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반대한다는 군위군민···시민사회 “홍준표 대권 마케팅”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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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군위군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추진하자 정계, 시민사회와 일부 군위 지역민도 반발하고 나섰다. 반대에 나선 군위군민은 대구시로부터 특별한 사전 안내를 받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 SMR 추진 소식을 들었다며 당혹감을 보였다. 시민사회에서는 SMR이 안전성, 경제성, 절차적 정당성 등 여러 방면에서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구시가 무리하게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홍준표 시장의 정치적 욕심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앞서 대구시는 17일 한수원과 680MW SMR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MR은 원자로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로 생산해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된 원전으로,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가 작다. SMR은 세계적으로도 상용화 사례가 없으며, 방사성폐기물 다량 발생 논란, 경제성 부족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되는 발전소다.

대구시는 SMR 건설은 한수원과 민간 건설사가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총사업비 4조 원을 조달하는 민간개발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입지는 기업 유치 촉진, 기업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군위첨단산업단지 내 에너지생산단지 중 16만㎡를 유상 매입해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는 2026년까지 사전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정부 절차에 맞춰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후 2033년 상업 발전을 시작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SMR 위치도 (출처=대구시)

대구시가 밝힌 청사진과 달리, 정치권과 시민사회 각계에서는 여러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먼저 내륙이라는 입지 조건의 문제다. 해안보다 냉각수 공급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고 시 위험 정도가 크며, 부차적으로 낙동강과 군위 댐에서 냉각수를 공급받을 때도 유출로 인한 식수원 오염도 예상된다는 등 시민 안전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안전성 측면에서 SMR 입지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가깝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SMR 입지 선정의 현행법령 위반 여지와도 연결된다. 원자력안전법시행령은 원자로와 관계 시설,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16km 이내에는 위해시설 설치제한에 따라 공항, 포사격장 등 시설이 있어서는 안 된다. 대구시가 밝힌 SMR 입지는 신공항에서 16km 범위 이내에 들어간다.

지역민 반발도 문제다. 특별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을 통해 군위군 SMR 건설 소식을 접한 김만곤(65, 군위군 소보면) 씨는 19일에 열린 ‘위험한 소형 원전 SMR 건설 추진하는 대구시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핵없는세상을위한대구시민행동 등 10개 단체가 주최했다.

▲19일 ‘위험한 소형 원전 SMR 건설 추진하는 대구시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 씨가 규탄 발언에 나섰다.

김 씨는 “우리 동네에 노인들이 많아서 무슨 소식인지 잘 모른다. 나도 홍준표 시장 업무 협약 뉴스 보고 알았다”라며 “핵발전소라 하니 위험할 거 같고, 청정구역에 오염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농사에 지장도 될 것 같다. 군위군민에서 대구시민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SMR이 들어온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주최 측은 “SMR은 안전성도 경제성도 검증되지 않고 상용화 사례도 없는 위험한 소형 원전으로, 군위군에 짓겠다는 것은 대구시의 일방적 폭주행정”이라며 “원전 가동에 따른 온배수, 방사능,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 대구를 넘어 영남마저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민과 대구시민에 정보전달과 공론화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민주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홍 시장의 대선 가도를 위해 지역 주민을 무시하고 안전을 내팽개친 시정으로 보인다”라며 “그 위치에 법률적으로도 당장 짓는 것이 불가능하다. 시민 안전은 고려하지 않고 업적을 위해서 달려가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비판도 이어졌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SMR 사업 계획에 대해 안전성, 경제성에 문제가 있으며,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진보당 대구시당에서도 비판 성명이 나왔다.

임 의원은 “소형이라 대형원전대비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근거가 없다. 전체 원전(SMR)은 700MW 규모로, 월성원전만큼 커진다”라며 “경제성 문제로 상용화 전망이 어둡지만 상용화가 되더라도 시장이 협소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낙동강에 냉각수로 사용된 온배수, 운전 중 배출하는 방사능, 사고 시 방사능 유출 우려까지 있다”라며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돈으로 민심을 사려고 해도 지역민에게는 분쟁과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구시는 부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타당성 조사를 거쳐 후속 조처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권금용 대구시 에너지산업과장은 “입지선정은 완료된 게 아니다. 첨단산단 안에 타당성 조사를 해볼 예정이다. (의견수렴 등) 그 부분은 타당성 조사가 끝나야 한다. 최종 부지 위치가 결정된 상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입지 조건이 원자력안전법시행령을 위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권 과장은 “이 또한 부지가 최종 결정 된 상태가 아니다. 대형 원전은 기준(16km)이 있는데, 소형 원전은 표준 인가가 난 다음 세부기준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시장은 “미래 반도체 캠퍼스는 국가 안보나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 분산 배치가 반드시 필요하며 공항과 SMR을 가진 군위 첨단산단이 후방의 최적지가 될 수 있다”라며 “군위 SMR 건설을 위해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과 긴밀히 협력하고 지역민과의 소통과 이익증진에도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