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충돌한 대구 노동절 집회, “참가자 23명 소환···노조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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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참가자 간 충돌이 벌어졌던 5월 1일 세계 노동절 대구대회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집회 후 시작된 경찰 수사에서 집회시위법 위반 등 혐의로 23명의 집회 참가자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경찰 수사에 “집회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지난 5월 1일 대구시의회 앞 5차선 도로에서 열린 노동절 대구대회 당시 경찰이 전년과 집회 당시와 다르게 4개 차로만 사용하도록 펜스를 설치했다. 그러자 20분가량 경찰과 참가자 간 충돌이 발생했고, 주최 측은 5개 차로를 모두 확보한 뒤 대회를 시작했다. 경찰은 이 문제로 대회 이후 집회에 참가한 노동조합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를 집회시위법 위반 등 혐의로 소환조사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는 소환조사를 받은 참가자가 2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19일 오전 대구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9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경찰청은 정치적 고려와 편의에 따라 집회를 제약하며 무더기 소환조사로 시민의 자유를 축소하고 있다”며 경찰에 위법한 수사를 중단하고 집회방해 행위를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동일한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한 점,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설치해 확보하려 한 1개 차로로는 일반차량이 통행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어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1년 전 무리 없이 전 차로에서 진행한 동일 집회에 대해, 경찰의 자의적 판단과 재량권 남발로 제한 통고를 한 데 이어 무리하게 질서유지선까지 설정한 건 부당하게 집회를 방해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경찰은 무분별한 채증자료 분석, 민주노총 사업장 사찰 등을 통해 참가자를 특정해 무더기 소환조사까지 진행하며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 본부장은 “경찰이 무리하게 집회를 통제하고 조합원을 소환한 이유는 윤석열 정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소환 조사를 받은 23명의 민주노총 조합원과 연대단위 동지들의 무죄를 증명하고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창호 대구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퀴어축제 사례를 들어 경찰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해석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서 활동가는 “집회‧시위는 허가가 아닌 신고제이다. 헌법에 적시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경찰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코에 붙였다, 귀에 붙였다 한다”며 “퀴어축제도 마찬가지다. 2017년 동성로에서 축제를 열고자 했을 땐 경찰이 교통방해를 이유로 불허 통보를 했으나 작년에는 공무원과 충돌하면서까지 집회의 자유를 보장했다. 올해 퀴어축제 역시 경찰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대독 형태로 참여한 탁선호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도 “당일 현장은 5,000명이 앉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비좁았고, 제한된 1개 차로는 인도와 집회 장소를 오가는 참가자들과 시민이 뒤섞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경찰 차량이 주차돼 사실상 일반 차량이 통행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짚었다.

이어 탁 변호사는 “1개 차로를 제한한다고 해서 교통이 원활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안전만 위협할 뿐이었다. 경찰이 5월 1일 시행한 질서유지선은 집회 시위의 보호와 공공 질서 유지를 위한 게 아니라 평화적인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좁은 장소에 몰아넣어 집회 진행을 어렵게 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권한을 남용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대구경찰청”이라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