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수수료 앞세운 ‘대구로 대리운전’···지역업체 시장 침범 우려

대구시, 대리운전 시장 대기업 독과점 견제 취지라지만,
지역업체, 프로모션에 시장 빼앗길까 전전긍긍
대리운전 기사들은 "수수료 절감 콜당 몇 백원 수준···셔틀버스가 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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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구형 배달앱 ‘대구로’가 대리운전 서비스 오픈을 한다. 대구시는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독과점을 막으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오히려 지역업체의 영역을 대구로가 침범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로는 배달중개 서비스를 시작으로 택시호출·전통시장·꽃 배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구형 생활편의 플랫폼이다.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대구로 운영사 인성데이타는 지난달 21일부터 모바일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대구로 대리운전’에 참여할 운전기사를 공개 모집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리기사 1,200명 이상이 가입한 걸로 확인된다.

▲대구로 인스타그램 게시물 (사진=대구로 인스타그램)

대구로의 대리운전 서비스 본격화를 앞두고 지역에선 대구로 취지와 달리 대기업보단 지역업체의 사업 영역을 침범할 것이는 우려가 나온다. 대리운전 업계는 카카오T,  T맵으로 대표되는 ‘앱 대리’와 지역업체가 중심인 ‘전화 대리’로 구분된다. 대구시와 대리운전노동조합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구와 인근 경북 경산 지역을 포함한 대리운전 기사는 약 5,000명인데 이중 60%는 앱과 전화를 함께 사용하는 걸로 추정된다.

기사 과반이 앱과 전화를 함께 사용하는 상황에서,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운 대구로가 앱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전화대리 중심인 지역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8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이 “대구로의 대리운전 시장 진입은 대기업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는 지역의 대리운전 영세업체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대구경실련은 “대구시와 인성데이타의 업무협약서에 따르면 대리운전 시장 진입은 대구시가 인성데이타와 협의해서 결정한 일임을 알 수 있다. 대구시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진입해서 기존의 영세업체 피해를 유발하는 것”이라면서 인성데이타가 대리운전 시장까지 진출하게 하는 건 ‘특혜’라고도 비판했다.

지역업체들은 대구로의 대리운전 서비스가 대기업 ‘앱 대리’보단 지역업체 ‘전화 대리’를 사용하는 소비자 파이를 뺏어갈 거라 우려한다. 카카오T는 비교적 연령대가 낮은 소비자가 사용하지만, 전화대리를 사용하는 소비자층은 대구시의 적극적인 홍보와 할인 프로모션에 앱 대리 서비스로 새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추측하고 있다.

반면 대구시는 앱 대리 시장에 거대 기업이 진출해 대리운전 기사가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 때문에 대구로가 사업을 시작한 거라는 입장이다. 실제 대기업 앱과 지역업체가 대리기사에게 받는 수수료는 20% 정도인데, 대구로는 15%다.

서정혜 대구시 경제정책관은 “앱 대리 시장의 대기업 독과점 문제 때문에 대리 운전기사가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 등이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공공이 독점을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준비한 것”이라며 “전체적인 시류가 앱 대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역업체의 우려도 나오는 것 같다. 앱과 전화를 사용하는 소비자 파이가 거의 고착화되어 있다고 봐서 진행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리운전 기사들 “수수료 혜택 크지 않아…차라리 통근버스 지원 필요”

대구시는 수수료 절감을 통해 대기업 독과점을 막고, 대리운전 기사들에게도 혜택을 제공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 기사들이 느끼는 혜택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조는 50~60대로 연령대가 높은 업계 상황에도 대구로가 만 30~65세로 연령 제한을 둔 점, 시장에 신규 진입한 업체이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까다로워 사고 이력 기준이 높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정규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장은 “수수료가 낮다곤 하지만 대리운전 건당 몇백 원 수준”이라며 “지난 3년간 대리기사가 운전하다가 낸 사고 통계를 보면 대부분이 긁힘 사고다. 기후조건이 안 좋은 날 차를 빼다가 긁히는 경우인데, 대구로에 기사로 등록하려면 조건이 (다른 플랫폼보다) 깐깐하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또한 “코로나19를 지나며 지역 내 콜 수가 2만 건에서 1만 4,000건까지 떨어졌다. 지역업체들이 분담해 운영하던 셔틀버스도 대폭 줄어서 기사들이 하루에 부담하는 교통비가 1만 원 안팎이다. 실제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뭔지, 대구시가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구로 관계자는 “대리기사 나이 제한을 58세까지로 뒀다가 노조의 요청으로 65세까지 확장했다. 보험 문제도 신생기업이다 보니 협업 중인 KB손해보험 측에서 타이트하게 봤던 것을 기존 플랫폼사와 동일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맞췄다”며 “대리기사 위주의 서비스를 위해 고민을 많이 했고, 향후에도 전화 호출 시장에는 진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