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의 다시보기] 6월 22일 19R. 대구FC vs 전북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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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토) 저녁 6시 이른 장마가 DGB대구은행파크를 찾아왔다. 우중 상대는 근래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전북현대였다. 장대비 속에 워밍업이 시작됐다. 훈련복이 땀보다 빗물에 먼저 젖었다. 500여 명의 전북 원정응원단은 주중 아픔을 격은 자신들의 팀이 주눅 들지 않도록 북소리와 함성으로 경기 시작 전부터 사기를 북돋았다.

대구는 지난 경기 선발진에서 벨툴라만 빠졌다. 박세진이 대신했다. 골키퍼 오승훈, 수비진에 고명석, 박진영, 김진혁, 중원에 홍철, 박세진, 요시노, 황재원, 공격진에는 박용희, 세징야, 정재상이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 5월 이달의 골 시상이 있었다. 수상자는 5월 26일 강원전에서 인생골을 넣은 장성원이었다. 6시 정각 원정팀의 킥업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전북은 중앙 수비수로 이재익과 정태욱을 세운 포백 전형을 들고 나왔다.

▲[사진=대구FC 페이스북]

1분 만에 요시노가 유효슛을 날렸다. 골키퍼 정면이었지만 경기 초반 기선 제압 효과는 있었다. 6분경 홍철의 프리킥에 이은 슛이 골키퍼 정면이었고 세징야가 연출한 코너킥 세트피스 작전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초반 공세가 지속되자 전북 응원단은 응원을 멈출 수 없었다. 초반 15분 동안 수차례의 유효슈팅이 전북을 괴롭혔다. 전북은 가드를 내린 복서처럼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지 못했다. 간간히 반격에 나섰지만, 잦은 패스 미스로 기회를 무산시켰다.

경기 흐름이 잠시 끊기자 김진수가 동료 선수들을 소집했다. 수세에 몰린 자기 선수들을 독려하는 듯했다. 대구의 계속된 공세에 내리던 비도 멈췄다. 골 기운이 곧 터질듯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중심에는 센터백 한발 앞에서 빌드업의 교두보 역할을 맡은 박진영이 있었다. 간혹 패스가 차단되어 위기를 맞았지만,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27분 박세진과 세징야가 패스를 주고받으며 잡은 골 기회가 차단당했다.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경합 중 흐른 볼을 잡은 문선민이 골문까지 치달았다. 주중 경기로 체력이 소진된 듯 골까지 연결시키진 못했다.

34분 세징야의 돌파를 이수빈이 파울로 끊었다. 위기를 경고와 교환했다. 세징야는 성가시던 마크맨을 떨쳐내는 효과를 봤다. 느슨해진 틈을 세징야가 파고들었다. 경합 중 흘러나온 볼이 요시노 발밑으로 갔다. 익숙한 장면이었다. 2선 공격수의 전매특허인 중거리슈팅 위치였다. 놓치지 않았다. 강력한 슛이 골네트를 갈랐다. 전반 39분이었다. 요시노의 선제 득점이자 자신의 시즌 4호 골을 만들었다. 멈췄던 비가 다시 내렸다.

첫 골에 만족하지 않았다. 공세를 멈추지 않던 41분경 개인기로 돌파하던 세징야를 이수빈이 발을 걸었다. 경고성 파울이었지만 먼저 받은 경고가 고려되는 듯했다. 주의에 거쳤다. 추가시간 4분까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전반 슈팅 9대 1, 유효슈팅 6대 0으로 몰아붙였다. 전북 선수들은 주중 FA컵을 치르고 온 후유증을 숨길 수 없었다.

후반이 시작됐다. 대구는 쇄기골이 필요했다. 1골을 이기고 있지만 쫓기는 점수였다. 대구는 활동량이 많았던 정재상을 박세민으로 교체했지만 전북은 달랐다. 티아고, 송민규, 진시우까지 공격수 3명을 동시에 교체했다.

후반 2분 만에 전북에게 프리킥을 허용했다. 교체 효과가 나타났다. 전반 내내 전북 지역에 머물던 축구공이 대구 진영에서 맴돌았다. 박창현 감독은 전반에 전진시켰던 박진영을 한발 뒤로 물렸다.

7분경에는 김진수의 패스가 티아고 발밑으로 갔다. 송민규가 슈팅을 날렸다. 전북의 첫 번째 유효슈팅이었다. 전북의 공격력이 살아났다. 경기 흐름이 전북으로 넘어가는 걸 두고 보지 못하는 선수가 있었다. 세징야였다. 후반 12분경 세징야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판단 미스를 범한 정태욱이 파울로 끊었다. 경고를 동반한 PK였다. 킥은 세징야 몫이었다. 오른발 인사이드로 골키퍼를 속였다. 2대 0이 됐다. 다급했던 김두현 감독은 후반 16분 이적생 한국영까지 투입했다.

대구도 홍철 대신 장성원을 투입해서 활력을 넣었다. 전북은 김진수의 수준급 크로스와 송민규가 돌파로 분전했지만 공격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확실하게 이기고 싶었던 박창현 감독은 박용희를 불러내고 고재현을 투입했다. 곧바로 고재현이 골문을 위협했다. 33분이었다.

36분경 세징야가 세징야 했다. 상대 선수 두 명과의 경합을 이겨내고 자신만이 가능한 골을 만들었다. 시즌 첫 필드골이었다. 그라운드가 요동쳤다. 구름판이 진동했다. 전광판에 3대 0이 새겨졌다.

정규시간 5분을 남기고 골을 넣었던 세징야와 요시노를 쉬게 했다. 박재현과 이용래를 투입했다. 힘을 내라 전북, 원정 응원단의 절규가 빗속에 묻혔다. 추가시간 6분이 주어졌다. 영패를 면하고 싶었던 전북은 투혼을 발휘했지만 마음과 몸이 일치하지 않았다. 믿을맨 김진수마저 연신 사타구니를 움켜쥐었다.

추가시간 4분경 고재현이 일대일 찬스를 골로 만들었다. 박세진의 패스를 침착하게 결정지었다. 포효했다. 홈팬들도 환호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아쉽게도 오프사이드로 판정나면서 취소됐고, 곧 종료 휘슬이 울렸다. 풀타임을 뛴 문선민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전북이 처한 현실이었다.

전북 선수단은 응원단의 격려와 질책을 듣고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시즌 최다 골차 승리를 홈팬들에게 선물한 대구 선수들은 승리의 기쁨을 오랫동안 즐기고 싶었다. 10,540명 홈팬들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