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110억 프러포즈 공간 조성 나서···”프러포즈존 없어서 결혼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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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신천 강에 110억 원을 들여 프러포즈존을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자,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한 예산이 들어가는 데다, 출생률 저조에 대응하는 정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9일 대구시는 신천 대봉교 인근 수상공원 형태로 ‘신천 프러포즈’ 공간 등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총 110억(설계비 5억 원, 공사비 105억 ) 원을 들여 ‘프러포즈 라운지’, 이벤트 부스 설치, 경관 개선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프러포즈 전용 공간인 ‘프러포즈 라운지’는 복층구조 상부공간으로 연인들이 특색있는 조명 위를 걸으며 수변경관을 조망하고 사랑을 속삭이는 러브로드, 둘만의 프러포즈를 위한 프라이빗 간이 이벤트룸인 프러포즈룸, 사랑을 약속하며 자물쇠를 걸 수 있는 프라미스존 등으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먹거리 및 용품 판매와 홍보 부스 등이 있는 ‘이벤트 부스’와 다목적 광장을 조성 등에도 나선다.

장재옥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추진단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옆에 웨딩문화거리와 김광석 거리도 있어서, 젊은 사람들의 관광코스처럼 들러 열쇠도 걸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드라마나 ‘나는 솔로'(연애 주제 관찰 예능) 같은 프로그램 촬영 장소로 유치해서 홍보를 하려는 생각도 있다”며 “물론 이 시설이 잘 운영이 되지 않으면 낭비 사례가 된다. 대구가 결혼율이 작년에 소폭 올랐다. (결혼도) 활성화 시키고 싶은 게 이 공간을 구성하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 대구시 프러포즈존 조감도 (사진=대구시)

대구시 계획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저출생 상황에서 고안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어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젊은 사람들이 단순히 결혼하지 않아서 출생률이 낮아진 것으로 여겨 이런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정책이다. 단편적인 아이디어를 나열한 ‘쓸데없는’ 사업이다. 이런 정책으로 결혼을 더 할 거란 건 망상”이라며 “사업 목표와 과정도 이해할 수 없는 괴상망측한 사업인데, 여기에 (110억이라는) 많은 예산을 쓰는 것이 문제가 있다. ‘전시행정’이라고 붙이기에도 부족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도 “정치·행정은 공공 이익에 부합하고,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프러포즈존을 만드는 것은 여기에 부적절하다. 특히 프러포즈라는 것은 사적인 행위이고, 프러포즈존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짚었다.

그러면서 “110억이라는 돈을 들여 프러포즈 존을 만드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취임 초부터 ‘채무 제로’ 기조로 통폐합과 각종 예산 삭감을 하면서 정작 이런 사업에 쓰는 돈은 어디서 나와서,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