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3조 태양광 사업, 큰 진척 없이 다시 출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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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3조원 투자 유치로 홍보했던 산업단지 태양광 지붕 프로젝트가 큰 진척 없이 다시 출발선에 서는 모양새다. 대구시는 그동안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침체를 들었는데, 결국 한 축을 담당한 한화자산운용이 발을 빼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홍 시장은 민선 8기 2주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대구 스마트산단 태양광 지붕 프로젝트에 대해 “당초 이 사업은 한화자산운용이 하기로 했는데 펀딩이 잘 안되어서 다른 6개사로 새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초 한화자산운용이 최대 3조 원 규모의 민자 펀드를 만들기로 했으나 새로 선정된 업체들은 이보다 훨씬 큰 5조 원 정도의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뉴스민 취재에 따르면 실제로 6개사가 투자의향을 밝혀온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 대구시와 SRS 등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부터 투자에 소극적인 한화자산운용을 대체할 투자자를 물색했다.

그 결과로 신한자산운용, 한강에셋, 농협리츠자산운용, DB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등 5개 금융사와 1개 대기업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거나 투자의향을 밝힌 상태다. 문제는 이들 기업도 대부분은 현재까지 실체적인 투자까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금용 대구시 에너지산업과장은 “한화자산운용과 협약을 맺은 게 2년 전이지 않나. 시장이 급변하면서 펀딩이 잘 안됐고, 당초 예상했던 장기계약 단가도 하락하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시장님이 언급한 6개 사와는 아직 논의, 검토 중이다.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2월 홍 시장 취임 반년도 안 되어서 대표이사까지 참석한 가운데 한화자산운용과 투자업무협약을 체결했음에도 무산된 3조 원 투자를 고려하면, 6개사로 늘어난 5조 원 투자의 미래도 현재로선 확답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12일 대구시는 한화자산운용 등과 3조 원 규모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대구시)

다만 사업 총괄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SRS는 사업 추진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SRS 측은 ▲자산운용사 내부 사정에 따른 펀딩 및 공사 지연으로 산단 입주기업들에 부정적 시각이 증가한 점 ▲REC(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기생산 인증서), SMP(한전이 발전사업자에게 1kWh당 구매하는 전력가격) 장기계약단가 하락, 노후기업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긍정적 전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향서를 제출한 투자사 중 신한자산운용은 현재까지 152억 원 가량을 투자했고, 이 재원으로 SRS는 태양광 발전 계약을 체결한 32개사 중 19개사에 9.2MW 수준의 태양광 설비를 마치고 가동하고 있거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가 애초 목표한 생산전력량이 1.5GW 규모라는 걸 고려하면 9.2MW는 0.6%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긴 하다. SRS 측은 RE100 필요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프로젝트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전국 산업단지에 태양광 설비 보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도 프로젝트에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으로 거주 인구가 적어 수용 갈등이 덜한 산단 부지를 활용해 2030년까지 6G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올해 천안, 대불, 울산, 포항 산단을 시범단지로 정해 총 240M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보급할 방침이다.

SRS 관계자는 “분위기가 대구를 기점으로 많이 확산되고 있고, 기후위기와 신재생에너지 확충을 달성하기 위해 산단 입주 기업, 공단, 사업자, 유관기관, 대구시 등이 다같이 참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