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변의 헤어질 결심] 우리 부부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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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스타에 올린 웨딩 사진처럼 완벽해 보이던 결혼생활. 하지만 2023년 통계는 우리에게 다른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두 커플 중 한 커플이 ‘언팔로우’를 선택한다는 거죠. 어떨 때는 사랑스럽다가도 어떨 때는 원수같이 느껴지는 우리 부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요? 박경연 변호사가 어쩌면 지금 ‘헤어질 결심’을 고민하는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혼을 해? 한 번 더 참아?
이런 생각 한 번이라도 해보신 분, 손 들어보실까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손을 드실 거라 예상합니다.

몇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남녀가 만나 혼인 공동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세상 어떤 인간관계보다도 더 큰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사랑스럽다가도 어떨 때는 원수같이 느껴지는 우리 부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요?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 사유를 마치 큰 잘못인 것처럼 생각하여 흥분하는 분들도 계시고, 정말 중대한 이혼 사유인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분들도 계십니다. 중년 이상의 남성분들은 배우자가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는다’고 흥분하며 이혼하겠다고 오기도 하시는데, 물론 이런 말씀을 하는 배경에는 더 큰 갈등이 있겠지만 단순히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는 것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또 어떤 여성분은 배우자가 외도를 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것은 못 참겠다고 하며 이혼을 원한 적도 있습니다. 외도야말로 중대한 이혼 사유인데 자신은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비만 준다면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단 한 가지의 사유만으로 이혼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외도나 폭행 같은 중대한 이혼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혼인 과정 전반에 걸친 사실관계와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를 모두 참작하게 되고 이렇게 참작하여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보통 사건이 무르익었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렇게 사건이 무르익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이혼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자신의 혼인 생활 전반을 한 번쯤은 뒤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당장 이혼하고 싶은데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힘들어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몇 년에서 몇십 년의 익숙한 생활을 정리하는 것은 단순히 서류상의 작업이 아니라 내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 시간을 내 마음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혼하는 백 쌍의 부부가 백 가지의 이유로 이혼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이유로 이혼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혼 상담을 오셨다가 내 상황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여 이혼을 보류하는 경우도 계시고, 오히려 이혼을 하는게 맞구나! 라는 확신을 얻고 소송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우리 부부는 이혼을 하는게 맞는 걸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혼을 하기 전 먼저 이혼전문 변호사의 상담이나 부부 상담센터의 부부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유드립니다. 변호사 상담을 통해 우리 부부의 객관적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부부 상담을 통해 우리 부부의 개선가능성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부부 상담을 해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거나 어느 한쪽이 부부상담을 받는 것조차 거부한다면, 이는 더 이상 노력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니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박경연 변호사(변호사 박경연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