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비용 지불해도 장애인엔 ‘불친절’한 대구 치맥페스티벌

프리미엄석 8만 5,000원 지불하고 축제 참여했는데
휠체어 장애인 이용하기 좁은 좌석과 음식 주문 방식, 화장실도 문제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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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노지성(29) 씨는 지난 주말 대구 대표 축제인 치맥페스티벌에 갔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인 당사자의 축제 참여를 고려하지 않은 좌석 배치나 화장실이 문제였다. 치맥페스티벌이 대구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아 가는 만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free)’한 축제가 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대구시는 장애인석과 화장실 문제 등을 신중히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지난 7일 노지성 씨는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서 테이블 가격이 8만 5,000원인 프리미엄 존을 사전 예약하고 방문했다. 노 씨처럼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발달장애, 시각장애를 가진 지인들과 함께 동행했다. 노 씨는 “페스티벌 측에서 장애인 이용자를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대구 두류공원 일원에서 열린 대구 치맥 페스티벌 모습. (사진=노지성 제공)

노 씨는 “우선 공간이 협소했다. 사전에 전화를 통해 휠체어 이용자가 갈 것인데 공간이 충분하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가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공간이 좁았고, 일행 모두가 휠체어 장애인이었다면 테이블에 같이 앉지 못할 정도였다”며 “배달이 된다고 해서 ‘대구로’ 어플을 통해 주문하려고 했지만, 포장밖에 되지 않더라”고 설명했다.

노 씨는 화장실 이용에서도 불편함이 컸다고 밝혔다. 노 씨는 “화장실까지 이동하는데 약 10분 정도가 소요됐는데, 장애인 화장실 수도 적은데다 남녀공용이라 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특히 화장실 밖에서 문을 잠글 수 있어서 프라이버시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다. 일행 중에서는 문을 닫지 못해서 혼자 화장실 이용이 어려워 난감했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 씨는 “주최 측이 행사를 준비할 때 장애인 이용자의 시선에서 고민해보지 않은 것 같다”며 “접근성과 공간 확보, 시야 등 장애인 이용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는 향후 장애인석의 공간 확보나 화장실 이용을 위한 동선 등을 향후 축제 준비과정에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치맥 페스티벌을 담당하는 농산유통과 관계자는 “혼잡하고 많은 분들이 오는 축제다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 현재는 장애인석이 별도로 없는데, 좀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한다거나 여기에 장애인 화장실을 가까이 두는 등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이 문제에 대해 신경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