협업을 통한 자살 예방 및 교육, 응급출동, 치료지원, 지역사회 연계 등을 추진하는데, 이 같은 컨트롤타워 기능을 모두 포기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일시적인 꼼수에 불과한 미봉책이 아닌 10억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자살예방 정책을 시행하도록 컨트롤타워를 복원해야 한다”며 “정책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하여 시민 생명을 위태롭게 한 생명존중센터 중단과 관련해 대구시의 감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