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컵 2만개 생산한 친환경 축제?···대구 치맥페스티벌 이대로 좋은가

동물권, 지속가능성, 시민참여, 축제 4가지 주제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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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치맥페스티벌이 친환경 축제로 변화하기 위해 다회용컵 제작 등으로 홍보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1년에 한 번 진행되는 축제를 위해 2만 개의 플라스틱 컵을 생산, 사용하는 것이 맞나”

5일 오후 대구 중구 혁신공간바람에서 ‘대구 N맥 페스티벌’ 주최로 ‘대구 치맥페스티벌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지난 2022년부터 ‘대구 N맥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대구시가 후원하는 ‘치맥페스티벌’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관련기사=“환경오염, 생명경시···치맥페스티벌 이대로 괜찮을까”(‘24.07.03))

토론회에서 동물권, 지속가능성, 시민참여, 축제의 의미 등 4가지 주제로 각각 발제가 이뤄졌고,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주영 대구환경교육센터 활동가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 축제로 변모하려고 하는 치맥페스티벌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했다.

주영 대구환경교육센터 활동가는 “대구 치맥페스티벌이 친환경 축제로 변화하기 위해 다회용컵 제작 등으로 홍보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1년에 한 번 진행되는 축제를 위해 2만 개의 플라스틱 컵을 생산, 사용하는 것이 맞나”라며 “축제를 위해 무더운 여름에 냉방 에너지를 쓰고, 야간 조명을 위한 에너지도 쓴다. 수 많은 닭을 튀기고 시원한 맥주가 제공되기 위한 에너지도 필요하다. 쓰레기 배출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영 활동가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축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의 14%로 모든 도로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하다”며 “축산업은 생산 과정에서의 냉방, 보온, 이동, 물 사용, 농장지 사용, 수송 등에서 탄소배출이 이뤄진다”고 현행 축산업이 갖는 기후위기 촉진 문제도 지적했다. 지나친 육식이 결과적으로 기후위기도 앞당긴다는 의미다.

이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2023년 돼지·소·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이 1인당 60㎏로 나타났는데, 쌀 소비량은 56.4㎏다. 밥 보다 고기를 더 먹는다.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주 1회 이상 치킨을 소비하고 있다. 말그대로 ‘치킨 소비 공화국’”이라며 “대구시는 일상에서 높은 소비를 보이는 치킨을 ‘지역 축제’로 만들어서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고 부추긴다. 축제 규모가 커지며 소비되는 닭들도 더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주영 활동가는 “이런 치맥페스티벌이 과연 친환경 축제라고 명명할 수 있을까”라며 “무엇보다 수많은 닭의 생명을 앗아가는 축제에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동의하기 어렵다. 진정한 친환경 축제는 지역의 생물종을 대구시민이 알 수 있고, 보전하기 위한 축제여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대구와 지구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나루 동물권행동 비긴 활동가, 조영태 대구참여연대 활동가, 한상훈 ‘문화활약가’ 활동가가 각각 동물권, 시민참여, 축제의 의미 등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고, 발제 이후에는 토론회 참석자들이 그룹별로 이동하며 주제별 토론에 참여했다.

이들은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치맥페스티벌의 문제와 대안을 논의해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대구 치맥페스티벌의 문제는 다양하게 지적된 한편, 대구 N맥 페스티벌과 같은 대안 행사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동물권’을 주제로 토론한 이재효 활동가는 “치맥페스티벌의 문제 의식은 생명을 상품화하는 산천어 축제, 소싸움 축제 등에서도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림들은 치맥페스티벌에서 동물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N맥 페스티벌과 같은 대안 축제가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라고 짚었다.

‘축제의 의미’ 토론을 담당한 예림 활동가도 “대구시가 치맥페스티벌에만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대안 축제, 아래로부터 축제를 지원해야 한다. 작은 공동체에서 아이디어를 통해 시민이 소비자가 아니라주체로 나서는 축제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참여’ 토론을 이끈 오정영 활동가는 “치맥페스티벌에 12억을 쓰고, 그 중 절반이 대행사에 간다는 것에 비판 의식이 있다. 지자체가 시민을 그냥 공연을 보고 치킨을 구매하는 단순한 소비자로 축소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며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를 위해 시민 차원의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 주제를 담당한 이근아 활동가는 “치맥 축제의 문제는 쓰레기, 환경오염, 기후재난으로 연결된다”며 “비거니즘과 환경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고, 시민들에게 N맥 페스티벌과 같은 대안 축제가 더 알려져야 한다. N맥 페스티벌을 비롯해 작은 축제들, 다양한 축제가 생기면 좋겠다”고 했다.

▲ 3일 동인동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 N맥 페스티벌’ 주최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육류 소비 대신 친환경, 비거니즘 등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축제 개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축제를 위해 도살된 닭들을 위한 추모의식도 진행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