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이 허락되지 않는 자들] (7)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진짜로!_김태완 이야기②

14:27
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 주=대구에는 장애성인을 위한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이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인정은 이뤄지고 있지만, 고등학교 인정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질라라비장애인야학 학생의 구술을 5월부터 8월까지 연재할 예정이다.]

[학교교육이 허락되지 않는 자들] (1) “이제 고등학교 가고 싶어요!”
[학교교육이 허락되지 않는 자들] (2) 모르고 살아온 삶_박경화 이야기 ①
[학교교육이 허락되지 않는 자들] (3) 모르고 살아온 삶_박경화 이야기 ②
[학교교육이 허락되지 않는 자들] (4)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_이상근 이야기①
[학교교육이 허락되지 않는 자들] (5)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_이상근 이야기②
[학교교육이 허락되지 않는 자들] (6)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진짜로!_김태완 이야기①

김태완 씨는 57세의 지적장애인이다. 어린 시절, 그는 가족과 갑작스럽게 이별하며 거주시설로 보내졌고, 상실감과 외로움 속에서 긴 시간을 홀로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2016년, 태완 씨는 탈시설을 통해 자립을 결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질라라비장애인야학 중학과정에 입학해 예전에 포기했던 중학교 진학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고 올해 8월, 졸업과 함께 고등학교 입학을 꿈꾸고 있다. 이 글은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의 조계숙 활동가가 인터뷰한 내용으로 지역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태완 씨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한다.

자립생활 시작: 새로운 변화

지금은 천년나무 6단지에 살아요. 인자 혼자 살아요. 내 집이라요. 2022년, 그러니까 재작년에 이사 왔어요. 여름 다 되어갈 때. 신천아이파크에서 옷하고 이불하고는 가지고 왔어요. 선풍기하고. 다른 거는 다 새로 샀어요. 맨날 활동지원사님하고 나로센터 선생님하고 사러 다녔어요. 전자제품 거기 많이 있는데도 갔고, 가구도 사러 멀리 갔어요. 이마트하고 야학 뒤에 있는 큰 마트(코스트코) 있잖아요. 거기도 갔어요. 밥그릇도 샀어요. 지금은 혼자 살고 있지만, 누가 찾아오면 밥도 줘야 하니깐 숟가락하고 젓가락, 밥그릇도 많이 샀어요. 테레비는 큰 거 샀어요. 큰 게 좋지뭐. 테레비는 방에 하나 있고 거실에 하나 있고 두 개라요. 냉장고도 사고 불 켜는 거(가스렌지)도 사고 그 옆에 전자렌지도 사고 했어요. 돈 많이 들었지. 괜찮아요. 필요한 건데 뭐.

혼자 사니깐 좋긴 한데 조금 외로워요. 밤에는. 집도 크고 좋은데 혼자 사니깐 결혼하고 싶지요. 결혼하면 내가 잘 해줄낀데···. 학교 다니고 일하고 저녁에 와서 밥 챙겨 먹어야 되는데 잘 안 먹어요. 입맛이 없어요. 혼자서 물라카니깐(먹으니까). 같이 살 사람이 있으면 밥도 같이 묵고 내가 한 번씩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하면 좋을낀데.

오전에 학교 공부 마치면 오후에는 함께센터(발달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고 있어요. 쓰레기통에 있는 거 저거 다 비우고 화장실 청소하고 있어요. 힘 안 들어요. 돈은 많이 받지요. 돈 모아서 뭐 할지는 몰라도 많이 모으고 싶어요. 돈 많이 모아야지요.

얼마 전에 나로센터에 있는 선생님하고 병원에 갔어요. 내가 이빨 때문에 치과도 다니고 또 경대병원도 다녀요. 의사 선생님이 내한테 담배 끊어야 된다고 캤어요. 피가 다른 사람보다 뻑뻑하다고 캐서. 끊는 게 쉽나? 그래가지고 쪼매 덜 피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원래는 한꺼번에 두 개씩 피웠는데 요새는 한 개씩 피워요.

또 헬스장에서 아침에 운동도 하고 있어요. 아파트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와요. 학교 가기 전에 아침에 지원사님이 오면 같이 가요. 뭐, 그냥 걷는 거(런닝머신) 있잖아요. 그거 열심히 걸어요. 한 30분 넘게 걸어요. 그라고는 자전거도 타고. 땀도 나고 하면 샤워하고 학교 와요. 야학 선생님들도 내하고 같이 운동하고 있어요. 운동하는 거요? 하기 싫을 때도 많지요. 당연히. 그래도 야학 선생님이 자꾸 하자고 캐가지고.(웃음)

약 많이 먹어요. 얼마 전에 이(치아)에 이것도 했고 경대병원 가서 약을 이만큼 받아왔어요. 오래 살라카면 약도 잘 먹고 해야지요 뭐. 할 수 없지.

▲김태완 씨의 일상, 왼쪽부터 식사 후 설거지를 하는 모습, 여기서함께센터에서 일하는 모습, 헬스에서 운동하는 모습. (사진=질라라비야학)

학교생활: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진짜로!

학교는 좋지요. 선생님도 좋고. 내한테 공부도 갈키주고 잘 해주는데 좋지요. 옛날에 국민학교 6학년 9반이었을 때, 남자 선생님이 있었어요. 그 선생님이 내한테 공부 못한다고 때렸어요. 매로. 엉덩이하고 손하고. 내 말고도 다른 애들도 많이 맞았어요. 어떤 때는 손으로 내 등허리(등)를 막 때리고···. 왜 맞았는지는 잘 모르겠고. 무서웠어요.

질라라비야학 선생님들은 다 좋지요. 내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나는 중학 3단계 2반이라요. 화요일하고 수요일, 금요일 이렇게 아침에 학교 와요. 아침에 와서 공부하고 점심 먹고 또 한 시간 더해요. 쪼매 있으면 중학교 졸업해요. 8월에.

중학교 공부해도 하나도 안 어려워요. 영어 하는 거 그것도 재미있어요. 영어 노래도 따라 부르고 미국사람 만나면 물어보는 거 그것도 배웠어요. 나는 잘 따라해요. 정보 같은 것도 배워요. 컴퓨터 하는 거 하고 그거 있잖아요 요만한 거(태블릿) 그거 가지고 하는 것도 선생님이 가르쳐줬어요.

우리 반에 친구요? 있어요. 여러 명요. 그래도 이○혜씨가 제일 좋아요. 마음이 착해요. 내한테 맨날 오빠, 오빠 해가지고.(웃음) 학교 오면 내가 맛있는 거 사주고 커피도 사줄낀데 감기 걸렸다 캐서. 내가 전화했지 뭐. 커피 사줄께 카고. 기다렸는데 아파서 못 온다 캐가지고 속상했어요. 그래도 금요일은 온다고 캐서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 반은 6명이라요. 선생님은 김○리 쌤이 제일 많이 (수업에) 들어와요. 근데 얼마 전에 많이 아파서 계속 못 왔어요. 큰 수술한다고 캐가지고(해서). 그래가지고 내가 많이 속상해서 빨리 나으라고 전화도 했어요. 얼굴 보고 전화하는 거(화상통화) 그거 정보시간에 배웠거든요. 그래서 얼굴 보고 전화했어요.

학교에서 놀러도 많이 가요. 중학 2단계 때 제주도로 비행기 타고 수학여행도 갔어요. 비행기 처음 탔는데 하나도 나는 안 무서웠어요. 바닷가도 가보고 저녁에 고기도 구워 먹었어요. 막걸리도 한 잔 먹었는데 맛있었어요.(웃음) 제주도에서 말 타는 거 해보고 싶었는데 진짜로 말을 보니깐 무서웠어요. 저 멀리까지 가는 거 보니깐 꼭 바다에 빠질 것 같아서 못 탔어요. 선생님이 계속 타보라고 캤는데···. 또 작년에는 밀양에 케이블카를 타러도 갔어요. 나는 높이 올라가는 거 원래 안 좋아해요. 그래도 선생님이랑 학교에서 놀라가는 거는 좋지요. 당연히.

공부는 계속하고 싶어요. 고등학교도 가고. 공부하면 모르는 것도 잘 알게 되고. 옛날에는 몰랐는데 계속 다니니깐 알게 돼요. 중학교 공부하니깐 내가 자꾸 똑똑해져요. 고등학교 끝나고 나면 대학도 가야지. 계속 공부할 거예요. 그 다음(대학 졸업후)은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우리가 고등학교 가는 거 때문에 카메라 들고 와서 이야기도 하고(인터뷰) 교육청 앞에서 거기 있잖아요. 거기서 이것도(기자회견) 하고 했어요. 고등학교 가게 해달라고. 내하고 이○혜 씨하고 앞에서 마이크 대고 (기자회견문) 읽었어요. 내가 먼저 읽고 뒤에 건 이○혜 씨가 읽고 했어요. 날씨가 더워서 좀 힘들었지만, 팔 이렇게 들고 투쟁! 학교! 카면서 소리치고 했어요. 우리 아부지는 돈 없다고 공부하지 말라고 캤지만 나는 공부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고등학교도 꼭 가고 싶어요.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진짜로!

▲김태완 씨가 중학 2단계 때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감귤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고등학교 진학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사진-질라라비야학)

<기록자의 말>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질문하면 금세 태완 씨의 표정이 밝아진다. 야학과 복지일자리, 건강을 위한 노력 등 이 모든 것이 태완 씨의 선택이었고 그래서 힘이 들 때가 있어도 즐겁게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태완 씨는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공부가 재미있고 취미라고 말하는 소수의 영재들에게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야학의 학생들은 모두 같은 말을 한다. 공부가 재미있다고.
야학을 통해 세상을 배웠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기에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제 남들처럼 고등학교를 가고 싶다는 소박한 태완 씨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도록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은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