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사망자 발생한 아리셀 화재참사, 대구서도 추모분향소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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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그동안 정부가 중대재해, 이주노동자 대상 노동안전대책 수립에 적극 나서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셀 화재 참사로 숨진 23명 가운데 18명이 외국 국적으로 확인됐으며, 이들이 모두 불법 파견 형태로 근무한 정황도 밝혀졌다. 화성시청에 마련된 분향소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추모 물결이 일고 있고, 대구에서도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추모분향소가 꾸려졌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아리셀 유족 협의회는 화성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아리셀 측에 ▲유족 협의회를 진상조사 및 지원사항 등을 논의하는 단일창구로 지정할 것 ▲진상규명 상황을 유가족에 공유할 것 ▲사망자·피해자 대책안 마련 및 유가족 개개인 설득을 금지할 것 ▲이주노동자 유족의 국내 입국을 지원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대로 된 후속조처가 이뤄질 때까지 장례 절차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등 시민단체와 법률가로 구성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도 유가족을 중심으로 한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1일 오후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구에서도 아리셀 중대재해참사와 관련해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일 오후 1시 CGV 한일극장 앞에서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경이주연대회의, 대구4.16연대 공동 주최로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구경북 지역 99개 단체가 기자회견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소방당국에 배터리 전지관련 업체 뿐 아니라 고위험 PMS 사업장까지 대상을 확대할 것을, 대구시에 이주노동자 안전관리대책 수립과 안전교육 지원 등의 사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문에서는 “아리셀은 고용허가제 사업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으로 다수 이주노동자를 고용했다. 고용노동부에서 밝힌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2022년 9.2%, 2023년 10.4%, 올해 3월까지 11.2%에 달하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전체 노동자 비율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3.2%에 불과하지만 사망사고 비율은 4배에 육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위험한 현장이어도 마음대로 이직할 수 없게 만드는 고용허가제를 뜯어고치고,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게 재발방지대책으로 포함돼야 한다. 또한 유사한 중대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동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대경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아리셀은 불법파견으로 제조업 직접 공정에 노동자들을 투입해 왔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선 노동자의 권리가 취약해지고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화재참사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이주화로 넘어가고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주노동자를 그저 관리하고 통제할 대상으로 바라보며 저임금‧고위험 업종에, 불안정한 상태로 종사하게 한 정부가 주범”이라고 말했다.

박신호 대구4.16연대 대표는 “위험의 이주화가 현실로 다가온 사고다. 하루에 평균 6명이 출근했다가 집으로 퇴근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중 11%가 이주노동자라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불법적인 노동 인력 수급에 이주노동자들이 동원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생명안전기본법에 노동자의 권리까지 담아내는 법 제정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5일 금요일 저녁 7시 CGV대구한일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 촉구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추모분향소는 문화제 이후 철거 예정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