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의회, 비위로 수사 받는 의원 의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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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의회 9대 후반기 의장으로 배태숙 의원이 선출됐다. 배 의원은 최근 위계공무집행 방해와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만큼 의회를 대표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반기 내내 의원들의 비위 행위로 논란이 일었던 중구의회가 비위 혐의자를 의장으로까지 선출한 셈이다.

4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의회는 299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제9대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진행했다. 의장에는 배태숙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이, 부의장에는 김효린 의원(국민의힘, 성내2‧3‧대신‧남산2‧3‧4동)이 각각 4표를 받고 선출됐다. 운영행정위원장으론 4.10 보궐선거로 당선된 임태훈 의원(국민의힘, 동인‧삼덕‧성내1‧남산1‧대봉1‧2동)이, 도시관광위원장은 권경숙 의원(국민의힘, 동인‧삼덕‧성내1‧남산1‧대봉1‧2동)이 선출됐다.

▲후반기 의장에 선출된 배 의원은 지난달 위계공무집행 방해와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배 의원은 “아직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니 이후에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배 의원은 구의원 당선 직후부터 유령회사를 통해 중구청 등과 수의계약을 맺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배 의원이 차명으로 유령회사를 설립해 중구청 등과 수의계약을 맺은 점이 위계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지난 6월 해당 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배 의원의 아들 2명과 유령회사 대표로 이름을 올린 A 씨도 같은 혐의로 함께 송치됐다. 배 의원은 실제 사는 곳은 북구인데 주민등록상 주소를 중구로 허위 신고한 혐의(주민등록법 위반)도 받고 있다. (관련 기사=배태숙 대구 중구의원 ‘유령회사’ 수의계약 의혹 검찰 송치(‘24.06.13.))

부의장으로 선출된 김효린 의원도 상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도시관광위원장에 선출된 권경숙 의원도 구청과 맺은 수의계약이 지방자치법,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어 의원직이 제명됐다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복직했다.

본회의 직후 배 의원은 기자들 질의에 “중구의회가 말이 많았는데 7명의 의견을 잘 모아서 해보겠다”며 “검찰로 넘어간 건에 대해선 법률적으로 잘 대응하겠다. 아직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니 이후에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범법 행위로 검찰에 송치된 배태숙 의원이 의장으로, 제명 징계를 받아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권경숙 의원이 도시관광위원장으로, 역시 부정행위로 징계를 받은 바 있는 김효린 의원이 부의장으로 선출됐다”며 “중구의회는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을 저버렸고, 의원 윤리 강령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크게 개탄하고 강하게 규탄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중구의회는 취재진 등의 회의 방청을 제한해 소란을 빚었다. 김오성 의장(국민의힘, 성내2‧3‧대신‧남산2‧3‧4동)과 의회사무과는 ‘대구 중구의회 회의규칙’ 제79조 “의장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방청인의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경우 방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조처했다는 입장이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방청석에 있던 기자들이 난동을 피울 것도 아니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이라는 문구에 해당하는 사례가 아니다. 다른 의회에서도 그런 사례를 들어본 적 없다”며 “회의규칙에 나와 있다 해도 이는 의장의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