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칼럼] 손흥민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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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소년 스포츠 선수는 선수이기 이전에 아동이다. UN의 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과 학대를 없애고, 아동 권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니세프가 만든 ‘아동의 권리를 지키는 스포츠 원칙’에서도 ‘반드시 이기겠다’는 스포츠 정신이 아동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아동의 스포츠 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동에게 스포츠는 오로지 승리만을 추구하는 맹목적이어서는 안 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소중한 경험이 되어야 한다.

최근 유소년 축구아카데미에서 벌어진 폭력과 폭언으로 인한 아동학대 사건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형의 문제가 아니라, 승리지상주의에 매몰된 기성세대의 욕망이 낳은 비극으로 보인다. 요즘 아동은 기성세대가 대신 꾸어주는 ‘꿈과 희망’이라는 그릇된 욕망에 갇혀 스포츠를 직업적 수단으로만 배우고, 혹독한 훈련과 희생이 스포츠의 본질로 왜곡된 채 스포츠를 만나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는 스포츠계의 그릇된 인식이 이번 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가해자가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부적절한 변명을 통해 문제는 더 두드러진다. 아동학대는 그가 말한 ‘시대’ 이전에도 이미 국제적으로 당위성 없는 언행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 스포츠 하는 아동은 다른 아동과는 달리 구타와 폭언이 있을 수 있다는 착각도 문제다. 더욱이 지도자와 부모가 서로 합의만 보면 이 모든 것이 용인된다는 발상도 문제다.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스스로가 권리를 가진 주체이자, 자신의 미래를 위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인격체이다. ‘사랑이 전제된 언행’은 스포츠에서 자발성을 끌어내는 동기부여와 발전에 대한 격려에 관한 것이라야 하지, 결코 폭력에 관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사랑의 매’라는 것은 가해자의 착각일 뿐 피해자의 기억에는 상처가 될 뿐이다.

훌륭한 선수를 길러낸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또 다른 선수를 육성하겠다는 사명감과 포부는 손웅정 감독을 빛나게 했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기대하는 바도 크다. 하지만 그 경험이 혹사와 폭력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면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한편, 이번 사건이 벌어진 학교 밖 스포츠 아카데미는 이미 여러 번 관리의 사각으로 지적된 바 있다. 2011년 IOC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선수 안투라지 윤리강령(Guidelines Conduct of the Athlete Entourage)」에서도 스포츠 영역이 확대되고 상업화되면서 늘어나는 위법 행위로 인해 아동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을 경고하고, 아동의 스포츠 활동에 관련된 안투라지, 즉 선수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이러한 위험성을 교육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미 「아동복지법」의 아동학대 행위 등이 확인될 시 과외교습의 중지 명령 등의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학교 운동부가 학교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생긴 체육교습행위에 대한 관리의 사각을 없애기 위해 법상 ‘과외교습’에 체육 교습 행위를 포함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책임을 통감하고,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폭력이 수반된 훈련은 유소년 선수들의 균형 잡힌 성장을 가로막는 것에 불과하다. 신체적 기능 향상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방식은 동물을 길들이는 방식에 다름 아닌 야만의 결과다. 스스로 존엄한 스포츠인이 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