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모나, 박세상 초대전 ‘하늘창고’

기존 작품 해체 새 캔버스에 덧입힌 신작 선봬
유목민처럼 이주하는 작가의 삶이 담긴 작업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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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갤러리모나(대표 권대기)가 제주 작가 박세상 초대전 ‘하늘창고’를 개막했다. 작가가 살고 있는 제주의 환경과 작가의 바람을 그린 아크릴화 연작 ‘하늘창고’와 ‘제주생활’ 등 30여 점을 선뵈는 이번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갤러리모나 권대기 대표와 박세상 작가(왼쪽 첫 번째와 두 번째) 개막 인사(사진=정용태 기자)

권대기 대표는 “20여 년 전 박세상은 작품이 잘 팔리는 유명화가였다. 그러자 팔리는 작품을 반복해서 그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환경은 그를 되레 힘들게 하면서 스스로 세상과 거리를 두게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구를 떠나 남해로, 제주로 유목민처럼 거처를 옮겼다. 그의 작업들도 그가 사는 환경을 따라 변화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삶에 담긴 제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유채꽃을 연상시키는 노란 들판과 제주의 자연을 담은 ‘제주생활’ 연작이 1층 전시실 오른쪽 벽면을 채운다. 왼쪽으로는 사각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아래 조그맣게 창고를 그린 ‘하늘창고’ 연작과 청동 소재의 조각상처럼 보이는 ‘자소상’ 한 점이 모퉁이를 지킨다. 2층으로 이어지는 층고 높은 공간은 마치 바닷속인양 천장에서 드리워진 목어 156마리가 유영한다. 2층은 최근작과 함께 달이나 꽃을 그린 앞선 작품들을 전시했다.

작가의 최근작 대부분은 지난 작품을 해체해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자소상’은 청동상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림을 그린 캔버스를 자른 천을 아교를 녹여 붙였는데, 8년에 걸쳐 다듬은 작가의 모습이다. ‘하늘창고’와 ‘제주생활’도 기본에서 같은 방식으로 그려진 재활용 작업의 결과물이다.

▲박세상 작 ‘제주생활’ 연작_갤러리모나(사진=정용태 기자)
▲박세상 작가 자소상_갤러리모나(사진=정용태 기자)

박 작가는 “이주를 할 때마다 작품들은 짐이다. 새로 작품을 그리면 그 짐은 더 늘지 않나. 지구의 환경도 생각하면서 캔버스 재활용을 결심했다. 앞서 팔았던 작품 가운데는 기존 작품에 새 작업을 덧입힌 게 있었다. 지금 작업은 캔버스를 잘라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새 작품으로 만든다. 그렇게 작품의 생명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근무지 따라 옮겨 다니는 부친과 함께 유목민처럼 이주하는 삶을 살았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는 스스로 이주했고, 대구에서 20여 년을 살며 작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후 남해로 이주했고, 다시 제주로 옮겼다. 이제 경남 하동을 꿈꾸며 살고 있고 언젠가는 강원도 어디로 이사할 계획이다.

자동차부속골목에 자리한 갤러리모나의 주소는 대구광역시 중구 명덕로 35길 68(남산동)이다. 전시 기간은 7월 2일부터 20일까지.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