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동진 ‘대구’ 북토크···”대구 사람도 잘 모르는 대구이야기”

은동진 작가, "책 통해 대구에 대해 더 흥미 느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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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안에서도 지역마다 왜 사투리가 다를까? 서문시장엔 언제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을까? 대구가 신라의 수도가 될 뻔했다? 김충선 장군은 누구? 이 질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대구’다. 대구 사람이라고 해도 이 답을 모두 맞히기는 어렵다.

23일 오후 대구 북구 나른한 책방에서 은동진(39) 작가의 저서 ‘대구’ 북콘서트가 열렸다. 은 작가는 대구에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고, 한국사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은 작가는 “돌아보니 제 인생의 3분의 2를 대구에서 보냈고, 나머지는 서울에서 보냈더라.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추억이 깃든 대구 곳곳에 관한 이야기를 역사 전공자로서 흥미 있게 기록하고 싶었다”며 “이 책을 쓰고 싶어서 출판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요청했고, 기회가 닿아 이렇게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 ‘대구’의 저자 은동진 작가가 대구 북구 나른한 책방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처음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사투리다. ‘대구 토박이’였던 은 작가는 육군 장교로 강원도 철원에서 근무하게 됐는데, 당시 별명이 ‘북한군 장교’였다. 은 작가는 “나는 할머니 영향으로 사투리가 더 심했다. 병사들이 내 말을 잘 못 알아듣고, 그냥 알아들은 척하기도 했다. 대부분 수도권 출신이라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서울 사람들은 억양이 강하고, 말이 빠르면 그냥 다 경상도 사투리로 생각하고, 대구와 부산 사투리 차이를 모른다”고 했다.

은 작가는 대구는 앞 음절에 악센트를 주고, 부산은 뒤 음절에 악센트를 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면서 그 차이를 지리적 특성으로 봤다. 그는 “대구는 공기 울림에도 멀리까지 말을 전달할 수 있게 첫음절부터 강한 악센트가 발달했고,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은 파도 소리에도 음성이 들리도록 발달했다고 한다. 사투리에 지역의 풍광과 관습, 삶의 양태가 녹아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의 발달사를 보여주기 전에 은 작가는 경상도 지도만 따로 보여줬다. 그는 “경상도 지도만 놓고 보면 대구는 경상도 중간에 있다. 임진왜란 이후 경상도가 중요하게 여겨졌다”며 “그래서 경상도를 관할하는 경상감영이 들어서게 됐고, 자연스레 영남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행정의 중심지가 됐다. 자연스럽게 시장이 발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장이 경상감영이 있던 서문 밖으로 이전했고, 서문시장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사람과 돈이 모이다 보니 국채보상운동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경상도 지역에서 최초로 3.1운동이 일어난 곳도 이곳”이라며 “그러다 보니 일제에 서문시장은 눈엣가시였고, 늪지대였던 성황당 못을 메워 만든 현재의 자리인 중구 대신동(현재 자리)으로 강제 이전하게 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은 작가는 ‘달구벌로 천도를 시도했으나, 실현되지 못하였다’는 신문왕 9년에 삼국사기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을 가져와 대구가 신라의 수도가 될 뻔한 이야기도 했다. 그는 “신라는 삼국 가운데 유일하게 수도를 한 번도 옮긴 적이 없는데, 시도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삼국통일 완수 후 신문왕은 국토 한쪽으로 치우쳐진 경주에서 대구로 옮기고, 이를 통해 왕권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경주에 기반이 있던 귀족들은 반대했고 결국 수도를 옮기지 않는 대신 어느 정도 왕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은 작가는 “만약에 그때 대구로 신라의 수도가 옮겨왔다면 지금 대구가 (경주처럼) 각종 역사관광지가 도처에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 제가 대구에서 역사 해설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가정도 했다.

김충선 장군과 대구의 인연도 소개했다. 은 작가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으로 귀화한 일본 사무라이다. 부모를 등에 업고 가는 조선인의 모습에 감명을 받고, 투항 편지를 썼다. 일본 이름은 사야가였는데, 전략과 전술을 통해 경주 이견대전투 등을 승리로 이끌고, 조총과 화약 제조 기술을 조선군에 알려주기도 했다. 김충선이란 이름 역시 선조가 사야가의 공로를 인정해 벼슬을 내리고 지어준 이름”이라고 말했다.

김충선 장군은 임진왜란 이후 가창면 우록리에 터를 잡고 정착했다. 은 작가는 “녹동서원은 김충선 장군을 제향하기 위해 건립한 곳이고, 서원 뒤에는 김충선의 위패를 모신 사당 녹동사가 있다. 서원 옆은 한일우호관이 들어서 있는데, 지금은 일본 관광객이 대구에 오면 들리는 명소 중 하나다.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은 작가는 “대구 사람들도 대구에 대해 잘 모르는 사실들이 많다. 대구의 역사를 쉽게 풀어내서 재밌게 알려드리고 싶다”면서 “대구 밖 사람들에게는 대구의 여러 가지를 뷔페식으로 취향껏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 또 책을 읽고 대구라는 도시에 흥미를 느끼고 방문하는 계기도 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북토크에 참여한 김상률(46, 대명동)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대구 사람이지만 미처 몰랐던 대구에 대한 여러 사실을 알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구’ 책의 부제는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이다. 총 5부로 구성돼 있고, ▲대구를 대구답게 만드는 풍경(대구사투리, 대프리카의 불더위, 팔공산 국립공원 등) ▲일상을 특별하게 해주는 멋과 맛(삼성라이온즈, 대구FC, 납작만두 등) ▲도심 속 역사 산책(실패한 달구벌 천도, 경상감영, 대구읍성 등) ▲대구의 별이 된 인물들(고려 개국공신 신숭겸, 홍의장군 곽재우, 김충선 장군 등)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 등을 통해 대구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