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D-12,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견뎌줘서 고맙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9년, 결의대회 열려

21:09
Voiced by Amazon Polly

29일로 해고 후 3,288일. 전국 곳곳으로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의 기나긴 투쟁과 연대 활동이 펼쳐진 시간이기도 하다.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판결,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대법원 선고를 12일 앞에 둔 29일,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아사히 비정규직 9주년 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대법원 판결(오는 7월 11일)이란 투쟁의 큰 변곡점을 앞둬서일까,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시민 300여 명도 기대와 후련함이 섞인 표정으로 집회 장소에 모여들었다.

민중의례로 시작한 결의대회는 틈틈이 축제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공연 도중 일어서 흥을 보이거나, 어깨에 손을 얹고 집회 장소를 돌며 기차놀이를 했다. 몸짓 공연 도중에는 단상 아래 마당에 모여 몸짓에도 참석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사히글라스 투쟁 9년 결의대회
▲아사히글라스 투쟁 9년 결의대회

집회에 힘을 보태러 온 이지영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장은 “옵티칼 투쟁 시작하고 아사히글라스 동지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냈다. 사측이 처음 들어왔을 때 대응을 잘 도와줘서 엄청 든든했다”며 “우리도 현장 들어가면 좋겠고, 아사히 동지들도 곧 들어갈 테니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아사히 투쟁에 꾸준히 연대한 일본 국철치바동력차노조 등 단체, 우리밥연대, 비정규직이제그만에서 투쟁발언에 나섰다.

우리밥연대 소속 김주휘 씨는 “우리 둘째가 이곳에 처음 온 게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어느새 고3이다. 그동안 투쟁꾼으로, 해고자로, 연대 동지로 살아내느라 얼마나 힘들었나. 상상하기 어려운 그 시간을 견뎌주어서 고맙다”며 “집에서 눈치도 보고, 상처받았을 그 시간, 청춘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긴 시간 굳건히 견뎌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 후 삼성 하청업체인 케이엠텍으로 행진해 집회를 이어갔다. 케이엠텍은 최근 소속 노동자 이수현(가명) 씨가 백혈병을 얻은 뒤 노동자를 해고해 문제가 된 곳이다. 수현 씨 어머니도 결의대회에 참석해 케이엠텍 앞까지 함께 행진했다. 수현 씨 어머니는 “언론에서 관심 가질 때 반짝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고 하고, 그다음 두 번의 면담에서 아무런 대책을 내지 않고 있다. 건강했던 아들이 2년 동안 이 회사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었는데 무책임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케이엠텍으로 행진해 백혈병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리본을 달았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집회 후 “10년째 거리에서 싸웠고, 이제는 공장에 들어가서 현장에서 민주노조를 지켜내는 투쟁을 펼칠 것이다. 기대해 달라”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7월 11일 오전 대법원에서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혐의 재판과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사건 두 건이 선고된다. 노조는 대법원 선고 이후 별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차헌호 지회장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